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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특별기획] 여수 개도 즉흥 공연 “눈물 나, 이런 느낌 처음이야.”

개도 섬과 바다 선상 위에서 만난 클래식 선율
바이올린 이은주, 클래식기타 박두규 씨의 연주

  • 입력 2025.11.10 05:55
  • 수정 2025.11.10 07:28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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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백야도에서 개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바이올린 이은주, 클래식기타 박두규 씨의 즉흥 선상 공연이 열렸다. ⓒ조찬현
▲ 여수 백야도에서 개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바이올린 이은주, 클래식기타 박두규 씨의 즉흥 선상 공연이 열렸다. ⓒ조찬현

6일 여수 백야도에서 개도로 향하는 배 위. 잔잔한 물결 위로 클래식 선율이 흐른다. 사진작가 김광중 씨가 개도 가는 선상에서 공연(일명 G선상의 아리아)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에 즉석에서 연주회가 시작됐다.

선상은 잠시 작은 음악당으로 변했다. 이어 들려온 ‘섬집아기’와 ‘섬마을 선생님’의 멜로디는 섬으로 향하는 이들의 마음을 적셨다.

“눈물 나, 이런 느낌 처음이야.”

한 승객의 목소리가 잔잔히 울려 퍼졌다.

바이올린은 이은주, 클래식기타는 박두규 씨의 연주였다. 두 사람의 즉흥 합주는 섬을 향하는 여정에 따뜻한 감성을 더했다. 가을 햇살처럼 부드럽고, 바다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자유로운 공연이었다.

▲ 여수시 화정면 개도리 모전마을 몽돌 해변이다. ⓒ조찬현
▲ 여수시 화정면 개도리 모전마을 몽돌 해변이다. ⓒ조찬현

모전마을에 울린 선율, 파도와 몽돌이 박수를~

개도 모전마을에 닿자, 몽돌밭에서 다시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섬집아기’가 이어지고, 클래식기타가 화답하자 바다에는 금빛 윤슬이 반짝였다. 그 순간, 파도는 박수를 보내기라도 하는 듯 쏴아~ 소리를 내며 내닫는다.

몽돌이 깔린 해변이 관객이 되어, 연주자와 함께 음악에 호흡을 맞췄다.

▲ 여수시 화정면 개도리 모전마을 몽돌 해변에서 바이올린 이은주, 클래식기타 박두규 씨가 합주를 하고 있다. ⓒ조찬현
▲ 여수시 화정면 개도리 모전마을 몽돌 해변에서 바이올린 이은주, 클래식기타 박두규 씨가 합주를 하고 있다. ⓒ조찬현
▲ 개도 모전마을 몽돌 해변의 갯바위에서 바이올린 이은주, 클래식기타 박두규 씨가 합주를 하고 있다.  ⓒ조찬현
▲ 개도 모전마을 몽돌 해변의 갯바위에서 바이올린 이은주, 클래식기타 박두규 씨가 합주를 하고 있다.  ⓒ조찬현

이어 들려온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는 가을 바다의 정취를 한층 짙게 만들었다.

“가을 파도가 답하는 듯했다.”

갯가 몽돌밭에서 현장을 지켜본 한 관객의 말이다.

파도와 몽돌의 박수는 음악이 끝난 뒤에도 한참이나 멈추지 않았다.

쓰레기로 덮인 갈대밭, 그리고 다시 찾은 평온

▲ 여수시 화정면 개도리 모전마을 갈대밭에는 쓰레기들이, 몽돌 해안 가장자리에는 쓰레기를 태운 자국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찬현
▲ 여수시 화정면 개도리 모전마을 갈대밭에는 쓰레기들이, 몽돌 해안 가장자리에는 쓰레기를 태운 자국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조찬현

그러나 마을 앞 갈대밭에는 뒤섞인 쓰레기들이, 몽돌 해안 가장자리에는 쓰레기를 태운 자국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섬의 아름다움과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었다.

누군가 “이런 풍경은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이전에 꼭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주가 끝난 뒤, 연주자들과 일행은 갯마을식당에서 섬 밥상으로 점심을 즐겼다.

곰삭은 전어밤젓과 꽃게살을 넣어 버무렸다는 배추김치에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뚝딱 비워냈다. 개도 막걸리 한잔이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 여수 화정면 개도 빈집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조찬현
▲ 여수 화정면 개도 빈집에서 길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 ⓒ조찬현

청석포의 바다는 푸르다 못해 옥빛으로 빛났다

박근세 사진작가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청석포의 바다는 푸르다 못해 옥빛으로 빛났다.

바이올리니스트는 그곳 바위 무대에서 ‘홀로 아리랑’을 연주했고, 저 멀리 갯바위에 강태공은 윤슬을 보석인 양 낚아 올렸다.

▲ 이은주 바이올리니스트는 청석포 바위 무대에서 ‘홀로 아리랑’을 연주했고, 저 멀리 갯바위에 강태공은 윤슬을 보석인 양 낚아 올렸다. ⓒ조찬현
▲ 이은주 바이올리니스트는 청석포 바위 무대에서 ‘홀로 아리랑’을 연주했고, 저 멀리 갯바위에 강태공은 윤슬을 보석인 양 낚아 올렸다. ⓒ조찬현

청석포의 가파른 데크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이곳, 청석포 해변 너른 바위에 닿는다. 그 길의 끝에서 파도, 윤슬, 그리고 음악이 샘물처럼 흘렀다. 가을 햇살과 클래식 선율이 어우러진 섬의 오후, 그곳에서 펼쳐진 즉석 공연 속에는 ‘여수의 낭만’이 있었다.

청석포 해변은 숨은 보석이다. 검은 몽돌과 옥빛 해변이 어우러져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다.

돌아오는 길 배 위에서 박근세 작가는 “섬(개도)이 개의 두 귀를 닮았다”고 말한다. 하여 뱃머리에서 멀어져가는 개도 풍경을 살펴보니 천제산과 봉화산의 양쪽 봉우리가 영락없는 개의 두 귀를 쏙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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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 2025-11-10 08:36:31
6일은 무척좋은 날 이었네요.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 탈렌트 연출 조연출 관객, 개도의. 정넝이담긴 점심 개도 막걸리 모두 환상적 이었어요. 아쉬운건 이런 좋은날 관객이. 넘쳤어야.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