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미술축제인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94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 가운데 개막식 만찬장에 전국 최초 한센병 회복인 정착촌인 여수 율촌면 신풍리 도성마을의 상징인 계란이 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만찬장에는 에그갤러리(관장 박성태 사진작가)가 운영위원들의 협찬을 통해 각국 예술인들에게 도성마을에 정착한 한센인들의 실태를 알리는데 열을 올렸다.
한센인 마을이라는 주홍글씨로 낙인찍힌 도성마을에서 둥지를 튼 에그갤러리는 예술을 통한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 단절되고 차단된 마을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 도성마을의 계란은 이들 한센인의 새로운 인생 출발과 함께 중요한 생계수단으로 닭을 키우면서 얻어진 유일한 바깥세상과의 연결되는 유일한 고리였다.
에그갤러리 자문위원장을 맡은 전 여수시의회 송재향 의원을 비롯해 박정윤 도슨트, 박규리 운영위원, 자원봉사자 박미경 씨는 만찬에 올려진 400개의 계란을 삶고 포장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율배식 형태로 차려진 만찬장에서 참가 작가들을 비롯해 스태프진들에게 도성마을의 계란을 알리고자 안내 전광판을 활용한 영문 안내와 직접 소통이 가능한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면서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과거 여수대학교에서 중국어학과(현 전남대 여수캠퍼스)를 전공한 박규리 운영위원은 전시에 참여한 중국 작가와 대화하며 도성마을의 사연과 계란에 담긴 의미를 전하는 데 일조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주제로 열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만찬장에 올려진 여수도성마을의 계란은 주제전에 걸맞게 노자 도덕경 8장에 올려진 최고의 경전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상선약수 上善若水
(상선약수,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하고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오)니라.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다투는 일이 없고, 뭇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문다.)
故(고)로 幾於道(기어도)니라.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깝다.)
특히 도성마을의 계란을 알려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한 인물은 비엔날레 참여 작가인 김기라 작가의 역할이 컸다.
2018여수국제미술제 예술감독을 맡은 바 있는 김기라 작가는 그 인연을 계기와 함께 에그갤러리가 문을 연 지난해 이후 도성마을을 그동안 12차례 방문하면서 그가 추구하는 실험 예술을 만찬장에 마을의 상징인 계란을 올리는 하나의 장을 연출했다.
이번 비엔날레는 7일부터 7월 9일까지 역대 최장기간인 94일간 진행된다. 전시는 세계 각국 79명의 작가들이 300여 작품을 선보인다.
이숙경(54) 예술총감독 (테이트모던 국제 미술 수석큐레이터)이 총괄하는 본전시와 유럽·아시아 등 9개국이 협업한 국가별 파빌리온 전시가 펼쳐져 도시 전체를 현대미술 축제의 장으로 변신시킨다.
전시는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 등 4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캐나다를 비롯해 네덜란드·스위스·이탈리아·이스라엘·폴란드·프랑스를 포함해 전시 상황인 우크라이나와 정치적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등 9개 국가가 참여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이이남 스튜디오·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동곡미술관·은암미술관·이강하미술관·10년 후 그라운드·양림미술관·갤러리 포도나무 등 광주 곳곳 전시장에서 자국의 미술 흐름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각국의 예술인들에게 맛의 고장 전남의 이름을 높이고자 전남도내 각지에서 생산 출하된 애호박과 바지락전, 지리산흑돼지바베큐, 5.18광주 민주화운동 주먹밥, 해남 삼산막걸리, 나주 제비쑥떡과 절긋대떡, 완도 다시마 부각 등을 비롯해 여수의 갓김치도 함께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