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MBC의 순천 이전 협약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시민과 이해관계자를 완전히 배제한 채 극비리에 진행된 이번 협약은 ‘문화콘텐츠산업 투자’라는 미명 아래 이뤄진 전형적인 밀실야합이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처사이자 여수시민의 자존심을 짓밟은 행위다.
첫째, 기회발전특구의 취지가 심각히 훼손됐다. 본래 수도권 기업을 지방으로 유치해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제도임에도, 이미 지역에 뿌리내린 언론사가 ‘콘텐츠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특혜를 받는 것은 제도의 왜곡이자 편법이다. 여수MBC는 언론이라는 공적 책임을 방패 삼아 사실상 특혜 이전을 합리화하고 있다.
둘째, 언론 본연의 책무가 무너졌다. 공영방송의 지역 자회사로서 권력 감시와 시민 대변이라는 사명을 외면한 채, 스스로 이해당사자가 되어 순천시와 은밀히 거래를 맺었다. 이는 지역 언론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이며, 시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다.
셋째, 모회사 MBC의 행태는 더욱 기만적이다. 여수MBC는 여수를 떠나면서도, 정작 여수의 국제행사에서는 자회사 명의로 사업권을 따내 실속만 챙기고 있다. 이름은 지우고 이익만 챙기는 이중적 행태는 여수시민을 우롱하는 처사에 다름 아니다.
순천시 또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여순광 공동체를 강조해온 순천시가 이웃 지자체의 상실감을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이전을 추진한 것은 협력과 상생의 정신을 내팽개친 것이다. 노관규 시장은 “콘텐츠 허브”를 말하지만, 지역 간 신뢰를 무너뜨린 행정이 과연 미래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여수시민의 분노는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가 아니다. 이는 지역 정체성과 공영방송의 존재 의미를 지키려는 정당한 저항이다. 여수MBC는 지금이라도 이전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여수시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여수시민은 지역을 버리고 실속만 챙기려는 이중적 태도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가 여수와 순천의 갈등을 넘어, 공영방송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여수MBC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