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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인 것

2021여수국제미술제 온라인 지면 전시④
여수의 역량 있는 작가 9인의 작품을 볼 수 있어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표현하고 싶은 세계를 자유롭게 나타내
숨은 보물 같은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은 덤, 사실에 기반한 작품으로 역사적 이해도

  • 입력 2021.09.21 17:07
  • 수정 2021.09.21 17:31
  • 기자명 오병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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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소개글
2021여수국제미술제가 ‘흐르는 것은 멈추길 거부한다’를 주제로 지난 3일 개막했다. 전시는 여수엑스포장 D관 4곳에서 실시되는 실내전시와 야외전시 등 총 5개 장소에서 이뤄진다.

팬데믹 시대에 전시관을 많이 찾을 수 없는 시민들을 대신해 여수넷통뉴스는 각 전시장을 한 곳씩 5회에 걸쳐 온라인 지면전시를 한다. 올해 미술제에는 주제전과 야외조각전, 여수 지역미술가 초대전, 그리고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가 참여한 코로나19 위기의 미술 이렇게 네 곳으로 나뉘어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네번째 글은 지역의 역량있는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D4관이다.

여수국제미술제를 방문하면 추진위원회가 추천한 지역 미술가 9인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들은 전시를 통해 저마다 개성있는 작품세계를 마음껏 뽐냈다.

지난해 2월, 봉준호 영화감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마틴 스콜세지의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고 고백했다. 

그의 표현처럼 '2021 여수국제미술제'에 전시된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체험과 감상에 기반하면서도 많은 관람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D4관에 전시된 여수 지역작가들의 작품은 가장 한국적이고, 지역적이면서도 보편적 역사를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김찬식, 가을의 구절초   ⓒ오병종
▲ 김찬식, 가을의 구절초   ⓒ오병종

김찬식 작가는 한옥 고유의 창살과 단청, 그리고 작은 천조각을 이어붙인 조각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한 폭에 담아냈다. 헝겊의 조각조각을 이어붙인 조각보는 우리나라 전통 규방공예 소품 중 하나다.

그의 작품 ‘가을의 구절초’, ‘숨결-꽃문’, ‘참나리’ 등을 본 관객들은 한국 전통문양의 아름다움을 회화에 녹여낸 작가의 실력에 작은 탄성을 내뱉을 것이다.

▲ 김찬식, 숨결-꽃문  ⓒ오병종
▲ 김찬식, 숨결-꽃문 ⓒ오병종

사찰과 궁궐에서 볼 수 있는 창살과 단청의 문양이 씨줄과 날줄처럼 작품을 가득 채우고 있다. 또한 가운데에 구절초와 참나리 등 한국 토종 식물을 배치해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규칙적인 문양이지만 다양한 색감으로 딱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 작가는 “우리 선조들은 천 조각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잇고 또 이어 하나의 실용적인 작품으로 탄생시켰다”며 “조각보는 자연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다양한 생활에 접목한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박금만, 불꽃(flame, 2021)   ⓒ오병종
▲박금만, 불꽃(flame, 2021) ⓒ오병종

여순항쟁 유족인 박금만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다. 박금만 작가는 여수와 순천의 역사적 상처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작가다. 사건이 발생한 현장의 지형과 의상 등을 철저한 고증 아래 반영해 거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더해 진실의 민낯을 들춘다.

작품 속 회색의 폐허가 되어버린 땅에 갑옷을 입은 한 여인이 나타난다. 여인은 쑥대밭이 되어 연기만 피어오르는 도시에 금속상자를 놓고 간다. 이 여인은 박금만 화가의 분신이다. 박금만 화가는 “희망을 찾을 수 없는 파괴된 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금속상자가 불꽃을 심어주길 바라는 의미”라며 “여인이 보내는 불꽃은 사실 70년전 그들의 정신을 내가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창훈, 夜  ⓒ오병종
▲이창훈, 夜  ⓒ오병종

강렬한 색감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창훈 작가의 회화작품도 눈에 띈다. 이창훈 작가의 작품은 한지 위에 분채로 색을 입혀 낯설면서도 친숙하다.

민화의 호랑이 위에 당차게 앉아 있는 삐에로, 콜라병을 지키고 있는 흑표범과 그 등에 올라타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 아이 등 예술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면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전통적 도상과 현재의 상황을 가감 없이 포착해서 거침없이 표현한 작품은 우선 그 화려함과 크기에 좌중을 압도하고 뒤이어 작가적 상상력으로 완성한 새로운 세계를 펼쳐보인다.

▲이창훈, Here and Now ⓒ오병종
▲이창훈, Here and Now ⓒ오병종

D4관은 지역작가 초대전답게 참여작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자유롭게 나타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관객들은 이 뜻밖의 선물에 잠시 어리둥절하겠지만 곧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다음 기사에는 대형 설치작과 정크아트, 조각작품이 전시된 야외공원을 소개한다.

▲이창훈, Here and Now  ⓒ오병종
▲이창훈, Here and Now  ⓒ오병종
▲박금만, 불꽃  ⓒ오병종
▲박금만, 불꽃 ⓒ오병종
▲박금만, 불꽃  ⓒ오병종
▲박금만, 불꽃 ⓒ오병종
▲김찬식, 참나리  ⓒ오병종
▲김찬식, 참나리 ⓒ오병종
▲김찬식, 구절초 향연  ⓒ오병종
▲김찬식, 구절초 향연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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