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 온 설치미술가 김기희(61) 작가가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경고를 보내는 설치 작품을 선보여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4일부터 25일까지 여수 에그갤러리(관장 박성태)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댄싱 히어로’를 주제로 여행 캐리어 설치 작품 20여점을 비롯해 도마뱀, 부엉이, 어린 왕자 비행기 등 총 3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영화 죠스로 잘 알려진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경고를 보내는 작품과 작가의 서신이 작가노트 형식으로 공개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태계 파괴, 현실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 담아
김 작가는 죠스 영화 때문에 북미 전역에 상어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참사가 벌어진 일을 상기시키면서 이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작품 ‘스필버그의 고백’을 공개했다.
재활용 여행 캐리어와 와이어 매쉬를 이용한 ‘스필버그의 고백’은 길이가 3m에 가까운 상어 설치물로 바다 생물이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식인 상어와 고기라는 식용’으로 불리면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 작가는 “생태환경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살생 가까운 일을 죄의식 없이 자행하는 인류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며 “전시작은 생경함과 모호함보다는 사실적으로 표현해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도성마을의 상징인 축사 사료통에 설치돼 한센인정착촌 도성마을의 역사성과 장소성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인간의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살아 남은 상어에 대해 작가는 ‘댄싱 히어로’로 명명하고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탐욕의 희생양이 된 바다거북이, 갈치, 감성돔, 고릴라, 돼지, 과일, 농산물 등의 사연을 여행 캐리어를 통해 각각의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
에그갤러리 박정윤 큐레이터에 의하면 “작가는 4개의 중고 캐리어에 와이어 매시로 커다란 상어를 만들어 오해와 편견이 만든 병폐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김기희 작가는 누군가가 버리고 간 캐리어를 작가만의 사유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자칫 소각되고 말 중고 캐리어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캐리어로 재탄생한 것이다. ‘캐리어’라는 공간을 이용하여, 편견과 오해, 환경오염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 사회 전반의 심각한 문제를 다뤘다.
각각의 캐리어는 관람자에게 사유의 시간과 창의적인 시각을 부여하며 자유로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현대 미술의 한 영역인 설치 미술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그의 작품세계에서 공통된 주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공생(共生)이라 할 수 있다. 지구라는 외로운 별에서 같은 운명을 가진 생명은 생존이라는 먼 여정길에을 떠난다. 그 길에 나는 누구와 동행하는가. 전시회를 들른 관객들이 한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박성태 관장은 “김기희 작가 대표작 ‘스필버그의 고백’은 데미안 허스트가 1991년에 발표한 포름알데히드에 넣은 수조 속의 상어 작품이 연상됐다”며 “인간의 편견과 오해 속에 죽어가는 생태계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경종을 이색적인 캐리어 작품을 통해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 오프닝이 펼쳐지는 4일 오후 4시에는 도성마을의 애양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직접 캐리어 작품을 끌고 마을을 행진하는 퍼포먼스와 함께 상쇠 손웅이 이끄는 여수 삼동매구팀이 공연할 예정이다.
전시는 매일 오전 10시에서 오후5시까지(공휴일 제외)이고 입장권은 무료다. 도슨트 데이 등 자세한 전시 문의는 061)692-0240으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