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반응
조계수
왼쪽 팔을 내주었다
사람들이 묻는다
타이레놀 언제 먹느냐고
간호사 목소리가
늘어진 녹음테잎이다
내려 오는 계단 위로
기억의 파편들이 쏟아진다
먹어도 늘 배가 고프던
어린 날의 허기를 메워 주던 것은
아버지의 가난이었다
껴입을수록 추웠던
한기를 녹여준 것은
어머니의 빈 자리였다
죽을 만큼 사랑 했던 이와의
이별을 달래 주었던 것은
혼자서 부르는 노래였다
피할 수 없는
모서리 바람에
나는 길들여졌다
밤내 신열로 떨었다
살아 온 마디마디가 아팠다
그 지독한 면역 반응
나를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