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사후활용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여수세계박람회장 공공활용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위원장 박계성)와 강문성 전남도의원, 강현태 여수시의원이 공동주최한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성공적인 공공활용을 위한 시민토론회’는 3일 오후 2시 여수세계박람회장 컨벤션센터 컨퍼런스홀에서 열렸다.
현재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운영 주체를 항만공사로 이전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며 오는 5월 16일 법적 절차가 완료된다. 박계성 위원장의 말에 따르면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여수세계박람회장 운영주체가 된다는 것은 그동안의 정부 매각 방침을 철회하고 산하기관을 통해 공공개발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있다”.
이날 인사말에서 박계성 위원장은 “오늘 토론회는 여수광양항만공사에 사후활용을 전부 맡길 것이 아니라 전남도와 여수시, 해수부가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며 “여수세계박람회장이 남해안남중권의 마이스와 해양관광 거점이 되도록 협력해 나가는 귀한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좌장을 맡은 이상훈 정부이관위원회 위원은 전남사회혁신네트워크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이상훈 이관위원은 “박람회법의 정신을 네 글자로 말하면 국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방치되어 왔던 박람회장을 국가가 책임지고 개발 및 발전시켜 박람회 주제 정신을 구현하라는 뜻이다. 오늘 토론회를 통해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이 어렴풋이 보이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 박람회장 활성화 의지와 투자방향성 명확히 제시해야
토론회는 주제발표와 지정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이어졌다.
먼저 전남대학교 최창호 교수가 ‘여수세계박람회장의 활성화와 공익성 증진을 위한 실천과제’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최 교수는 “박람회 개최 이전부터 이후까지 수많은 사후활용계획을 펼쳤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로 여수세계박람회장이 급변하는 관광 및 소비 변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점과, 관광 수요의 규모와 재원 조달 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큰 규모의 시설을 유치한 점 그리고 지역민과 상생하고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공익적 측면의 개발 계획이 부족한 점 세 가지를 들었다.
최 교수는 “여수세계박람회장이 공익적 요소와 수익적 요소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된 틀을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람회장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일부 구직의 현물 출자가 필요하고 또 현물 출자가 어려울 경우에는 추가 임대 또는 신규 투자로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여수광양항만공사는 박람회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와 투자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주길 바란다. 오는 5월 15일 이관 작업이 끝나면 오랜 논의가 이어질텐데 흐름이 바뀌지 않도록 처음부터 제대로 틀을 잡아야 한다. 지금은 박람회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만 환경적 변화로 흐름이 바뀔 수 있다.
그 공백기에 대응해서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박람회장 사후활용을 열심히 하더라도 수익성이 괄목할 만큼 좋아질 순 없다. 경영이 어려워질 경우 갈등을 해소할 시민소통 경로를 마련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을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앞으로 진행될 사후활용용역에는 여수 뿐아니라 통영, 거제 등 진남권역 12개 시군과 연대한 마이스시설, 그리고 정부 관광활성화사업을 연계해 진정한 남해안 거점도시가 되야 한다. 지난 10년과 같은 부족함이 생기지 않도록 모둔 시군이 협력해 첫 단추를 잘 꿰길 바란다”고 발언을 끝맺었다.
이어서 토론자 6명이 순서대로 지정토론을 이어갔다.
사후활용특별법 지정됐지만 전남 마이스관련사업 예산, 타 지역에 비해 적어
강문성 도의원은 “근시안적 대책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박람회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심도 있는 고민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문성 전남도의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주철현 국회의원 발의로 ‘여수세계박람회장 관리 및 사후 활용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되어 공공기관을 통한 박람회장 활성화에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전남은 2023년 마이스 관련 사업 예산이 2억원으로 타 지역에 비해 적은 금액이다.
강 의원은 “전남은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국제전시컨벤션센터가 없는데 전남도에서도 여수광양항만공사에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부족한 SOC를 확충하고 문화관광콘텐츠를 개발하고 고속도로 여수 연장, 여수공항활주로 연장, 국제선 부정기적 운항 등 대책마련을 강구하여 문화관광 컨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10년 전 GS칼텍스 사회공헌사업처럼 기업이 같이 한다면 해양관광산업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윤기 여수시 관광과 마이스산업팀장은 마이스 도시를 위한 국제컨벤션센터 건립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 팀장은 “관광객 양적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국제적 관심을 유도하고 질적 관광이 촉진되려면 국제컨벤션센터 건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해양수산부, 전라남도,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관계기관의 용역 추진 결과 모든 영역에서 국제컨벤션 센터 건립이 타당성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해양수산부는 여수항 크루즈산업 육성과 국제적 수준의 여객터미널 건설을 위해 작년 ‘여수항 종합발전계획 수립 연구 용역’을 추진했다. 용역 결과 박람회장 B부지에 국제여객터미널 건설과 입출국 통관 검역 등 정부 통합행정청사와 상층부에는 해양수산관련기관을 유치하는 집적화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 팀장은 “현재 용역 결과를 토대로 해수부는 제4차 전국항만기본계획 수정계획에 반영하려 하지만 여수시가 추진하는 컨벤션센터 부지 사용 측면에서 충돌하는 상황”이라 덧붙였다.
끝으로 최 팀장은 “여수 마이스산업 발전과 국제적 수준의 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해 해수부, 전남도, 여수시, 여수광양항만공사가 함께 건립방식과 재원마련 대책 그리고 운영 방안을 수립하는 데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공동주최자인 강현태 여수시의원은 여수세계박람회장을 국제해양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전했다.
강 의원은 “2012 여수세계박람회는 대한민국 해양자원의 우수성을 알리며 관광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여수가 국제해양관광거점도시로 한 단계 발돋움하려면 지난해 3월 시작한 해양수산부 ‘여수항종합발전계획수립 연구 용역 결과’를 정부 계획에 적극 반영토록 해, 제때 용역결과를 추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람회부지 활성화는 대규모 마이스시설 개발과 국제회의 개최를 추진하는 공공개발, 민간분야 콘텐츠 활용한 수익성 사업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대형 국제크루즈 입항을 대비한 기반시설 보완, 면세점 유치, 엑스포역 복합환승센터 운영을 통한 관광객 거점구역 형성 등 혁신적인 사업 추진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강 의원은 메타버스와 VR 등을 활용한 제2의 여수세계박람회장 가상공간 설치도 제안했다.
또한 강 의원은 “여수시는 도시발전 종합계획과 해양관광종합계획을 전문적으로 추진할 전담 조직 대책이 시급하고 여수광양항만공사가 박람회정신에 부합한 운영을 하도록 감시, 견제하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5년까지 박람회재단 상환 금액 약 3천억원... 분산 논의 필요
여수YMCA 김대희 사무총장은 ‘남해안 남중권과 상생하는 여수박람회장 공공활용의 방향’을 설명하며 대안을 제시했다.
김 사무총장은 “향후 여수세계박람회장 공공 활용 성공의 핵심은 남해안 남중권에서 찾아야 한다. 국제컨벤션센터나 크루즈항만, 신규 제반 시설도 200만명의 권역으로 다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수부와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시민의 바람을 이뤄줄 것이라 믿지만 이들이 공공활용 관점에서 벗어났을 때 바로잡아 주는 주체는 남해안남중권 소속 지자체다. 이러한 남해안 남중권의 이해 당사자들, 또 과거 2012 여수세계박람회 과정에 지혜와 힘을 모았던 분들이 박람회장 재개장과 운영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도록 설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 소속 백정원 이관추진단장은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장단기 개발방향과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백정원 이관추진단장에 따르면 해수부 산하 이관추진단은 현재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의 업무를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이관하는 방안과 그 과정에서 재산과 조직 형태를 결정하고 승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백정원 단장은 “내부에서는 공공개발 기본 목표는 육해상을 통합한 글로벌게이트웨이 조성, 그리고 국제적 관문도시로 위상을 적립하고 시민에게 복합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잘못된 계획을 실행하면 후손에게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중하게 접근하여 새로운 해양산업분야를 개척해 지역경제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해양수산부 김용태 해양정책과장은 신해양시대 여수광양항의 개발방향과 여수세계박람회장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발언했다.
김용태 과장은 “여수광양항만공사 이관은 남해안권과 여수권 해양관광산업 발전의 계기가 될 텐데 이 부분은 저희 부처에서도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주요 사업이라고 여기고 있다. 김영록 도지사님도 장관님과 면담하면서 자주 컨벤션센터를 언급하셨다. 이 부분도 사후활용마스터플랜에 포함하도록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과장은 “남해안남중권 상생발전 아이디어를 다양한 기관에서 전달해주시면 사업아이템 구상을 공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에 따르면 현재 여수광양항만공사는 이미 기능을 이관받아서 기획재정부와 협의 단계에 있다.
“기재부와 실무적으로 논의하는 상황인데 녹록지는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오히려 기존 인력을 감원하는 형식으로 운영되기 떄문이다. 지역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공공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현재 박람회재단에서 2025년도까지 상환해야 할 금액이 3,658억 남아 있다. 이를 갚지 않으면 향후 국가 투자에 제약이 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이날 방청석에서 토론회를 함께 지켜본 이창재 여수세계박람회재단 행정기획부장은 “재단 직원들은 걱정도 많지만 기대도 크다”며 “5월 15일 이전까지 올바른 방향이 설정되어 더 좋은 여건에서 일하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토론회 말미에 강현태 시의원은 여수세계박람회장 공공활용에 대한 여수시의 열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질의응답시간에 청중들은 예산편성과 사용에 관한 세부적인 질문은 물론, 세계박람회 주제정신을 계승하는 방안 마련을 요구하는 등 사후활용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이상훈 좌장은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에 대한 여수시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박계성 위원장은 준비한 성명서를 낭독했다. 성명서에서 여수세계박람회장 올바른 사후활용을 위한 명료한 방향설정 및 마스터플랜 수립, 안정적인 조직과 재원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전남도와 여수시, 국회의원, 시.도의회를 비롯한 정치인이 의무를 다 할 것, 중앙정부와 항만공사가 책임을 다하도록 적극 지원 및 견제,압박할 것, 마지막으로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소외받아온 남해안남중권의 미래가치를 제시할 거점으로 거듭나는 데 지역민, 민관, 기관이 협력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낭독이 끝나자 시민들은 다같이 성명서 채택에 동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