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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섬사람 마음 연 자원봉사자의 '비결'

한섬에 7번, 섬마을 집중 수중정화 펼친 해양환경인명구조단
"바다가 아파요"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찾아가는 봉사'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섬복지사업단

  • 입력 2020.11.23 08:41
  • 수정 2020.11.23 09:46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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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여수 안도에서 해양환경인명구조단과 여수꽃사모,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회원 40여명이 수중정화와 해양정화 활동에 나섰다

해양환경인명구조단이 쏘아올린 작은 공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난쟁이 일가의 삶을 통해 화려한 도시 재개발 뒤에 숨은 소시민들의 아픔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70년대 서울의 무허가 판자촌이다.

급격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삶의 기반을 빼앗기고 몰락해 가는 도시 빈민들의 궁핍한 삶과 좌절된 꿈을 다룬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비판적으로 제시한 작품이다.

작가는 현실에서 상처를 입은 주인공을 ‘난쟁이’로 표현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난쟁이 가족인 아버지, 어머니, 영수, 영호, 영희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도시빈민 가족으로 어쩌면 소시민인 우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다.

혹자는 섬을 '낭만과 향수'로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가진자의 눈으로 보면 낭만이지만 가난한 사람은 섬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고달픔의 연속이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노년의 삶에서 섬생활은 춥고, 외롭고, 배고프다. 섬은 어쩌면 소외받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우리시대의 마지막 '난쟁이'일지도 모른다.

섬주민들은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는 않는다. 반면 한번 마음을 열면 모든 것을 다줄 듯 따스함과 정감이 넘친다. 그래서 섬사람들은 어쩌면 온돌을 닮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이런 섬주민들의 마음을 활짝 열어준 이들이 있다.

치워도 치워도 또 떠밀리는 해양쓰레기에 섬사람들은 지쳐있다. 하지만 마치 자신의 일처럼 팔 벗고 나선 이들은 다름 아닌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이들은 유명인도 부자도 아닌 묵묵히 자원봉사를 이어온 우리의 이웃들이다.

'찾아가는 봉사' 섬복지 특화사업

남면 안도에서 여수해양환경인명구조단이 펼친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는 기치를 내걸고 '플라스틱 NO! 일회용품 STOP!' 운동을 펼치고 있다. 수년째 수중정화 활동을 펼쳐온 여수해양환경인명구조단은 올해 여수 안도마을에 집중적으로 수중정화운동을 펼쳤다. 올해만 7번이다.

인명구조단 박근호 대장은 "아직도 바닷속에는 낚시꾼들이 버린 쓰레기가 너무 많다"면서 "어민들이 버린 폐어구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그는 뒤늦게 마음을 연 섬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도 어촌계에서 처음에는 색안경을 쓰고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지속적으로 수중정화를 해오니 지금은 마음을 활짝 여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입니다.

안도 방파제 낚시터 수중에는 아직도 쓰레기와 로프, 폐어구가 엄청 많아서 쓰레기 수거용 크레인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2일 여수 안도에서 해양환경인명구조단과 여수꽃사모,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회원 40여명이 수중정화와 해양정화 활동에 나섰다

22일 비가내린 가운데 해양환경인명구조단과 여수꽃사모,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사무소 회원 40여명은 수중정화와 해수욕장 해양정화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함께 7월, 10월, 11월 연이어 봉사활동을 이어왔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보건복지플렛폼사업의 하나인 섬복지특화사업으로 밑반찬 배달과 전등고치기를 비롯 이미용팀 함께 한다. 그리고 섬주민에게 오뎅과 붕어빵을 구워 대접했다.

마을주민들도 많이 달라졌다. 이날 한 마을주민이 이벤트를 준비했다. 직접 잡은 65cm급 자연산 광어를 내놓아 어촌계장님이 직접 회를 썰었다.

22일 여수 안도에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이 수중정화와 해양정화 활동에서 붕어빵과 오뎅을 굽고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신미경원장은 섬주민이 마음을 닫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옛날에는 뭍에서 섬으로 봉사활동을 오면 반갑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주민들이 육지에서 나온 봉사활동에 신뢰감이 가지 않는다고 느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마음을 닫은 거죠. 하지만 지금은

저희들이 어묵을 끓이면 당신이 어장에서 잡은 게를 직접꺼내와 국물에 넣어주면서 또와요? 라고 물어볼 정도로 신뢰감이 쌓였어요.

또 가족과 함께하는 인명구조단은 아이들이 아빠가 수중정화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봉사활동을 통해 건강한 가정을 꾸려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섬지역 보장협의체는 일주일에 한번씩 4개 섬마을을 돈다. 한 달에 한번 어르신들을 찾아뵙는 셈이다.

보건복지 플랫폼사업은 섬주민을 위한 특화사업으로 집수리와 밑반찬 배달, 전기수리 및 섬주민 건강증진을 위한 연계사업을 진행 중이다. 또 보건복지를 위한 이미용 서비스도 함께하고 있다.

섬주민들의 마음을 열어준 이들은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이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섬주민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은 난쟁이가 아닌 이시대의 '작은 거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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