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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칼럼] 내 감정의 주인은 누구인가?

내가 만들어 낸 감정은 내가 알아줘야 한다
'너'때문이 아니라 '나'때문에 내가 힘든 것이다
감정 해소를 위해서는 '욕구'를 알아차려야 한다

  • 입력 2023.11.28 07:10
  • 수정 2023.11.28 07:28
  • 기자명 주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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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사이의 갈등은 누구의 잘못일까 ⓒ pixabay
▲ 부부 사이의 갈등은 누구의 잘못일까 ⓒ pixabay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설렘보다 두려움이 큰 지은 씨는 자신 때문에 남편이 화를 내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견딜 수 없이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남편 때문에 발생한 일인 만큼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서운함도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남편 역시 지은 씨로 인해 화를 참을 수가 없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 힘들고, 이대로 결혼하고 가정을 가꿔 나갈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이 두 사람의 갈등은 결혼을 앞두고 옛 남자친구를 만난 지은 씨 잘못일까? 아니면 자신을 너무 외롭게 만들어서 옛 남자친구를 만날 수밖에 없게 만든 남편의 잘못일까?

▲ 너 때문에 내가 변한거야 ⓒ pixabay
▲ 너 때문에 내가 변한거야 ⓒ pixabay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지은 씨의 경우처럼 타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아니, 타인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나를 외롭게 만들어서 술을 마시거나 다른 사람을 만났고
나를 화나게 만들어서 물건을 부수고, 너를 때릴 수밖에 없었고
나를 무시해서 너에게 돈과 힘으로 복수를 할 수밖에 없었고
나를 불안하게 만들어서 너의 핸드폰과 스케줄을 관리하면서 통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뭐가 문제가 되느냐고. 문제는 애초에 이런 문제를 만들어 낸 ‘너’가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니 변화가 필요한 건 알겠지만 ‘너’가 변하는 것을 봐서 ‘나’도 변하겠다고 조건을 달게 된다.

들어보면 충분히 납득이 되는 이런 이유로 인해 가해자도 억울해지고 피해자도 억울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힘이 있거나 목소리가 큰 사람에 의한 폭력이 만연화되고, 폭력을 사회가 승인해 주는 모양새가 만들어진다.

폭력 허용적인 문화, 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에게서 원인을 찾는 피해자 유발론, 그리고 ‘오죽하면 연인과 자녀를 때렸겠냐?’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분위기는 마약보다 더 치명적으로 우리들의 감정과 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있다.

▲ 외로움은 내가 만들어 낸 감정 ⓒ pixabay
▲ 외로움은 내가 만들어 낸 감정 ⓒ pixabay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저 멀리서 부장님이 오는 것을 보고 인사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서 인사를 했는데, 부장님이 인사를 받지 않고 지나쳐 가버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이 들까?

부장님이 역시 나를 미워하네.’
‘부장님이 나를 못 보셨나?’
‘부장님을 어려워하는 내 마음을 부장님도 눈치채신 건가?’

 

별별 상상을 하면서 화나고, 불안하고, 자책도 하게 된다. 심하게는 인사를 받지 않은 그 상황 하나로 부장님은 항상 저런 식이라며 일반화하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비합리적 신념을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사건이 감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낸 감정이 사건 안에서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외도하거나, 폭력을 행사한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에게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자신이 분명히, 정확히, 아주 똑똑히 경험했다는 그 감정은 Fact, 즉 사실이 아니며,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그 감정을 Real(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내 감정의 지시를 따를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남편이 매일 일만 하느라 경제적으로는 풍요했지만, 정서적으로 외롭게 만들었다는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리긴 하지만 외로움은 내가 만들어 낸 감정임을 먼저 알아야 하며, 사람은 누구나 혼자 태어나서 혼자 죽기 때문에 외로움(고독)은 평생 함께할 친구와 같은 것이다. 누가 있다고 외롭지 않은 건 아니며 또 누가 없다고 외로운 것도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외로움이라는 나의 감정을 알아주는 사람도, 그 감정을 위로해 주는 사람도, 해결하는 사람도 결국 ‘나’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화가 나는 상황을 이해하고, 조절하고, 다스릴 수 있는 사람도 ‘나’ 여야 한다.

▲건강한 관계를 지키는 방법 ⓒpixabay
▲건강한 관계를 지키는 방법 ⓒpixabay

가끔 타인 위주로 살아온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라는 말하는데, 다른 사람은 다 몰라도 본인은 다 알지 않냐고, 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감정의 구석구석까지 본인은 다 알고 있는데, 본인이 본인을 외면하면 누가 그 마음을 알아주겠냐고 질문을 하면 무척 당황한다.

"그렇네요. 나를 무시하고, 방치한 사람은 결국 ’나’ 였네요"

타인 때문에 만들어진 감정이기 때문에 타인이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해결해 주지 않아서 서운해하고 화를 키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감정이 밀려올 때는 이 감정이 맞나? 이 정도로 화를 내는 게 맞나? 상대방이 만들어 낸 것인가? 라고, 끊임없이 의심해 봐야 한다. 그리고 요리조리 돌려가며 자세히 보면서 비판해야 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사랑받고 싶구나, 그런데 사랑한다고 말해주지 않아서 서운했구나!"
"나는 퇴근할 때 아이들이 나와서 반겨주기를 기대하는구나, 그런데 아이들이 공부한다고 나오지 않으니까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구나!"
"부인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은데, 갑자기 약속 있다고 나가버리니까. 외롭다고 느껴지는구나!"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까를 고민해야 비로소 감정의 회오리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건강한 관계를 지키는 방법이다. 내 땅에는 내가 고랑을 내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고, 거름도 주고, 수확도 하는 것처럼 관계도 결국 농부처럼 내 마음 밭에 어떤 씨를 뿌리고 무엇을 수확할지 결정하는 사람이 ‘나’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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