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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의 출발...화태도에 세워진 '두룩여 미군폭격사건 희생자 추모비'

9일 제막식에 위령사업 추진위원회와 여수시 관계자, 시의원, 진실화해위 관계자 참여
추진위원회, "미군의 만행을 드러내고 전쟁의 참화를 잊지 않기 위해 비문을 남기게 됐다”
유가족 김유광 목사 “오늘 추모비 제막식이 진실규명의 출발이라 생각한다"
진화위 김광동 위원장, "진실화해위원회 또한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 입력 2023.08.09 13:24
  • 수정 2023.08.09 15:14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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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룩여 미군폭격사건 희생자 추모비 제막식  Ⓒ조찬현
▲ 두룩여 미군폭격사건 희생자 추모비 제막식  Ⓒ조찬현

9일 오전 10시 여수 화태도에서 두룩여 미군폭격사건 희생자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한국전쟁이 한창인 1950년 8월 3일 여수 남면 안도 이야포 해상에서 피난선이 폭격당해 250여명이 희생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그후 6일 뒤 남면 횡간도와 금오도 사이 두룩여(문여) 주변 해상에서 조기낚시하던 어선들이 기총사격으로 무참히 사살당하는 ‘두룩여 참사’가 이어졌다.

두룩여 해상에서 발생한 폭격은 아무런 사전경고 없이 행해졌으며 당시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배에 탄 사람들은 모두 사망했고 바다로 뛰어든 어부들만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총에 맞은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 희생자 유가족인 김유광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조찬현
▲ 희생자 유가족인 김유광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조찬현

두룩여 미군폭격사건 73주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추진위원회는 “두룩여와 이야포사건 희생자 유족과 뜻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미군의 만행을 드러내고 전쟁의 참화를 잊지 않기 위해 비문을 남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태리 남면 독정마을에 세워진 희생자 추모비에는 박금만 화백의 작품 ‘철우(강철비)’ 와 사건 당시를 서술한 글이 담겼다.

이날 제막식에는 화태도 주민이자 두룩여 희생자의 아들인 김유광 목사도 이날 함께 했다. 김 목사는 “오늘 추모비 제막식이 진실규명의 출발이라 생각한다. 모든 분들이 마음을 합해 억울한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을 씻어주시길 바란다. 추진위원회가 유족을 만나고 관계기관에 건의를 하여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힘을 합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종기 부시장이 유가족 명예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조찬현
▲ 김종기 부시장이 유가족 명예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조찬현

김종기 부시장은 “이야포에서 벌어진 비극이 가시기도 전에 미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지역 주민들이 희생되었고 아직 진실은 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오늘 추모비를 통해 그 넋을 기리게 되었는데 11월 침몰선 인양이 마무리되면 진실규명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유가족 여러분의 마음을 헤아려 명예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심명남 위령사업추진위원장은 “두룩여 어민 20여명이 돌아가시고 여러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여수시의회 이야포특위의 제안으로 추모비가 건립되어 감격스럽고 아픔을 안고 살아온 유가족분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최근 여수mbc가 미군의 작전보고서를 입수했다는데, 이 문서를 바탕으로 진실화해위원회가 미군에 당당히 사죄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보고서를 작성해주시길 바란다. 또한 여기 계신 지역 정치인분들도 이야포 특별법 제정에 앞장서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성미 미군폭격사건 특별위원장은 “오늘 화태마을분들과 시 관계자. 진화위 관계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여기 모였다. 희생자 아픔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진상규명을 통해 파악할 것이며 유가족 김유광 목사님이 여기 오시기까지 험난한 길이 많았다. 누가 시작했느냐보다 마무리하는 주체가 더 중요하다. 여수시의회 특위를 포함한 80명은 명예회복에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 이옥남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이 김광동 위원장의 인사말을 대독하고 있다.  Ⓒ조찬현
▲ 이옥남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이 김광동 위원장의 인사말을 대독하고 있다.  Ⓒ조찬현

이옥남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은 김광동 위원장의 인사말을 대독했다. 김광동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두룩여 희생자 추모비가 세워지고 제막식을 올리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며 “여수시와 여수시의회가 추모사업 조례를 준비하여 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민간이 힘을 합한 것을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써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진실화해위원회 또한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 추모비 제막을 통해 여수가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번영을 꿈꾸는 공동체로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김영규 여수시의장은 추모사에서 “두룩여 미군폭격사건은 우리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가슴 아픈 비극 중 하나”라며 “무고한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한맺힌 죽음을 당했다. 73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서야 희생자 여러분들을 추모하게 되어 부끄럽다. 이제 우리는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전념해야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추모비를 마을에 세우도록 한 화태 주민분들께도 감사드리고 시의회 역시 화태도가 평화와 화해의 섬이 되도록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 주철현 국회의원은 유가족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찬현
▲ 주철현 국회의원은 유가족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찬현
▲ 헌화를 준비하는 추모비 제막식 참여자
▲ 헌화를 준비하는 추모비 제막식 참여자  Ⓒ조찬현

주철현 국회의원도 자리에 함께 했다. 주 의원은 “늦었지만 기념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 국회에서도 두룩여사건의 진상이 규명되고 희생자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윽고 우비를 입은 참여자들이 비석을 가리는 천을 걷어내자 추모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참여자들은 다함께 추모비 앞에 준비된 국화를 내려놓으며 희생자를 기렸다. 두룩여 미군폭격사건 희생자 추모비 제막식은 참여자 기념사진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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