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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일상에 미술이 전하는 메시지

2021여수국제미술제 온라인 지면 전시③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로 한없이 어두워보는 미래
서른 명의 작가들이 그 안에서 발견한 한 줄기 희망

  • 입력 2021.09.20 11:07
  • 수정 2021.09.21 17:00
  • 기자명 오병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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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소개글
2021여수국제미술제가 ‘흐르는 것은 멈추길 거부한다’를 주제로 지난 3일 개막했다. 전시는 여수엑스포장 D관 4곳에서 실시되는 실내전시와 야외전시 등 총 5개 장소에서 이뤄진다.

팬데믹 시대에 전시관을 많이 찾을 수 없는 시민들을 대신해 여수넷통뉴스는 각 전시장을 한 곳씩 5회에 걸쳐 온라인 지면전시를 한다. 올해 미술제에는 주제전과 야외조각전, 여수 지역미술가 초대전, 그리고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가 참여한 코로나19 위기의 미술 이렇게 네 곳으로 나뉘어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코로나19 위기의 미술’ 주제전이 열리는 D3을 소개한다.

그 무엇이든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없어 보이는 21세기, 과도한 욕심은 결국 질병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이 위기를 맞으면서도 사람들은 전과 같이 삶을 이어가려 애썼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이는 상처를 입고 쓰러져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지금, 미술은 과연 어떤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까. 3전시관 작품은 바로 이러한 질문에 대한 작가들의 대답이다.

▲김영채,최민영 작가, 인류세  ⓒ오병종
▲김영채,최민영 작가, 인류세  ⓒ오병종

김영채, 최민영 작가의 작품 ‘인류세’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아픔’을 겪는 지구의 모습을 담고 있다. 길쭉한 어항처럼 보이는 통은 플라스틱 물통과 뚜껑, 비닐로 된 과자봉지로 가득하다.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놀았을 플라스틱 인형도 들어 있다. 모두,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물건과 처음부터 버려지기 위해 만든 것들이다.

김영채, 최민영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변화하는 지구에서) 개인들이 각지에서 스스로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후대에 물려줄 지구를 위해 우리 모두가 ‘내 안의 의사’를 불러내라는 의미다. 여기서 의사는 플라스틱과 비닐로 얼룩진 지구를 깨끗하게 바꿀 우리 모두이다.

▲ 김영채.최민영 작가, 인류세  ⓒ오병종
▲ 김영채.최민영 작가, 인류세  ⓒ오병종

두 작가는 “후대들에게 우리가 한평생 누린 지구 위 태평천하의 삶을 물려줄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전했다.

한지 위에 그린 구본아 작가의 작품 ‘물(物)’은 좀처럼 보기 힘든 독특한 색채에 눈길이 간다.

▲구본아, 물(物) ⓒ오병종
▲구본아, 물(物) ⓒ오병종

먹과 채색으로 완성한 작품은 얼핏 신비로운 느낌도 주는데 여기서 작품 제목 ‘물’은 물질을 의미한다. 구 작가는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벽은 결국 자연의 산물로 느껴진다”며 그 이유로 “폐허가 되어가는 낡은 건조물이 지연회되어 가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인간과 도시공간과의 긴장관계가 허물어지는 것”이라 표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만남이 제한된 현실에서 자유로웠을 과거의 어느 한 지점을 상상한 작품도 전시됐다. 이권훈 작가의 ‘프랜시스 베이컨과 루시안 프로이드와, 서울에서’다.

거친 붓질로 완성한 작품 속 세 명의 인물이 보인다. 두꺼운 코트를 입은 이들 옆에는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마스크를 쓴 현대인이 서 있다. 두 남자가 한여름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누비는 현대인을 보며 어떤 말을 주고받을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이권훈,  프랜시스 베이컨과 루시안 프로이드와 서울에서 ⓒ오병종
▲이권훈,  프랜시스 베이컨과 루시안 프로이드와 서울에서 ⓒ오병종

이 작가는 작품설명에서 “현실적 만남이 제한된 지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73년 소호거리에서 자유롭게 친교를 나누는 그림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힘든 현실에 잠시나마 쉼 속 상상의 여행을 해 본다. 코로나19가 잠식되길 간절한 바램과 옛 친우를 나누는 향수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림속에 표현해보았다”고 전했다.

▲김효순. 언제, 어디서나(창조적 자신감!) ⓒ오병종
▲김효순. 언제, 어디서나(창조적 자신감!) ⓒ오병종

반대로 코로나로 어지러운 현실에서도 여전히 우리 곁에 숨쉬는 예술을 긍정적으로 표현한 작품도 보인다. 김효순 작가가 아크릴로 그린 ‘언제, 어디서나(창조적 자신감!)’ 이다.

나무패널 위에 아크릴로 그린 작품은 어두운 분위기 대신 푸른빛의 따스한 색감으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을 그려놓았다. 작가는 “코로나로 예술활동이 제한되고 있지만 여전히 예술은 살아있고 우리와 함께 숨쉰다”며 “전시관에 갇힌 예술이 아닌 일상 곳곳에 파고든” 창조적 작품을 자유로이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끝날 줄 모르는 긴 터널에서, 작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지 말라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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