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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이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삶의 선택

아이들에게 이혼 사실을 언제 말해야 할까?
이혼은 잘못에 대한 결과가 아니며 선택이다
‘누구’ 때문이거나 ‘무엇’ 때문이 아니다.

  • 입력 2024.02.04 11:35
  • 수정 2024.02.04 11:36
  • 기자명 주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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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쌍 중에 한 쌍은 이혼을 선택한다  ⓒpixabay
▲두 쌍 중에 한 쌍은 이혼을 선택한다 ⓒpixabay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대한민국 혼인건수는 19만1,690건이며 이혼건수는 9만3,232건으로 집계되었다.

숫자적으로만 본다면 두 쌍 중에 한 쌍은 이혼을 선택하는 것으로 이혼이 특정한 문제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리는 최후의 선택이 아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삶의 선택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은 ‘정상’이라는 틀을 기준으로 이혼과 이혼가정을 바라보면서 기어이 문제를 찾아내고, 발생하지 않은 문제로 불안을 조장하기도 한다.

‘괜히 이혼했겠어?’
‘분명히 문제가 있을 거야!’
‘괜찮은척했던 거였네’
‘애들이 뭘 보고 자라겠어!’

이런 편견과 선입견은 어른이 아닌 선택권조차 없는 아이들이 온전히 감당하기도 하는데, 혜선 씨는 초등학교 때 부모가 이혼했으나 아버지의 사랑으로 인해 엄마의 부재를 크게 경험하지 못했음에도 단지 부모가 이혼했다는 이유로 불우이웃 대상이 되었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물론이며, 친구들, 주변 사람들까지도 혜선 씨가 힘들어할 거라 단정지으면서 불쌍하게 대하고, 그늘이 있을 거라고 확신해 버려서 사람들 앞에서 마음대로 웃을 수 없었다."

기철 씨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더 이상 엄마가 아버지에게 맞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평화를 얻었지만 사회의 눈초리에 시달려야 했다.

" ‘깨진 가정’, ‘편모가정’이라는 사회적 틀로 인해 자신의 인성과 꿈을 끊임없이 설명해야 했던 그 시절이 너무 싫고 이혼 자체보다는 이혼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에 받은 2차 피해가 더 아팠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약속하고, 결혼을 선택한 것처럼 이혼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이 끝났거나, 다 이상 가정을 유지하는 의미가 없어졌을 때 자유의사로 이혼을 선택한다. 다만 그 선택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자녀들이다.

자녀들에게 있어 부모는 온 우주이다. 부모가 이혼한다고 했을 때 자녀들은 우주를 상실하고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불안을 경험한다. 부모·자녀 사이에서 자녀들은 본능적으로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는데, 부모가 이혼할 때 그 두려움은 극에 달한다.

▲부모가 이혼할 때 자녀의 두려움은 극에 달한다. ⓒ pixabay
▲부모가 이혼할 때 자녀의 두려움은 극에 달한다. ⓒ pixabay

상처를 최소화하는 이혼은?

서로를 미워할 수 있지만 엄마 아빠가 그토록 미워하는 그 상대방이 아이들에게는 미워할 수 없는 엄마, 또는 아빠이기 때문에 이혼 전에 지나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 않고, 이혼 과정에서 상대방을 죽일 듯이 미워하는 것 역시 아이들은 힘들어한다.

서로를 죽일 듯이 미워하거나, 다시는 보고 싶지 않고, 볼 일 없다는 최종 결정이 아닌 아내로서 또는 남편으로 해야 할 역할을 그만하겠다는 합의와 선택이어야 한다. 즉, 서로에 대한 의무에서는 벗어날 수는 있지만 부모로서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충분한 합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혼은 결혼 결정보다 더 이성적인 상태에서의 온전하고 인격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 달라지는 이혼사유, 상담을 찾는 부부 많아져 ⓒpixabay
▲ 달라지는 이혼사유, 상담을 찾는 부부 많아져 ⓒpixabay

이혼을 어느날 갑자기 결정하는 부부는 없다. 이혼이라는 말을 꺼내기까지 참아왔던 시간과 감정을 먼저 알아주지 않는 한 이혼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이혼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못 한 게 뭐가 있냐? 그러는 너는 나한테 밥이라도 제때 차려줬냐? 내가 힘들다고 할 때 위로 한 번 해준 적 있냐?’라고 따질 게 아니라 ‘미안하다. 당신이 그렇게 힘들어하는 줄 몰랐다. 내가 무심했다. 당신에게 믿음을 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당신을 귀하게 대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라고 말해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최근의 변화는 이혼 결정 전에 상담을 오는 부부가 많아졌다. 대화다운 대화를 해보고 싶어서 오는 경우도 있고, 왜 이혼까지 오게 됐는지에 대해 구체화하기 위해 오는 분도 있다.

어떤 부부는 남들도 다 겪는 문제로 이혼까지 요구하는 상대방을 마지막으로 설득하기 위해 오는 경우도 있다. 이혼 사유 역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외도, 도박, 빚, 보증 등 서로에 대한 신뢰 및 경제적 문제가 이혼 사유의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소통이 되지 않아서, 성격 문제, 대리 효도 및 가정일 분담과 양육 방식 문제로 이혼을 결심하기도 한다.

▲아이를 속이고 있다는 미안함 ⓒpixabay
▲아이를 속이고 있다는 미안함 ⓒpixabay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혼을 선택한 부부들이 최종적으로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자녀이다.

자녀에게 이혼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처음부터 말해야 하는지, 아니면 끝까지 모른 척해야 하는지 시기와 적절성을 찾지 못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믾디다. 그들에게 왜 그런 걱정을 하는지 물어보면 대부분 '주변에서 말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너무 늦게 말하면 아이가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아이를 속이고 있다는 미안함이 있다'고 말한다.

아이가 알아야 한다면 말해주는 것 역시 부모의 역할이지만 아이의 시간과 수준에 맞게 전달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아빠나 엄마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혼했는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도 자녀에 대한 사랑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부모의 이혼 앞에서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이혼 자체보다 이혼까지 오는 과정에서 부모의 다툼, 서로에 대한 원망과 함께 자녀를 짐처럼 대하고, ‘너만 아니었다면 결혼 같은 거 하지 않았다’는 원망의 말을 처리하지 못해 더 힘들어한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아이는 입을 다물고, 어떤 아이는 문제행동을 일으켜서 부모의 관심을 끌기도 한다. 또한 재결합의 환상을 가지는 아이들 역시 부모 이혼 후 달라진 환경, 태도로 인해 과거를 그리워하는데, 자신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말을 잘 들으면, 엄마를 덜 힘들게 하면 부모님이 재결합할지도 모른다는 ‘만약’을 가정하면서 행동과 감정을 제한하다가 환상이 깨지는 순간 참았던 분노와 설움을 폭발하기도 한다.

그러니 아이가 이혼에 관해 물어올 때는 '했다, 안 했다'가 아닌 이혼에 대한 아이의 생각, 감정, 걱정을 물어봐 주고 공감해 주면서 아이 스스로 ‘그래도 엄마, 아빠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 알아…. 그래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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