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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특별기획] 여수 사도, 해안가 따라 해국 활짝 피어...가을 정취 더해

수만 년 세월 자연이 빚은 ‘지질박물관’에 가다
타포니·공룡 발자국 등 다채로운 경관에 탄성이 절로

  • 입력 2025.11.05 05:25
  • 수정 2025.11.05 07:29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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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들이 사도 해변에서 해국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조찬현
▲ 사진작가들이 사도 해변에서 해국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조찬현

여수 화정면 사도는 이름 그대로 모래가 쌓여 형성된 섬이다. 사도를 중심으로 추도, 중도, 증도(시루섬), 장사도, 나끝, 연목 등 일곱 개의 섬이 물이 빠지는 4~5월에는 하나로 이어져 독특한 해안선을 이룬다.

지난 29일 찾은 사도는 해안가 퇴적층을 따라 산자락에 이르기까지 해국이 활짝 피어 가을 정취를 더했다. 해안가 거친 환경에서도 꿋꿋이 잘 자라는 해국의 꽃말은 ‘변치 않는 사랑’, ‘그리움’ 등의 의미를 지녔다.

▲ 낭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사도와 추도를 오가는 태평양해운 대형카훼리3호를 타고 사도로 간다. ⓒ조찬현
▲ 낭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사도와 추도를 오가는 태평양해운 대형카훼리3호를 타고 사도로 간다. ⓒ조찬현

다양한 지질 현상 한눈에...‘바다 위의 지질박물관’

하지만 이 아름다운 섬이 과거에는 물이 귀해 주민들의 고생이 정말 많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갯바위에 고인 빗물이 빨래터로 쓰였다고 박근세 사진작가가 말해준다.

“옛날엔 비가 오면 갯바위에 고인 물로 빨래를 했어요. 먼저 온 아낙들이 자신의 빨랫감으로 자리를 찜하곤 했죠.”

이처럼 물이 귀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섬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다.

▲ 바닷가 갯고둥이 그린 작품이다. 볼수록 신비롭고 아름답다. ⓒ조찬현
▲ 바닷가 갯고둥이 그린 작품이다. 볼수록 신비롭고 아름답다. ⓒ조찬현
▲ 갯바위에는 거북손과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조찬현
▲ 갯바위에는 거북손과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조찬현

최근 사도는 국내 지질학자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으로, ‘바다 위의 지질박물관’으로 불린다. 이곳 섬은 바위 표면이 풍화작용으로 인해 벌집 모양으로 패인 타포니(Tafoni), 파도와 자갈이 만들어낸 마린 포트홀(Marine Pothole), 마그마가 땅속 틈을 타고 올라 굳은 암맥(Dike) 등 다양한 지질 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사도 인근에서는 공룡 발자국 화석 3,500여 점이 발견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중생대 당시 이 지역이 호수였으며, 공룡들이 물을 마시러 오면서 남긴 발자국이 굳어 화석이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 수평선 너머의 가을 해변에는 그리움이 가득하다. ⓒ조찬현
▲ 수평선 너머의 가을 해변에는 그리움이 가득하다. ⓒ조찬현

사도의 절벽과 암석은 오랜 세월의 침식과 퇴적이 교차하며 형성된 자연 조각품이다. 어떤 바위는 사람 얼굴을, 어떤 곳은 화산 활동 시 응회암으로 형성된 곳으로 이구아나를 빼닮았다.

“섬도 사람과 같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보이지 않던 게 보이죠.”

현재는 상수도가 들어와 예전처럼 물 걱정을 할 필요는 없지만, 사도는 여전히 바람과 파도, 그리고 시간이 만든 자연의 예술품으로 남아 있다.

파도 따라 모래와 자갈이 바뀌는 ‘신비의 섬’

▲ 여수 사도 장기순 이장은 섬의 매력과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조찬현
▲ 여수 사도 장기순 이장은 섬의 매력과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조찬현

여수 사도 장기순 이장은 섬의 매력과 숨은 이야기를 전했다. 사도는 ‘신비의 섬’이라 불린다며 이는 바람과 파도에 따라 해안의 모래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독특한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섬 전체가 백사장이었어요.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면 자갈로 덮였다가, 또 시간이 지나면 자갈이 사라지고 다시 하얀 모래사장이 드러났죠. 그래서 ‘신비의 섬’이라 부릅니다.”

▲ 화산 활동 시 응회암으로 형성된 이구아나를 빼닮은 이구아나 바위다. ⓒ조찬현
▲ 화산 활동 시 응회암으로 형성된 이구아나를 빼닮은 이구아나 바위다. ⓒ조찬현

사도는 일곱 개의 섬이 이어진 지형으로, 그중에서도 증도(시루섬)와 장사도가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증도에는 거북을 닮은 바위가 있어 ‘거북바위’로 불린다. 장 이장은 “문헌에는 없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난중일기’ 속 개이도가 지금의 이 지역으로 전해진다”며 “이순신 장군이 전투 훈련을 하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사도 뒤편 바위 절벽에는 타포니 지형과 얼굴 모양의 바위가 있어 꼭 한 번 가보시길 바란다”며 “나는 그곳을 ‘천엽 바위’라고 부릅니다. 정말 기가 막힌 곳이에요.”라며 웃었다.

장 이장은 “사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바람과 파도, 그리고 시간이 함께 만든 작품입니다. 한 번 오면 다음에 꼭 다시 찾게 되는 곳이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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