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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 급물살... 진화위, 직권조사 실시

진실화해위원회·시민모임·강원도, 2일 간담회 통해 협력 다짐

  • 입력 2022.03.02 16:37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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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원회-강원도 관계자-납북어부 시민모임이 간담회를 열었다
▲진실화해위원회-강원도 관계자-납북어부 시민모임이 간담회를 열었다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에 급물살이 일고 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 정근식)는 지난 2월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4건을 진실규명한 데 이어, 1965년부터 1972년 사이 귀환한 선원 982명(109척)에 대한 직권조사에 착수했다.

정부 통계상 동해안 납북어부는 1,527명(165척)에 이른다. 이 가운데 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과 직권조사 결정으로 약 1,000명의 납북귀환어부가 명예회복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지난해 12월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와 시민들이 시민모임을 만들어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지난 2월 강원도의회는 전국 최초로 납북어부 지원조례를 만든 데 이어, 강원도가 피해자 찾기 협력을 약속하는 등 납북귀환어부 문제 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열렸다.

귀환 후 처벌과 사찰… 수년 후 간첩 누명 쓰기도

과거 동·서해상에서 조업 도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당하거나, 조업 후 귀항 도중 안개 등으로 인해 방향을 잃고 북한 지역으로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년까지 머물고 돌아온 납북귀환어부들은 불법적인 수사를 받은 후 국가보안법·반공법·수산업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았다.

이들은 귀환 직후 1차로 형사처벌을 받은 뒤에도 수사기관으로부터 지속적인 사찰을 받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다시 공안사건에 휘말려 2차로 처벌받은 경우도 많다. 납북귀환어부 개인뿐만 아니라 가족에게까지도 감시와 배제의 피해가 방대했다.

1987년 치안본부(현 경찰청)가 작성한 ‘납북귀환 선박 및 어부 현황’에 따르면, 1954년부터 1987년 사이 납북된 어선은 459척, 선원은 3,648명에 이른다. 그 가운데 동해안에서 납북된 어선은 165척, 선원은 1,527명으로 집계됐다.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규명과 대규모 직권조사 결정

2005년 출범해 2010년까지 활동한 1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직권조사 7건을 포함해 17건의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을 진실규명하고, 국가 사과와 재심 등을 권고했다. 현재까지 약 50명의 사건 관련자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월 8일 건설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과 풍성호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을 진실규명했다. 재출범 이후 인권침해 분야 첫 번째 진실규명 결정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1969년 5월 28일 귀환한 건설호와 풍성호 선원들을 수사기관이 불법 구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구타‧고문 등 가혹행위로 허위진술을 강요한 개연성도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군 보안대를 포함한 수사기관들은 형사처벌 이후에도 선원들을 지속 사찰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사찰보고서’ 등 자료를 입수해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했다.

이어 지난 2월 22일 대규모 직권조사도 결정했다. 1965년부터 1972년 사이 귀환한 선원 982명(109척)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1기 진실화해위원회 당시 납북귀환어부 직권조사 사건이 7건인 데 비하면, 직권조사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시민모임 출범 후 신청 증가… 강원도의회 ‘최초’ 조례 제정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 조사는 시민모임 출범을 통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이하 납북어부 시민모임)’ 창립총회가 열렸다.

납북어부 시민모임은 ‘피해자와 유족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목표로 △피해자 실태조사 △구술기록 △상담 등을 통한 트라우마 치료 △진상규명을 위한 법률 제정 활동 등을 해나가고 있다.

시민들의 활동은 진실규명 신청 증가로 이어졌다. 2월 현재 진실화해위원회에 접수된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 신청은 53건으로, 절반이 넘는 30여 건이 납북어부 시민모임 출범 전후로 접수됐다.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와 시민들의 목소리에 도의회도 화답했다. 지난 2월 17일 강원도의회는 ‘강원도 납북귀환어부 국가폭력 피해자 등의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납북귀환어부 지원 관련 조례가 제정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조례는 △납북귀환어부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을 통해 △재심 등을 위한 법률 지원 △심리 상담·치료 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 명예회복과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활동 근거도 명시돼 있다.

같은 날 강원도의회 의원 46명은 ‘납북귀환어부 국가폭력 피해 해결을 위한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건의문을 통해, 정부의 특별기구 설치와 국회의 특별법 제정을 요청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피해자 발굴 자체 조사 등 협력 약속

▲진화위 정근식 위원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화위 정근식 위원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납북어부 시민모임, 강원도의회가 납북귀환어부 진실규명을 위해 뜻깊은 성과들을 도출해가는 가운데, 강원도 역시 함께 발맞춰 나갈 것을 천명했다.

2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납북어부 시민모임 회원들을 만났다. 강원도청 통상상담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최 지사는, 납북귀환어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진실규명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피해자 찾기 △강원도 전 지역에 진실규명 신청 현수막 게시 등 홍보 협력 △피해자 증언 채록 사업 등을 진행하고, △조례에 따른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와 운영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문순 지사는 “진실화해위원회와 강원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과거사 정리를 위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모범적인 공조 모델로 만들어가겠다.”라며, “특히 이 같은 사례가 UN 인권이사회 보고서로 제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정근식 위원장은 “강원도의 협조와 지원 약속에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납북어부 시민모임과 강원도의회, 강원도의 뜻깊은 노력으로 맞이하게 된 진실규명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내실 있는 조사활동을 이어 나가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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