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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수작가 작업실 투어 기획한 김미애 도슨트

‘귀촌’ 6년째 여수 돌산 ‘농부’이기도 한 ‘문화 프로듀서'

  • 입력 2019.01.26 09:30
  • 수정 2019.01.27 09:50
  • 기자명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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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시 돌산 우두리 농사짓는 집 닭장에서 닭에게 직접 만든  먹이를 주고 있는 김미애 씨

최근 ‘여수여행, 그림이 되다’라는 주제로 여수의 화가 작업실 투어를 진행한 도슨트 김미애씨(57, 여수시 돌산읍)가 화제다.  (관련기사 : 여수작가 작업실 투어 “여수여행, 그림이 되다” )

1년 전 여수예울마루 프로그램을 이수해서 불과 1년 경력의 도슨트에 지나지 않을 뿐, 실은 그는 6년 전에 여수로 '귀촌'했다. 가장 대표적인 직업으로는 자칭 ‘농부’다.

작가들과 자주 만나면서 여수 화가들의 작업실 투어를 기획했다.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어 어쩌면 그는 ‘문화 프로듀서’인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그는 여수 ‘홍보대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자녀 양육을 다 마치고 인생 후반전을 꾸려나가기 위해 남편과 함께 수도권에서 여수로 ‘귀촌’했다. 그가 귀촌 6년만에 어떻게 여수 홍보대사가 될 수 있었을까?

그는 특히 “여수작가 작업실 투어 ‘여수여행, 그림이 되다’” 기사를 시작으로 본지 시민기자로 등록한 터라 본지 편집실국에서, 다시 돌산의 ‘농부’일터에서 오병종 편집국장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돌산 우두리  자신의 농가 민박집  난롯가에서 인터뷰하는 김미애 씨

“여수, 너무 좋아요!”

자신이 살고 있던 수도권을 떠나 ‘바닷가’에서 살기로 작정하고 선택한 여수생활이 너무 좋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말을 한다. 

자녀 교육을 마치고 인생 2막을 더 의미있게 살기위해 수도권을 떠나 바닷가가 있는 곳을 최우선 선택지로 삼았다. 노후대비로 준비해둔 임대료가 나오는 곳은 놔두고, 수도권의 살던 집과 부동산을 처분했다. 

부산같은 대도시인가? 아예 신안같은 깊숙한 섬이 좋을까? 고려 대상은 많았다.

“대도시 부산 같은 곳은 살 터전을 마련하는데 따른 경제적 부담이 컸다. 또 너무 도회지와 떨어진 섬은 생활의 불편이 예상됐다. 그래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여수에 인연이 닿았다.

어디든 바다 전망을 끼고 있고, 겨울에 따뜻해서 최적으로 귀농귀촌지로 여수를 택했다.  바다를 느끼고 농사를 할 수 있으면서 경제적인 곳으로 여수는 당시 내게 최적의 ‘귀촌’ 도시였다.  

그게 2014년도였으니까 여수온지 이제 6년째 접어든다.  엑스포역 옆에 일단 아파트를 장만했는데,  KTX와  공항은 보너스였다.  여수라는  좋은 도시 이미지의 감정은 여전해서 지금도 지속되고 있어서 좋다”

돌산 우두리의 집은  마당에서 바로 길 건너면 바다로 연결된다. 왼쪽 끝 등대 보인 섬이 오동도다

여수는 2014년도에 이사올 때 부담이나 예상되는 어려움을 극복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도시인데다  ‘아름다운 바다’를 늘 접할 수 있어서 큰 고민없이 선택했다. 

살다보니 의외로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어쩌면 주변 여건을 자신에게 맞추면서 장점으로 활용하려는 낙천성이 더해지고 여수와 더 친해지려고 노력한 탓도 작용했으리라.

그가 살 터전이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도심지에 편리한 주거지와 바다 옆 자급자족 농사일을 할 땅이 딸린 또 다른 터가 필요해서다. 조건을 갖춘 두 곳의 터전이 순조롭게 마련됐다.

“우선 편리한 곳 시내에 아파트를 마련하고, 돌산 우두리에 땅과 거기서 농사지으며 살 곳을 마련했는데, 경제적인 면도 고려해서 민박집 정도 가능한 곳으로 선택했다. 

우두리 시골집은 민박 등록이 됐지만 요사이는 민박활용이 잘 안되고  거기서는 농사일과 과수, 닭 키우는 일을 한다. 겨울은 별일이 없다. 닭 사료는 직접 만든다. 계란용으로만 키우고 자연사 하면 폐기처분하는 방식이다. 인도에서 배웠다”

닭사료를 사본 적이 없다. 그냥 닭모이를  농업기술센터와  동문수학한 동료들에게서  배운대로  발효시킨  사료를 만들어서 준다.  

귀촌하면 닭키우는 일은 꼭 하고 싶었다. 농업기술센터의 동문수학한 동료들에게 정보를 얻고 배워서 닭을 키운다. 고기용이 아니고 순전히 계란용이다. 사료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배운 방식으로 직접 만든다. 

사료를 사지 않으니 돈이 안들어서 좋지만 노력과 수고가 따른다. 흔한 굴껍질을 구해서 빻아야 하고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집에서 먹다 남은 각종 음식물도 쓰레기가 아닌 닭사료다.

스무마리 남진 닭들이 낳은 계란은 먹고 남으면 짚으로 옛날식 꾸러미를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그만의 방식이다.

짚을 구해와서 달걀 꾸러미를 만들어서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작지만 이것도 자신만의 '문화'다.

왜 그는 ‘귀촌’이라고 말할까? 
'이민' 대신 선택했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민’과 같은 비중으로 ‘이민’의 상대적인 의미로 ‘귀촌’을 선택했단 의미가 들어있다고 강조한다.

“이민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외국은 언어, 생활습관 등이 다르지 않은가.  이민간다는 심정으로 국내 바닷가 마을로 ‘귀촌’을 택했다. 젊은 시절 직장생활 중에도 꾸준히 노후에는 도심의 바쁜 일상이 아닌 바다가 보이는 곳을 택해서 살고 싶었다. 

서울에서는 나가면 돈이 든다. 그런데 시골은 나가면 돈이 된다. 무엇을 캐고, 재배하면서 자연을 상대하는 것은 돈이 적게 들고 그냥 자유스럽다.  복장도 편하게 입어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닭을 키우는 일이라든가 바다 보이는 곳에서 농사를 짓는 것은 나에겐 일종의 ‘로망’이었는데 그걸 실현하며 여수서 살고 있는 현재가 너무너무 행복하다”

마치 해외에 나가 살게 되면 현지 한인 집단의 도움이 필요하듯이 귀농귀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도 밟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귀촌 귀농이라고하면 모두들 먼저 ‘땅’과 만난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사람’과 먼저 만나야 한다고 귀뜸한다. 그런 창구가 농업기술센터였다.

“귀촌 프로그램은 어디나 통상 농업기술센터가 담당하는데 여수시농업기술센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거기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거의 다 참가했고 대부분을 이수했다. 프로그램 과정에서 만난 분들끼리 서로 정보도 교류하며 큰 도움을 받고 있어서 굉장히 고맙게 여기고 있다. 

남편과 저는 실은 농사에 ‘농’자도 모르고 자란 탓에 많은 도움과 안내를 받아야 했는데 농업기술센터의 다양한 교육들은 큰 도움이 되었다. 지금 재배하는 과수 묘목이라든가 병아리 분양도 거기서 배웠고 또 만난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무화과 농사를 도와준 무화과 달인 서원범 대표님이나 닭집을 지어준 전 귀농귀촌 이광열 회장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감사한 도움을 받은 분들이 한 두 분이 아니다. 

귀촌귀농하실 분들에게는 농업기술센터 교육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한 필수코스여서 꼭 권하고 싶다”

여수시농업기술센터 교육 수료 기념 사진

거기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먼저 정착한 귀농귀촌인들의 삶의 현장을 소개해 주었는데 매우 소중했다고 평가했다.  마치 여행처럼, 새로운 삶을 들여다 보는 재미도 있는데다  "먼저 귀농귀촌한 분들의 경험담은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지역에서 농사짓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면이 있지만 자신은 스스로를 ‘농부’라고 부르고 그렇게 불러주는 게 제일 좋다.

“날 두고 ‘농부’라고 한다면 많이 웃을 것이다. 농사일로 돈을 벌고 생계를 꾸려가지 않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족이 먹는 것을 손수 짓는다.  그래서 농사 짓는 수고로움을 안다. 전혀 농사일을 몰랐는데 알아가고 있고, 그 수고로움이 얼마나 크고 힘든지를 안다.  수고와 노동의 소중함을 알고 이해한다는 의미에서도 난 스스로 ‘농부’라고 말한다. 정말 나는 농부라는 심정으로 땅을 상대하고 노동을 한다”

도슨트로 활동중인 김미애씨.  사진 가운데서 전시장 관객들에게  작품 안내와 그림설명을 하고 있다.

50대 이후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데는 오로지 농사일이 전부일 수는 없다. 정신의 배고픔과 허기다.  문화적 향유에 대한 갈망이 늘 따른다는 얘기다.

통상 서울이 아니어서 지역에는 ‘문화소외’란 말이 통용되는데, 그는 문화를 서울.지역 이분법으로 보지 않는다. 

스스로가 어떤 시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접속하려고 노력하느냐의 문제로 본다. 서울에 살아도 문화 소외자가 될 수 있다. 그는 문화적인 지역극복 프로젝트를 스스로 찾아 나섰다. 예울마루 도슨트 프로그램도 찾아냈다.

“내가 할 일을 찾아 나서는 과정 중에 문화향유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켜줄 내용들은 쉽게 흡수하는 편이다. 아마 아이들 교육문제로 수년간 외국서 살아왔고, 그 사이에 여러 나라를 거침없이 여행 다니며 터득한 유연성이 작용했다고 본다. 늘 새로운 것을 접하려는 시도는 내게 신나고 즐겁다”

도슨트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예울마루 전시회, 국제아트페스티벌, 여타 작가들의 전시회서 도슨트 활동을 하면서 회화 작가들을 만나고, 전시회와 미술관을 드나들면서 그는 더 넓혀보고 싶었다.

문화의 날을 이용한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마다 미술관과 갤러리 투어을 하는 모임을 직접 서울까지 찾아가서 교류를 시작했다.

권진용 작가 작업실에서. 그는 서울 한국현대미술아카데미 회원들의 여수작가 작업실 기행을 기획했다.

“한국현대미술아카데미(이사장 김화수)라는 서울에서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를 알게 되었고, 그 모임에 직접 노크해서 회원으로 가입해 전국 갤러리투어와 미술강좌에 참여하며 그들과 교류를 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여수 투어 컨셉을 말했더니 흔쾌히 회원들이 승낙해서 직접 기획하고 이를 실천에 옮긴 게 바로 ‘여수 그림여행’이었다”

그 여행은 각광을 받았다. 여수의 작가들도 호응이 좋았고, 참가자들도 반응이 좋았다. 그는 자신이 속한 또 다른 커뮤니티에서 이를 알고, 제안이 와서 3월에 다시 유사한 여수의 작가 작업실 투어를 1박2일로 준비 중에 있다.

“서울특별시에는 ‘50플러스 재단’이 있다. 50대에 삶의 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이 뭔가 도움이 필요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유익한 재단이다. 그래서 여수로 귀촌 당시부터 이용하는 재단인데, 거기 ‘여행공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분들이 이번에 ‘여수 그림여행’에 관심을 갖고 요청이 와서 순천의 순천만과 정원을 포함시켜 좀 더 확대된 1박2일 프로그램으로 여행 안내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부분 은퇴자들이 많다. 또 다른 단체에도 내용이  알려져 더 요청받은 상태다”

 ‘여수여행, 그림이 되다’라는 주제로 여수의 화가 작업실 투어를 진행하며 참가자들과 기념 촬영.  오른쪽 맨 끝이 필자다.

이런 일이 그에게는 여수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여수를 ‘익숙하게’ 해주는 역할이라고 본다. 여수를 접하고는 싶은데, 혹  노후에 거기서 살고 싶은데 익숙하지 않아서, 낯설어서 선택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분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여수에 ‘익숙하게’ 해주고 싶은 게 그의 의도다.  여수 홍보대사가 안될 수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그는 여행사업가는 아니다. 재능기부를 통한 문화 기획자 역할이거나 좋아서 하는 여행 프로듀서 정도의 일이다.

김미애씨는 도슨트 준비로 바쁘다.  
예울마루에서 올해 첫 기획전시로 양해웅 작가의 초대전이 2월 1일부터 3월 3일까지 개최된다. 입체회화 등 조형예술의 다양한 대형 작품들이 선보이게 되는데 양해웅 작가의 초대전 도슨토로도 선정이 됐다. 그는 요사이 또 한 명의 작가 세계를 탐구하는 중이다. (관련기사 : 시적(詩的) 단편으로 재단된 자연, 양해웅 개인전)

김미애 씨는 딱히 어떤 직함으로 부르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가끔은 만나는 사람들이 화가 같은 예술가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난 생활예술을 한다”고 대답한다.  그래서  ‘문화 프로듀서’가 제격이 아닐까? 

작가 탐방만이 아닌  섬투어, 은퇴자를 위한 여수 터전 찾아주기 투어, 다양한 문화기획과 무궁무진한 여수투어를 구상중이다.  사업으로서가 아닌 안내자로서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맞춤형으로 가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럼에도 ‘농부’라고 자칭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일은 농사지으면서 틈틈이 한다는 방침이다.  그가 최근 SNS에 올린 글이다.

“아침 리추얼~
(여수 돌산) 우두리 텃밭에서 일군 채소와 계란이 아침상을 장식한다. 재배부터 가공까지~ 무와 당근, 당근잎으로 갈아 만든 쥬스에 내가 만든 식초 한 방울 곁들여지고... 

민들레, 당근, 무화과, 갓잎과 땅콩이 어우러진 샐러드와 유자 드레싱~ 계란과 고구마, 은행도 구워내고 깨죽으로 마무리~ 

무엇 하나 (시장에서)산 것이 없이, 수고를 맛보는 아침상. 내 가족과 한 몸이 되어주는 우두리표 아침상에 행복한 리추얼을 담는다"

다양한 모습의 활동과 함께 <여수넷통뉴스>를 통해 독자와 만나게 될 김미애 시민기자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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