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 군내리항에서 배를 타고 일곱 번째로 닿는 섬, 송도(松島). 소나무 섬이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조선시대부터 국가가 직접 관리하던 특별한 섬이었다.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주목받는 송도 뱃길을 따라가봤다.
한 시간의 항해, 여섯 개의 섬
송도는 돌산읍에 딸린 섬으로 그 면적이 0.91km2, 해안선 길이는 5.8km, 인구는 2백여 명이다. 1990년대 초까지만해도 어민들은 ‘고대구리’라 불리는 소형기선 저인망 어업을 주로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소형기선 저인망은 완전히 사라졌으며 해상 가두리양식과 복합 어업 허가로 낙지와 도다리, 문어 등을 잡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군내리에서 송도까지는 직선거리로 10분이면 닿을 거리다. 하지만 여객선 한려3호는 월호, 독정, 대두라, 나발, 월전, 횡간 등을 경유하며 천천히 다도해를 가른다. 지난 17일이다.
한 시간여의 항해는 지루함이 아니라 선물이 된다. 2층 선상에 올라 바다를 바라보면 여섯 개의 섬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아스라이 지나간다. 예상치 못한 꿈결 같은 다도해 여행이다.
하얗게 변한 섬, 새들의 왕국
송도에 가까워지면 작은 무인도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주민들이 '똥섬'이라 부르는 장구섬이다. 공식 명칭보다 솔직한 이 이름은 섬의 현재를 정확히 설명한다.
수십 년 전부터 터를 잡은 하얀 왜가리 떼와 작년부터 급증한 가마우지 떼가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새들의 배설물로 인해 섬의 소나무들이 고사할 정도지만, 주변 양식장의 풍부한 먹잇감 덕분에 이곳은 거대한 '식량 창고'가 되었다. 한 주민은 "오후에 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 하늘이 안 보일 정도"라며 섬의 독특한 생태적 장관을 전했다.
"올라가면 다 보여버려" 몬당에서 바라본 세상
마을 초입, 장작불에 그을린 주전자에서 따뜻한 물을 부어 커피를 타주는 어르신을 만났다. 섬의 명소를 묻자 주저 없이 '몬당'을 꼽았다. 몬당은 산마루를 뜻하는 옛 지명이다.
"예전에는 땔감 하느라 나무가 없어서 사방이 훤히 보였는데, 지금은 나무가 우거졌어도 올라가면 섬 전체와 남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요, 그 경치가 기가 막히게 좋아.“
청보리와 방풍나물이 자라는 들녘 너머로 바다가 펼쳐진다. 언덕배기 마른 풀밭에는 누렁소가 한가롭다. 따사로운 겨울 햇살 아래 비움이 있는 섬마을의 풍경은 하나하나가 정겹게 다가온다.
조선 수군의 뿌리, 금산의 역사
송도가 단순히 아름다운 섬이 아닌 이유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 소나무는 궁궐 건축과 군선 제작에 필수적인 전략 자원이었다. 국가는 중요한 소나무 군락지를 '금산(禁山)'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했다.
동행한 전문가는 "순천부의 금산으로 기록된 송도가 바로 이곳으로 추정된다"며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단단한 송도의 소나무가 판옥선과 거북선이 되어 조선의 바다를 지켰다"고 설명했다. 작은 섬이 국가 안보를 책임졌던 것이다.
섬 투어 상품화, 가능성과 과제
현재 군내리에서 출발하는 한려3호는 하루 5회 운항한다. 순방향과 역방향을 번갈아 가며 군내리를 기점으로 송도, 월호, 독정, 대두라, 나발, 월전, 횡간 등을 순회한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지만,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 코스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사진작가 김광중 씨는 "아침의 일출, 낮의 윤슬, 저녁의 일몰까지 시간대별로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며 섬 투어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대비해 해설사가 동행하는 3시간 내외의 유람선 상품을 개발한다면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주민들은 최근 급증한 고라니 떼가 공들여 키운 방풍나물 등 농작물을 훼손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섬 투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생활권 보호와 함께 탐방객을 위한 둘레길 정비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조선의 소나무가 지키던 작은 섬 송도. 역사의 무게와 생태의 신비, 그리고 주민들의 삶이 공존하는 이곳이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새로운 섬 투어의 메카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