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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꼰대'냐, '청춘'이냐, 그 기준은...

우리 부부도 오늘만큼은 청춘

  • 입력 2020.08.16 20:28
  • 수정 2020.08.16 21:10
  • 기자명 김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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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주식장이 펼쳐진 서재의 컴퓨터에서 종일 에어컨도 안켜고 업무를 보는 남편의 일상

한여름 푹푹 찌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더워도 책상 앞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남편, 남편 방에는 에어컨이 없다. 아니 있어도 에어컨을 켤 사람이 아니다.

남편은 팥빙수와 함께 여름을 난다. 여름하면 팥빙수, 팥빙수하면 남편이 떠오를 정도로 팥빙수 광이다. 그래서 딸아이가 팥빙수 기계까지 사주었지만 팥을 삶는 번거로움, 얼음을 얼리는 번거로움을 몇 번 경험하고는 밖으로 나가 사 먹기로 했다.

팥빙수도 먹고 더위도 식히기 위해 카페로 갔다.  가재도 잡고, 또랑도 치우고.... 그런데 우리 남편은 집에서든 밖에서든 음식 앞에서는 입만 벌리며 기다리기 일쑤다.

나는 남편에게 카페에 오는 남녀청춘들을 유심히 바라볼 것을 권했다.  주문한 차를 들고 가는 청춘들은 모두 남자들이다. 나도 남편에게 젊어지는 법을 권유했다. 주문한 차를 남편이 가져오면 그때부터는 나이 먹은 꼰대가 아니라 '청춘’이 된다고 말했다.

착한 남편, 좋은 남편은 몰라서 못했지, 하기 싫어서 안하는 일은 없다. 진동벨을 가지고 왔지만 벨이 울리고 불이 켜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나는 남편을 부추겨 “팥빙수가 당신을 불러요”라고 말했다. 

여전히 카페에서도 '주식'관련 노트와 씨름한다.

이젠 나도 좀 우아하게 의자에 앉아 팥빙수를 기다린다. 이런땐 왠지 나도 청춘인 듯 대접받는 '여친' 기분이 든다.

우리는 카페에서 더위를 식히면서 오후 나절을 보내기로 했다. 남편은 자다가도 찾는 주식 노트를 가지고 테이블에 앉았고, 나는 키보드에 내 이야기를 풀어내며 메모를 했다. 구석진 곳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있는 '청춘'이 보인다.

우리도 그들 속에 섞여 문화공간으로서의 카페를 경험한다.

오늘만큼은, 우리도 청춘이다.

오늘은, 앞으로 살아갈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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