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 아버지 너무 억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이 소원 풀어주세요, 한이 맺힙니다.“
이춘혁(90) 어르신은 살아생전 자신의 한 맺힌 소원을 풀어달라고 애원했다. 어르신은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유족이다.
여수 남면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제74주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가 2일 안도 이야포평화공원(이야포 몽돌해수욕장 내)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여수넷통뉴스 주미경 문화위원장의 사회로 식전행사와 국민의례, 내빈소개, 경과보고, 기록영상 상영, 인사말 및 추모사, 박정욱 명창과 여수시립국악단의 씻김굿, 헌화 등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양영제 작가 “진실은 그림자를 찢어버릴 때 드러난다”
이야포의 아픔과 고통을 처연하게 그려낸 ‘두 소년’의 양영제 작가는 “진실은 그림자를 찢어버릴 때 드러난다”라며 “마지막 생존자는 모진 세월을 통과했어도 여전히 그림자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라고 했다.
양 작가는 “미군기에 의해 원통하게 부모 형제를 잃고도 말 한마디 못하고 살아온 세월이었다”라며 “이야포· 두룩여 학살 사건 추모제를 민관이 합동으로 지내오는 4년 동안 우리는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 있는가. 아니면 그림자를 찢어버리지 못한 채 진실은 회피하고 그저 정치적 수사에 의한 위로만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기명 공동추진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이 두 사건(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은 ”아직도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억울함을 알리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라며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진실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후손으로서 우리의 의무이자 희생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심명남 추진위원장 “여수판 노근리사건이라 불리는 이야포·두룩여사건”
심명남 민간인 추진위원장은 “여수판 노근리사건이라 불리는 남면 이야포·두룩여사건은 1950년 8월 3일과 9일 여수시 남면 안도 이야포 해상과 두룩여 해상에서 미군 전투기의 폭격으로 250여 명의 피난민과 우리 지역 어부 수십 명이 희생된 민간인 집단학살사건”이라며 “여수시와 이야포미군폭격사건 민간인위령사업추진위원회는 안도 이야포 평화공원과 화태리 독정마을에 추모비를 건립해 참혹했던 그 날의 참상을 알려 왔다”고 했다.
이어 “작년 여수MBC는 미국국립문서보관청(NARA)에서 이야포·두룩여를 폭격한 기록이 담긴 <미공군 최종임무보고서>를 찾아냈다. 미 공군이 피난민과 조기잡이 어부들을 폭격한 결정적인 스모킹건을 확보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국가기관인 진화위가 나서 '진실의 문'을 열어야 할 차례다. 아울러 정치권과 지역민들이 힘을 모아 이야포·두룩여사건 특별법 제정과 미군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 내는 그날까지 우리 함께하자”라며 말을 맺었다.
주철현 의원 “이야포와 두룩여 역사 바로 설 때까지 함께 하겠다”
주철현 국회의원은 <여수넷통뉴스>에 보내온 추모사에서 “74년 전 이곳 이야포와 두룩여에서 벌어졌던 미군폭격사건은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생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라며 “앞으로 이야포와 두룩여 역사가 바로 설 때까지 저 주철현이 언제나 함께 하겠다”라고 했다.
조계현 국회의원도 이야포와 두룩여 아픔에 대한 영상메세지를 보내왔다.
백인숙 시의장은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유해 발굴 보조사업 선정을 요청하겠다. 시정부에 희생자들의 유해 발굴 및 피난 침몰선 추정 선박 인양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겠다”라며 “진실이 밝혀지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일 도의원은 ”유족들에게 힘이 되도록 전라남도 의회에서도 앞장서 나겠다“라고 전했다.
정태수 상임이사 ”처음 행사에 참여했는데 뜻깊고 의미 있는 하루였다“
여천농협 임원들과 함께 자리한 정태수 여천농협 상임이사는 ”처음 행사에 참여했는데 뜻깊고 의미 있는 하루였다“며 ”행사 관계자분들의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왔다.
서울에 본사를 둔 바로뉴스 엄길수 대표와 박헌영 여수농협조합장도 함께해 추모식을 빛냈다.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박근호 대장과 회원, 꽃사모 회원들도 자리했다.
여수MBC 특집 방송 <폭격 그날의 진실>을 토대로 한 기록 영상이 상영됐다. 영상에서 강경아 시인의 이야포 시를 서혁신씨가 작곡해 노래한 ‘이야포’ 추모곡이 잔잔하게 흘러나와 참석자들의 마음을 숙연케 했다.
이번에 첫선을 보인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서도소리 배뱅이굿 보유자인 인간문화재 박정욱 명창의 서도소리가 울렸다.
이어 여수시립국악단의 씻김굿 공연도 이어졌다.
한편, 지난해에는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위령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정기명•심명남)가 8월 3일 ‘남면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73주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에 이어 9일에는 ‘두룩여 희생자 추모비 제막식’을 가져 그 의미를 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