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면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73주년을 맞아 여수시민들이 안도 해변에 모였다.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정기명, 심명남 공동추진위원장이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를 이끌었다. 오전 10시 몽돌해수욕장에 자리한 이야포 평화공원에 모인 참여자들은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의 넋을 기렸다. 특히 올해는 여수넷통뉴스 주미경 이사 겸 문화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의미를 더했다.
그간 여수시와 여수넷통뉴스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미군폭격사건의 참상을 파헤쳐왔다. 여수시의회 미군폭격사건 특별위원회와 시민추진위원회는 지난 4월에도 안도를 찾아 현장간담회를 열고 뒤이어 7월 여수시의회에서 이번 추모행사 준비를 위한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추모제는 박소은 소프라노와 바리톤 이중현의 축하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희생자를 위로하는 두 성악가의 공연은 참여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이어 여수시의회 이야포특별위원회 김채경 부위원장이 그간의 경과를 보고했다. 2018년 여수넷통뉴스 등 뜻있는 시민들이 나서서 추모제를 연 것을 시작으로 2019년 8월 3일 이야포미군폭격사건을 알리는 표지판 제막식이 시행됐다. 2020년 6월에는 박성미 여수시의원의 주최로 한국전쟁기 미군폭격 민간인 학살 진상을 파헤치고 명예회복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같은 해 8월, 추진위원회 주관 70주년 추모제에서 평화의 돌탑이 세워졌다. 이듬해에는 여수시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되어 평화와 인권 회복 기반이 마련됐다. 2021년에는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추진위원회가 구성, 엄길수 초대 위원장이 선임되어 현재 심명남, 정기명 공동추진위원장이 이끄는 현재에 이르렀다. 여수시의회 미군폭격사건특별위원회는 2023년 12월 말까지 활동할 예정이다.
경과보고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당시의 안타까운 참상이 담긴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에는 그간 수차례 진행된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추모제 관련 간담회와 충북 영동군 노근리평화공원 방문, 여수시의회 이야포특별위원회의 활동 모습이 담겼다.
이어 이야포와 두룩여 사건 증언자의 발언 영상이 상영됐다. 이춘혁 어르신은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간청했고 김유광 목사는 “늦게나마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일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어서 억울한 넋을 달래는 여수시립국악단의 추모공연이 시작됐다. 세 무용가는 추모살풀이로 희생자들의 안식을 기원했다.
추모사에서 정기명 공동추진위원장은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은 73년 전 한국전쟁에서 비롯된 깊은 상처”라고 설명하며 “수면 아래에 잠겨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진상규명을 통해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중에 이야포 침몰선 조사용역이 마무리되면 진상규명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년간 미군폭격사건 유가족분들은 외로운 길을 걸어오셨는데 오는 9일 두룩여 추모비 제막식이 이뤄지는 등 아픔을 치유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이야포 사건 다룬 '제2의 작은 연못' 영화 제작 제안
심명남 공동추진위원장은 “바로 오늘 3일 미군의 기총사격으로 희생된 250여분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16세 소년이 89세 노인이 되었지만 이춘혁 어르신은 아직도 어떠한 보상도, 사과도 받지 못하고 한맺힌 삶을 살고 있다. 여기 계신 정치인분들의 도움이 간절하다. 또한 70여명의 위령사업추진위원은 미군의 만행을 알리고 그날의 실상을 알리는 추모비 건립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MBC는 미군 국립문서보관청을 방문해 이야포 미군폭격 관련 의미있는 자료를 찾았다고 알려왔다. 노근리 학살사건이 영화 ‘작은 연못’으로 세간에 알려졌듯이 이야포두룩여 사건 역시 양영제 작가님의 ‘두 소년’을 바탕으로 한 ‘제2의 작은연못’ 영화가 제작되길 희망한다.
지역의 정치인들께서는 이야포두룩여특별법 제정에 앞장서주시고 진실화해위원회는 안도 이야포와 화태마을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는데 힘써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2026 세계섬박람회를 준비하는 여수시와 전남도는 이곳 안도가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도록 교육의 장을 마련해주시기 바란다.“
김회재 국회의원은 “73년이 지나도 명확한 진상이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이 사건이 우방인 미군에 의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더라도 반드시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의원은 “당장 불의가 이기는 것 같아도 결국 정의는 세워지기 마련이다. 추모제를 통해 불의가 무너지고 정의가 승리함을 확신한다면 진상규명과 합당한 명예회복이 이뤄질 것이다. 오늘 이 자리에 여러분과 다시 한번 평화의 씨앗을 심는 데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광일 전라남도의원과 강재헌 여수시의원은 “영문도 모르고 희생당한 분들은 오늘날까지 아픔을 참으며 살아오셨다”며 “하루빨리 특별법을 만들어 유가족을 위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주철현 국회의원은 직접 준비한 영상을 보내왔다. 주 의원은 “아픈 역사가 벌어진 지 73년이 흘렀다. 지역의 뜻있는 분들이 나서서 올해 지원사업 조례가 제정되어 뜻깊은 추모제가 마련됐다”며 “앞으로 이야포와 두룩여의 역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함께 하겠다”고 전했다.
73주년 추모제는 참여자 헌화로 막을 내렸다. 오는 9일 오전 11시에는 여수 화태도 화태공원에서 두룩여 희생자 추모비 제막식이 열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