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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고장은 현장에서 해결하는 몽골운전사

[몽골여행기3] 한국인이 몽골에서 자동차 정비업을 한다면?

  • 입력 2018.07.06 10:50
  • 수정 2018.07.06 12:06
  • 기자명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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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알타이 답사단의 12일간(6.17~6.28)에 걸친 여행기를 연재합니다. 사막과 초원의 바다를 건너 거친 대자연이 어우러진 성스러운 땅 몽골! 척박하고 불편한 땅에 살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는 유목민들. 우리 민족의 뿌리를 찾기 위해 3000㎞ 이상의 긴 여정을 함께한 34명의 답사단 이야기 세번째입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공동게재 기사입니다

 

자동차가 고장나면 즉석에서 수리하는 몽골운전사들 ⓒ오문수

몽골알타이 답사단 34명이 12일간 몽골서부를 돌아본 거리는 3000㎞가 넘는다. 일행이 돌아본 거리를 계산해보니 1000㎞는 포장도로이고 2000㎞는 비포장도로였다. 몽골에서 차를 타고 여행한 날짜가 열흘이니 평균해서 하루 300㎞를 달렸다. 

아침 식사 후 8시 반에 출발해 목적지에 도착해보면 밤 9시가 되거나 늦은 날은 자정 무렵이 되기도 했다. "유적답사단이니까 고생을 각오했지만 이렇게 고생할 줄 몰랐다"며 불평하는 분도 있었다.  

몽골알타이 답사대장인 안동립 대표가 운전사들 앞에 지도를 펴놓고 오늘 가야할 길을 설명하고 있다 ⓒ오문수
몽골사막은 거의 대부분 고운모래가 아니어서 차가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앞차가 달리며 뿜어내는 먼지는 각오해야 한다 ⓒ오문수

포장도로라고 해서 한국의 도로를 상상하면 큰 코 다친다. 군데군데 패이고 아스팔트가 깨져 나간 도로를 피하느라 운전사는 곡예운전을 한다. 아스팔트 도로를 달린다고 안심하고 졸던 필자는 목뼈를 다칠 뻔했다. 

34명이니까 푹신한 관광버스 한 대면 충분할 거란 생각은 한국도로 기준이다. 초원에서 텐트를 치기도 하고 게르에서 숙식하기 위해 텐트와 침낭 및 반찬을 가득 담은 짐을 싣기 위해서는 4륜구동 벤이 제격이다. 일행을 위해 몽골여행사가 준비한 차가 6대나 됐다.

답사단의 몽골여행을 책임질 저리거씨는 "운전을 잘하는 베테랑 운전사를 선발하기도 했지만 만일을 위해 정비에 능한 운전사를 선발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17년간 살다가 본국에 돌아와 여행사를 차린 저리거씨가 한국에서 살았던 이야기를 전해줬다.

"한국에서 17년 사는 동안 한국에서 살고 싶었어요. 한국에 있는 동안 무역과 식당을 하면서 부동산하는 사장한테 돈을 빌려줬지만 일부만 돌려받아 돈이 없어 귀국했어요. 귀국해보니 너무나 달라져서 당황했습니다. 길도, 시스템도요. 제일 중요한 것은 일자리가 없어 일 년 정도 놀다가 인쇄소에서 일하는 동안 신익재 사장님의 권유로 여행사를 시작했어요. 한 달 밖에 안 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젖먹던 힘까지 내서 밀어라! 알타이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자동차 바퀴가 헛돌자 모두 나서 밀었다. ⓒ오문수
답사단을 안내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사람들. 몽골 유명관광지 차강노루 앞에선 저리거(왼쪽) 저리거 부인, 신익재씨 ⓒ오문수

 

몽골 비포장도로를 쌩쌩 달리는 푸루공... 몽골 비포장도로의 강자

러시아 군인용으로 만들어진 푸루공은 몽골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전천후 강자다. 잔고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힘이 좋아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고도 웬만한 트럭만큼 짐을 실었다 ⓒ오문수
3조 차량이 사막 와디에 빠져 일행이 함께 밀었으나 꼼짝하지 않자 푸루공이 밧줄을 연결해 끌어내고 있다 ⓒ오문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4륜구동 자동차가 언덕을 올라가다가 미끄러지기도 하고 진흙탕에 빠져 바퀴가 헛돌면 모두 내려 뒤에서 밀어야한다. 뒤에서 미는 동안 바퀴가 뿜어내는 흙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고비사막에도 양은 적지만 비가 내린다. 사막에 비가 내리면 와디가 생긴다. 와디(wadi)는 건곡이라고도 하는 지형으로, 사막에 있으며,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다가 큰비가 내리면 홍수가 되어 물이 흐르는 곳이다.

필자가 탄 자동차를 운전하는 바이거가 폭 1m쯤 되는 와디를 무시하고 건너다 뒷바퀴 하나가 허공에 떴다. 일행이 내려 힘을 합쳐 밀어도 꿈쩍않는다. 해결사는 러시아산 자동차 푸루공이다. 푸루공에 밧줄을 걸어 뒤에서 끌어당기자 와디에서 쑥 올라왔다.

러시아 군용으로 만들어졌다는 푸루공은 구조가 단순하고 잔고장이 적어 정비가 쉬운 편이다. 전차에 비견될 만한 힘을 가졌다는 푸루공은 뭉툭하게 생겨 멋진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푸루공은 에어컨도 파워핸들도 없는 순수한 기계식이다. 험한 도로와 물을 만나도 거침이 없다.

뒷좌석에 아홉명이 타고도 웬만한 트럭만큼 짐을 싣고 달렸다. 일행이 답사를 마치고 늦게 출발하면 푸루공은 짐을 싣고 미리 목적지에 도착해 밥을 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가 여의치 않아 목적지에 먼저 도착해 답사단이 오기를 기다리기 위해 고비사막으로 먼저 떠난 푸루공이 사막에서 고장난 오토바이 옆에서 난처해하는 노인부부를 만났다.

길가다 고장 난 차가 있으면 가던 길을 멈추고 도움 주는 몽골 인심

사막에서 오토바이가 고장나 2시간 동안 기다린 노부부의 오토바이를 고쳐주는 푸루공 운전사 바인졸(맨왼쪽).  고맙다며 휑하니 먼저 간 노부부의 오토바이가 절벽길 앞에서 푸루공이 위험에 빠질까봐 기다리고 있었다. 몽골인심을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오문수

바인졸은 러시아제 푸루공 운전사다. 말수가 별로 없지만 항상 미소를 짓는 바인졸. 마음씨 좋은 한국 시골 이장을 닮은 그는 답사단이 먹고 잘 음식과 매트 전기밥솥 등 자질구레한 것들을 싣고 다니는 운전사다. 푸루공을 운전하는 그가 고비사막 한가운데서 고장난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2시간 넘게 구원자를 기다리는 노부부 앞에 차를 세웠다. 

바인졸이 온갖 공구가 구비된 푸르공 속에서 공구를 들고 부속이 망가진 오토바이를 20분 만에 고쳐줬다. 옆에서 할아버지를 다그치던 할머니 얼굴이 펴지며 입을 열었다. "바야를라-"

도움을 쿨~하게 주고받는 모습을 본 신익재씨가 "너 노인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해서 고맙다. 우리 답사단이 복받을 거다"라고 하자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몽골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아요"라며 겸연쩍어 했다.

사막을 벗어나 산길을 접어드는데 그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커브를 돌자 낭떠러지가 나타났고 그곳에 고장난 지프가 길을 막고 있었다. 모르고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 할아버지는 푸루공이 사고나지 않도록 알려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네 시골 인심과 닮은 몽골에 가슴이 뭉클했다. 문득 떠오른 생각하나. 나눔은 주고받을 때 아름다운 것.

몽골초원길과 사막은 달리면 길이 된다

점심시간에 사막에서 세찬 바람이 불자 차들이 빙둘러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오문수
몽골남자들은 적당히 나온 배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운전사와 함께 동료(가운데)가 누구배가 더많이 나왔나 내기하는 모습. 여행의 피로를 가시게 하는 장면이다    ⓒ오문수

일행이 탄 차가 비포장도로를 달릴 때면 나도 모르게 온몸을 비틀어야 한다. 움푹 패이고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고비사막을 달리는 자동차는 앞차가 간 길을 가기도 하지만 때론 새로운 초원으로 달려가야 한다. 앞차 바퀴가 모래를 깊이 파 달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외부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단속하지만 고운모래가 날아 들어와 카메라 작동을 멈추게도 한다. 

필자가 탄 3호차가 끝없는 초원길을 달릴 때 밑바닥이 덜컹거려 일행이 불안해했다. 목적지인 바얀홍고르에 빨리 도착해야 하는데 길을 찾아 헤매다 밤 8시가 넘어 도착했다. 텐트를 치려는 데 사막쥐들이 판 쥐 굴이 사방에 널려있다. 동행했던 윤승용 박사가 걱정했다.

하늘 높이 날고 싶어라! 답사단이 적석총에서 탁본을 뜰동안 하늘로 날고싶은 욕망을 표현했다   ⓒ오문수
잘 달리던 차가 고장났다. 비포장도로를 너무 많이 달려 냉각수가 끓어올랐다. 운전수들이 차를 고칠동안 기다림에 지친 일행이 외쳤다. "집에 가고 싶어요!" ⓒ오문수

"13세기 몽골군들이 유럽을 쳐들어갔을 때 페스트를 퍼뜨려 유럽인들을 몰살시킨 주범이니 쥐 굴을 피해 텐트를 쳐야합니다. 몽골군은 사막쥐가 가진 페스트에 면역력이 있었지만 무방비 상태의 유럽인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어요."

이리저리 헤매다 쥐 굴이 적은 곳에 텐트를 치고 밥을 짓기 시작하니 밤 9시다. 3조가 밥을 다해놓고 운전사 바이거를 불러도 대답이 없다. 찾으러가니 다른 운전사와 함께 크랭크축을 분리해서 고장수리를 하고 있었다. 한 시간여를 망치로 뚱땅거리던 바이거가 다시 크랭크축을 결합해놓고 잠자리에 든 시간이 11시가 넘었다.

고비사막을 달리던 중 가장 많이 본 것들 중 하나는 찢어진 타이어였다. 그만큼 험난한 길이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오문수
밤 아홉시쯤인데도 자동차 크랭크축을 빼내 수리를 해내는 몽골운전사들에게 감동받았다. ⓒ오문수

바이거 부인은 아들과 함께 익산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항상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아는 두 가지 한국말 가운데 하나인 "아이고! 괜찮아! 아이고! 괜찮아!"를 외치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는 바이거 차에 탄 일행이 울퉁불퉁한 길에서 차가 흔들리며 차창에 부딪힐 때마다 "아이고!"를 말하거나 차가 고장나면 외치던 소리를 듣고 배운 소리다.

펑크가 나 타이어 수리를 해준 뒷 차가 안 보이자 백미러를 보며 "차없어? 차없어?"를 외치며 길가에 차를 세우고 뒷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차없어?"는 "뒷차가 안보이느냐?"란 뜻이다. 조수석에 앉아 고비사막을 건널 때 가장 많이 본 것 중 하나는 갈갈이 찢어진 자동차 타이어들이다.

일행의 차가 고장 나면 모든 운전사가 달려와 함께 고장수리를 하는 이들을 보며 든든하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한국인은 몽골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차리면 성공하지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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