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어머니와 함께 전시하는 이른바 ‘모자(母子)전’으로 잘 알려진 정현영 작가가 여수 도성마을 에그갤러리(관장 박성태)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국내 최고령 화가로 널리 사랑을 받았던 어머니 故 김두엽 작가가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후 갖는 첫 개인전이라 각별한 의미를 더하고 있다.
‘까마귀-빛과 바람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6월 15일부터 7월 6일까지 3주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정 작가는 구상과 추상 등 30여점을 모두 신작으로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작품의 대상이 된 까마귀는 유년 시절부터 어머니와 함께 단 둘이서 살아온 정 작가가 가족 관계에서 겪은 편견의 고통과 폭력성을 상징하는 대상이다. 까마귀는 검은색이 아닌데 검은색으로만 보는 고정 관념과 편견에 의문을 던진다.
정 작가는 “어느 날 까마귀 등에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는데 단순한 검은색이 아니라 그야말로 오색찬란으로 빛나고 있었다”며 “ 까마귀를 검은색으로만 생각하는 것처럼 저 또한 ‘너는 원래 그런 놈’이라는 시선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그런 경험을 그림으로 마음껏 이야기 해보고 싶었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 몇가지 스스로 제한을 두고 ‘완성보다는 모색’에 방점을 뒀다. 기존에 물감을 파레트에 섞어 스케치한 캔버스에 정교하게 그리는 방식에서 탈피, 캔버스에 바로 그린 것이다. 물감은 오방색만 사용하고, 명암을 주지 않고, 형태에 집착하지 않는 것 등이다.
전통적인 그리기 방식에서 탈피한 작가는 “그림을 그린다기보다 덤빈거다. 마음껏 한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한 것 같다”며 “어떻게 완성될 지 예측이 안되고,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작업이지만 이 과정이 저에게 치유의 시간으로 다가왔다”고 고백했다.
작가는 추상 작업 ‘십자가’ 연작을 통해 자신에게 편견의 칼을 휘두른 이들에 대한 진정한 용서를 구하고 애도하는 마음을 담고 희망을 노래한다.
박성태 관장은 “보통 작가들은 개인전을 하면 신생아를 보여주는 데 정 작가는 마치 산모가 아이를 품은 채 산통을 느끼는 상태로 그대로 전시장에 들어 온 느낌이다”며 “완성보다는 끝없는 모색에 방점을 찍은 작가의 살아있는 인생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시 오프닝은 15일(토) 오후 4시이고, 광양시여성합창단이 특별 공연을 한다.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관람 문의는 061-692-0240. 오시는 길은 전남 여수시 율촌면 도성길 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