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여서동 백운약국 앞에는 오전부터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출생연도 끝자리가 4와 9인 주민들이 구매하는 날이다.
7시 40분에 약국에 도착한 여서동통장협의회 백정희 회장은 "내가 도착하기 전에도 이미 어르신 몇 분이 줄을 서 계셨다"고 말했다. 약국이 도매상에 주문한 마스크 250장은 오전 9시 반에 택배로 도착하며 이후 판매가 진행된다.
여서동통장협의회는 전날 주민들에게 마스크5부제를 사전공지하여 구매에 차질이 없도록 했다. 백 회장은 출생연도 끝자리 숫자가 9이다. 여서동 홍효숙 동장과 함께 도우미로 나온 백 회장은 이날 구매도 겸했다.
이미 출근이 끝난 시간이라 구매 대기자들은 대부분 나이 든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가족의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대리 구매가 가능하다.
여서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약국별 봉사자를 지정하여 판매를 돕고 있으며 봉사자 결원도 대비해둔 상태다. 이번주는 통장이 약국에서 판매를 돕고 다음주에는 다른 단체에서 봉사를 나온다.
새벽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박춘자(83) 어르신이 이날 마스크 첫 구매자다. 1940년 이전 출생자와 2010년 이후 출생자는 대리수령이 가능하다. 1937년생인 박 씨는 이에 해당하지만 직접 약국으로 나왔다. 박 씨는 천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번도 마스크 구매에 성공한 적 없다는 박 씨는 "보름 전에도 시내의 한 약국 앞에서 여섯 시간을 기다렸지만 마스크를 사지 못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결국 강원도 원주에 사는 동생에게 마스크를 사서 보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마스크 두 장을 가방에 넣으며 박 씨는 “마스크를 구매해서 기분이 좋다. 다음주에도 다시 마스크를 구매하러 올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날 우려했던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손님들은 조용히 차례를 기다리다, 약사에게 주민등록증을 내보이며 현금을 건넨다. 약사는 출생연도를 눈으로 빠르게 확인하고 마스크 두 장을 건넨다. 모두 마스크 5부제를 충분히 숙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백운약국 신철훈 약사는 “마스크5부제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줄을 서서 기다린 손님 중 허탕치며 돌아가시는 일이 없어 다행이다. 지난주에는 마스크를 못 사고 돌아가신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주에는 몇몇 분들을 빼고 모두 사 가셨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약국에 준비된 마스크 250개는 두 시간도 못되어 판매가 완료됐다. 여서동에서는 백운약국과 세계로약국, 연합약국이 오전에 마스크를 판매하며 태평양 약국과 좌수영 약국은 오후에 마스크를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