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여순특별법 제정보다 중요한 '개정', 무엇이 빠졌나

주철희 역사학자, 갤러리노마드 특별강의
위원회 운영의 성패는 시행령 제정이 좌우해
특별법이 제정됐다는 사실에 만족해 시행령에 관심없는 여수시
공무원이 아닌 민간전문가가 법을 제정하도록 시행령에 명시해야

  • 입력 2021.10.17 22:43
  • 기자명 전시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갤러리노마드 여순항쟁 기록전 특별강의에 참여한 시민들
▲갤러리노마드 여순항쟁 기록전 특별강의에 참여한 시민들

지난 6월 제정된 여순특별법의 의의와 한계를 짚어보는 자리가 여수에서 마련됐다.

17일 오후 ‘여순항쟁의 기록’전이 열리는 갤러리노마드에서 주철희 역사학자는 ‘여순특별법의 진실을 듣다’라는 주제로 특별강의했다. 강의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사전예약한 25명만 참여했다.

강의 주제는 지난 1948년 10월 22일 여수극장에서 열린 대강연회 ‘구국의 부르짖음을 듣자’에서 따온 것이다. 이날 주 박사는 정부와 지역사회가 여순사건의 화해와 상생을 논하기에 앞서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박사는 “여순특별법이 통과된 것만으로 지역사회는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지금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법 개정에 힘써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과된 법안이 초기 법안과 어떤 점이 다르며 문제점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주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통과된 여순특별법에는 기존의 법안에서 적힌 ‘반란’ 이라는 단어가 삭제됐으며 ‘부당한 진압명령’이라는 문구 중 ‘부당한’ 이라는 단어가 제외됐다.

▲주철희 역사학자가 여순사건의 정의를 설명하고 있다
▲주철희 역사학자가 여순사건의 정의를 설명하고 있다

해당 단어가 삭제된 이유로 주 박사는 “명령을 내린 국가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점은 제주4.3항쟁이 ‘소요사태’라고 정의된 것과 다르다. 주 박사는 “지역사회는 국가와 치열하게 싸워서 여순특별법에 여순사건이 국가의 잘못임을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주 박사는 “여순특별법의 제정 목적은 ‘진상규명’과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이라며 “위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특별법이 통과되었다고 화해와 상생을 말하는 여수시는 김칫국부터 미시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 박사는 ‘위원장이 위원을 임명하거나 위촉할 때 정치적 중립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문구 역시 잘못됐다고 말했다. 주 박사는 “타인의 정치적 중립성을 판단할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법에서 이런 문구가 들어간 것은 여순특별법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여순특별법의 또하나의 특징은 직권조사다. 국가는 사건이 73년 전에 발생한 점을 고려해 피해자와 목격자를 찾아내기 불가능한 점을 기정사실화, 직권조사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즉, 국가가 여수 전 지역을 조사해 피해자를 찾아내겠다는 것이다.

또한 여순특별법에는 ‘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법령이 있는데 이는 “사무처 등 조직을 만들 때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하겠다는 의미”라고 주 박사는 말했다.

▲여순특별법안의 내용
▲여순특별법안의 내용

올해 7월 대통령이 공포한 여순특별법은 내년 1월 21일부터 시행되며 이후 위원회가 꾸려져 실질적 활동에 들어간다. 현재 행안부는 여순특별법 시행령 초안을 완성한 상태지만 여수시는 시행령 제정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 박사는 “여순특별법안은 시행령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는데 여수시는 이 시행령 제정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주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여순특별법 제정을 제주와 똑같은 형태로 공무원이 담당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주 박사는 “실무위원회를 전문성이 없는 공무원에게 맡기면 4.3특별법과 같은 문제점이 초래될 것”이라며 “공무원이 아닌 민간전문가가 맡도록 시행령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순특별법 제정 과정
▲여순특별법 제정 과정

이외에도 주 박사는 여순특별법에서 관련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조항이 빠진 점, 진상보고서에 가해자의 이름을 명시할 수 없는 점, 조사가 미비할 경우 2년 이상 연장하도록 하는 법안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부족한 부분으로 꼽았다.

주 박사는 “어떤 법이든 만드는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누더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여순특별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국가진상보고서에 여순항쟁을 기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작가 5명이 참여한 갤러리노마드 ‘여순항쟁의 기록’ 전시전은 이달 29일까지 열린다.

▲여순항쟁 기록 전시전
▲여순항쟁 기록 전시전
▲ 라이프지에 실린 여순항쟁 사진을 박치호, 문경섭, 박동화, 손정선, 심근우 5명의 지역작가가 그림으로 옮겼다
▲ 라이프지에 실린 여순항쟁 사진을 박치호, 문경섭, 박동화, 손정선, 심근우 5명의 지역작가가 그림으로 옮겼다
▲ 라이프지에 실린 여순항쟁 사진을 박치호, 문경섭, 박동화, 손정선, 심근우 5명의 지역작가가 그림으로 옮겼다
▲ 라이프지에 실린 여순항쟁 사진을 박치호, 문경섭, 박동화, 손정선, 심근우 5명의 지역작가가 그림으로 옮겼다

 

저작권자 © 여수넷통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