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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드러낼 때 비로소 맞이하는 치유

2021여수국제미술제①
식민지로서 근대를 맞이한 아시아의 아픈 과거 담아내
한국과 대만, 중국을 비롯한 6개 나라의 작가 참여
미얀마 군부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공수한 응게 레이 작가의 작품까지

  • 입력 2021.09.11 10:02
  • 수정 2021.09.20 14:55
  • 기자명 오병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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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여수국제미술제가 ‘흐르는 것은 멈추길 거부한다’를 주제로 지난 3일 개막했다.

전시는 여수엑스포장 4곳에서 실시되는 실내전시와 야외전시 총 5개 장소에서 이뤄진다. 팬데믹 시대에 전시관을 찾을 수 없는 시민들을 대신해 여수넷통뉴스는 각 전시장을 한 곳씩 5회에 걸쳐 소개하려 한다. 올해 미술제에는 주제전과 야외조각전, 여수 지역미술가 초대전, 그리고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가 참여한 코로나19 위기의 미술 이렇게 네 곳으로 나뉘어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지난 9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뒤숭숭한 요즈음 용감하게 문을 연 국제미술제를 찾았다.

첫 번째 소개 장소는 아시아 작가 13명의 작품이 전시된 D2관이다.

 

▲ D-2전시장 입구 ⓒ오병종
▲ D-2전시장 입구 ⓒ오병종

 

▲제2전시장 내부
▲제2전시장 내부

11회 여수국제미술제의 주제인 ‘흐르는 것은 멈추길 거부한다’는 전시실 두 곳에서 펼쳐진다.

D1에는 생명,희망과 서정성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D2에는 아시아의 근현대 과정에서 감내해야만 했던 폭력, 절망, 무력감, 상처 등을 드러내는 작품을 볼 수 있다.

D2전시관에는 중국 설치미술가 리홍보, 미얀마의 사진가 응게레이, 한국의 이용백 등의 6개국 작가 25명의 작품 50여점이 전시 중이다.

다음은 문리 전시예술감독의 설명이다.

▲전시실을 설명하는 문리 감독 Ⓒ오병종
▲전시실을 설명하는 문리 감독 Ⓒ오병종

“D2전시실 주제에서 ‘흐르는 것‘이란 역사,사회,문화의 전반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아시아의 근현대 과정에서 감내해야 했던 폭력과 절망 무력감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자리해있죠. 그러다보니 전시 분위기도 엄숙한 편입니다.”

감독의 설명처럼 D2전시장에 입장한 관객들은 가장 먼저 한 방향을 향한 채 바닥에 늘어서있는 칼자루를 볼 수 있다. 중국 북경에서 활동하는 사십대 중반의 작가 리홍보의 ’포탄‘이다.

▲중국 작가 리홍보의 작품 '포탄' Ⓒ오병종
▲중국 작가 리홍보의 작품 '포탄' Ⓒ오병종

5백개의 칼자루가 가운데 놓인 포탄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관람객들은 칼날 가운데 자리한, 종이로 만든 포탄을 늘리며 직접 만질 수 있는데 문리 감독은 “칼날 가운데서 포탄을 만지며 노는 행위는 예술을 통해 폭력적인 전쟁을 간접체험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라고 설명했다. 폭력적인 행위가 현실에서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작가 응게 레이의 작품, 죽은 자기 모습 관찰하기 Ⓒ오병종
▲미얀마 작가 응게 레이의 작품, 죽은 자기 모습 관찰하기 Ⓒ오병종

미얀마 사진작가 응게 레이의 사진작품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응게 레이의 작품은 군부 쿠데타로 어지러운 현재 미얀마의 상황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 속 여자는 사막처럼 보이는 땅 한가운데 누워 있다. 작품 제목은 섬뜩하게도 ’죽은 자기 모습 관찰하기‘인데, 바로 죽은 사람처럼 분장한 작가 자신을 찍은 것이다. 문리 감독은 “어린 시절 동족 간의 전쟁으로 죽어가는 어른들을 보고 자란 작가의 상처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현재 군부가 응게 레이 작가를 사찰하고 있어 작품을 공수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한다. 군부의 눈을 피하느라 외국 웹사이트를 통해 작품을 건네받았다 하니 미얀마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미얀마 작가 응게 레이의 작품, 죽은 자기 모습 관찰하기 Ⓒ오병종
▲미얀마 작가 응게 레이의 작품, 죽은 자기 모습 관찰하기 Ⓒ오병종

문 감독은 “아직도 아시아에는 과거 식민지 상황에 버금가는 폭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에는 폭력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비판적 시각과 무력감이 담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대만 작가 위앤 광밍의 설치작품 '거주(Dwelling)'
▲대만 작가 위앤 광밍의 설치작품 '거주(Dwelling)'

’대만의 백남준‘이라 불리는 미디어아티스트 위엔 광밍의 설치작품 <거주(Dwelling)>은 거실에 모여있는 평온한 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더니 한순간의 폭발로 모든 것은 산산조각나며 흩어져버린다. 한 순간의 비극적 체험으로 일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내면에 자리한 폭력성 또는 위험을 드러내고 있다.

불확실한 사색을 인간의 신체를 빌어 기록한 정복수 작가의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정복수 작가는 몸의 추억에 대한 기록이자 생리적 실존에 기초한 명상들을 재조립해서 조형적으로 표현한다. 의식의 경계를 넘어 무의식으로 관자를 인도하는 정복수 작가의 회화는 우리가 겪게 되는 불편한 감정들의 경계를 희미하게 지우면서 제3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2전시장을 감상하고 난 관객들은 어쩌면 무거운 마음으로 전시장을 나설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을 해소시켜 줄 작품들이 1전시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관객들은 발걸음을 멈추지 마시길.

▲제2전시장 내부
▲제2전시장 내부
▲리홍보 작가의 설치미술을 체험하는 관람객
▲리홍보 작가의 설치미술을 체험하는 관람객
▲중국 작가 리홍보의 작품 '포탄' ⓒ오병종
▲중국 작가 리홍보의 작품 '포탄'
▲ 전시장 내부  ⓒ오병종
▲ 전시장 내부 ⓒ오병종
▲ 은탕 作 (인도네시아)  인식 VS 현실–기억풍경
▲ 은탕 作 (인도네시아) 인식 VS 현실–기억풍경
▲ 서용선 作, 포츠담회담, 동학농민운동
▲ 서용선 作, 포츠담회담, 동학농민운동
▲ 3일 개막식 광경
▲ 3일 개막식 광경
▲ 3일 개막식 광경
▲ 3일 개막식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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