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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여순 항쟁’ 두 번의 말 줄임표, 이제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역사연구자 주철희 박사와 함께한 ‘1948 여순 항쟁의 길’
“너무 뜻깊은 하루였어요, 여순 항쟁에서 희생되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싶습니다”

  • 입력 2021.10.25 08:01
  • 수정 2021.10.25 16:05
  • 기자명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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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 만덕동 여순 항쟁 희생자위령비 뒷면에는 두 개의 말줄임표(……)가 있다. ⓒ조찬현
▲ 여수 만덕동 여순 항쟁 희생자위령비 뒷면에는 두 개의 말줄임표(……)가 있다. ⓒ조찬현

여순항쟁 희생자위령비 뒷면에는 두 개의 말줄임표(……)가 있다. 이 말줄임표는 여순 항쟁 미완의 상징이다. 이제는 진실을 밝힐 때가 되었다.

여순사건특별법이 지난 6월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1948년 10월 일어난 여수·순천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법안이다. 정식 명칭은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다.

이와 관련 한국 현대사 미완의 과제인 여순 항쟁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가 여수지역에서 다양하게 열렸다. 지난 19일에는 이순신광장에서 여수·순천 10·19항쟁 제73주년 합동위령제 및 추념식이 열렸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여순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우리가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결코 흘려보낼 수 없는 아픈 역사다”고 영상추모사에서 밝혔다.

여수시장(권오봉)은 “여수는 73년 전 여순사건의 발원지인 동시에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이다. 억울한 오명을 벗고 평화와 인권의 도시로 나아가며, 후손들에게 교훈으로 남기기 위한 기념공원 조성에도 모두의 뜻을 모아 가겠다”라고 말했다.

여순항쟁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여수에서 처음 열리는 추념식에 정관계 인사들이 남다른 관심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가 조화를 보내오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직접 추념식에 참석했다.

▲ 여수시 신월동 14연대 옛 주둔지 앞에서 역사연구자 주철희 박사가 1948 여순항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조찬현
▲ 여수시 신월동 14연대 옛 주둔지 앞에서 역사연구자 주철희 박사가 1948 여순항쟁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조찬현

이렇듯 여순항쟁에 대한 시각이 예전보다 확실히 달라졌다. 그렇다면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1948년 여순 항쟁은 무엇일까, 주철희 박사와 함께 ‘1948년 여순 항쟁의 길’을 걸으며 알아보자.

-여순항쟁(여수·순천 사건)은 무엇입니까

“1948년 10월 19일 제14연대 군인들의 봉기로 시작한 것을 일반적으로 우리는 여순 항쟁, 여순사건이라고 말합니다.”

-’1948 여순항쟁의 길을 걷다’ 목적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 부탁합니다

“오늘 이 행사는 이제 왜 봉기했는가, 그리고 왜 시민들은 항쟁했는가? 그래서 1948년 그 길을 걸으면서 그 당시의 우리 여수사람들이나 전남 동부지역 주민들이 갖고 있던 생각들, 그런 것들을 공유해 보고자 하는 것이 이번 답사의 목적입니다.”

사실관계를 통하여 분석과 설명이 이어진다. 14연대 주둔지 안내판이다. “14연대 군인들이 제주도에 가는데 명령을 받고 제주 4.3 출동을 거부했단 말입니다. 반란입니까, 아닙니까?” 안내판에 “14연대 군인들이 왜 봉기했는지 설명이 안 쓰여 있다”라고 했다.

▲ 역사연구자 주철희 박사가 미국 라이프 매거진의 사진작가 칼 마이던스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조찬현
▲ 역사연구자 주철희 박사가 미국 라이프 매거진의 사진작가 칼 마이던스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조찬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14연대 주둔지 지하벙커다.  ⓒ조찬현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14연대 주둔지 지하벙커다. ⓒ조찬현
▲ 여수 신월동에 있는 일본군의 군사시설 14연대 주둔지 지하벙커다.ⓒ조찬현
▲ 여수 신월동에 있는 일본군의 군사시설 14연대 주둔지 지하벙커다.ⓒ조찬현

여순항쟁은 1948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에서 존재했다. 여순 항쟁을 이해하려면 1948년 당시와 현재의 공간 개념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는 대체로 미국 라이프 매거진의 사진작가 칼 마이던스의 사진을 활용했다.

미군이 들고 있는 깃발에서 일본의 전범기인 욱일기의 잔영이 또렷하게 보인다.

“경찰만 친일파들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군대도 다 친일했던 사람들이 장악했습니다. 두 번째는 미군들이 서 있잖아요. 미군들이 14연대 깃발을 노획한 것입니다. 이 사진의 의미는 두 가지입니다. 미군들이 깃발을 들고 있는 장소는 14연대 본부중대입니다.“

▲ 여수 서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여순 항쟁 관련 안내판이다. ⓒ조찬현
▲ 여수 서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여순 항쟁 관련 안내판이다. ⓒ조찬현

여수 서초등학교를 찾았다. 어린 선수들이 야구 연습을 하고 있다.

”82밀리 포탄을 쏘면서 이렇게 했던 지점이 이 지점(여수 서초등학교)입니다. 27일 국군이 여수시를 점령한 날 여수 시민을 이렇게 전부 다 여기 학교에 집합시킵니다. 반란에 협조했거나 반란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이 운동장에서 색출하는 작업을 진행합니다. 여기에서 학살도 있었고 진압 토벌을 했던 군인들의 주둔지로 사용했던 곳이 여수 서초등학교입니다. 칼 마이던스가 아주 많은 사진을 남겨 놓습니다."

이곳 여수 서초등학교는  여수지역에서 민간인 학살이 실질적으로 발생 되었던 곳이다.

“협력자의 기준은 손가락질(손가락총)이었습니다. 손가락질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했습니다.“ 이는 서로 간의 이해관계 때문이었다고 한다. 덧붙여 ”개인적 감정들이 굉장히 많이 속출하게 됩니다. 우익청년단이 많이 가담했습니다.“라고 했다.

이번 답사에 함께한 이돈삼(전남도청) 씨의 말에 의하면 이와 같은 일은 인근 순천시 낙안면 신전마을에서도 있었다고 한다.

“1949년 어느 날, 다리에 총상을 입은 문홍주(14세)라는 소년을 마을 사람들이 도와줬다는 이유로 군인들은 소년이 가리킨 마을 사람들을 빨치산 부역자로 분류해 이들을 한 집에 몰아넣어 총을 난사했다”고 전한다.

▲  여수시 만덕동 149-3번지 바닷가다. 형제묘와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가 있는 근처다. ⓒ조찬현
▲ 여수시 만덕동 149-3번지 바닷가다. 형제묘와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가 있는 근처다. ⓒ조찬현
▲  여수넷통뉴스가 기획한 ‘1948 여순 항쟁 길을 걷다’ 답사 참가자들이 역사연구자 주철희 박사로부터 당시 상황을 듣고 있다.ⓒ조찬현​
▲  여수넷통뉴스가 기획한 ‘1948 여순 항쟁 길을 걷다’ 답사 참가자들이 역사연구자 주철희 박사로부터 당시 상황을 듣고 있다.ⓒ조찬현​
▲ 역사연구자 주철희 박사와 함께한 ‘1948 여순 항쟁의 길을 걷다’ 답사 참가자들이다 ⓒ조찬현
▲ 역사연구자 주철희 박사와 함께한 ‘1948 여순 항쟁의 길을 걷다’ 답사 참가자들이다 ⓒ조찬현

다음은 여수지역의 다양한 소식을 깊이 있게 전하는 <여수넷통뉴스>와 함께 한 ’1948 여순 항쟁의 길을 걷다’에 함께 참여한 분들의 소감이다.

-여수에 사는 심재희(관세사)씨다. 그의 답사 소감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느낌이 있고 전체적으로 진실을 많이 알렸으면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공부도 할 계획입니다.”

-광주에서 오셨다면서요, 본인 소개와 답사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광주 시민입니다. 김경미라고 합니다. 저는 멋모르고 그냥 동료를 따라왔거든요. 그런데 너무 뜻깊은 하루였어요. 여순 항쟁에서 희생되신 분들의 넋을 기리고 싶습니다.”

-광주 시민(이돈삼)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순 항쟁은요.

“여수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니까 무엇보다 여수 지역민들이 스스로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또한, 그러한 일에 지역 언론들이 제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한편, 이 행사(24일)는 올해로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여수넷통뉴스>와 <여수뉴스타임즈>가 공동 기획했다. ’1948‘ 여순 항쟁의 길을 걷다’는 역사연구자 주철희 박사와 함께했다.

그 여정은 제14연대 주둔지를 시작으로 벅수골, 서초등학교, 천일 고무공장, 충무동 로터리, 인구부전투지를 돌아봤다. 오후에는 충무동 로터리와 진남관을 거쳐 1차 전투지, 종산초등학교(현 중앙초등학교), 마래터널, 형제묘와 위령비 순으로 여순 항쟁의 발자취를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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