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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떨기 꽃처럼 져버린 그들, "조속히 진실 규명 이뤄져야"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72주년 민간인희생자 추모
8월 3일 민관협력으로 추모제 열려...

  • 입력 2022.08.04 10:45
  • 수정 2022.09.20 09:50
  • 기자명 전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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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시립국악단의 ‘씻김굿’ 공연 ⓒ조찬현
▲ 여수시립국악단의 ‘씻김굿’ 공연 ⓒ조찬현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72주년 민간인희생자 위령사업추진위원회가 8월 3일 안도에 모여 희생자를 추모했다.

안도 이야포평화공원에 모인 참여자는 지난 1950년 8월 3일 이야포 앞바다에 잠든 피난민을 기렸다. 한국전쟁이 한창인 당시, 피난민은 정부의 명령에 따라 부산에서 배를 타고 통영과 욕지도를 거쳐 이야포 포구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후 도착한 미군기의 기총사격으로 피난선에 탄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했다.

여수시, 이야포 위령사업추진위원회... 민관협력으로 진행

▲심명남 이사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조찬현
▲심명남 이사장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조찬현

150여명에 달하는 피난민 외에도 횡간도 두룩여, 여자만 해상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어선 100여척이 미군폭격을 당했다. 이야포에서 살아남은 피난민들은 거제 피난민 수용소로 이송됐고 아직까지 폭격을 지시한 주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추모제는 그간 민간 주도로 이뤄지다 올해 여수시가 주최하고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위령사업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면서 민관협력으로 진행됐다. 추모식은 정기명 여수시장과 심명남 여수넷통 이사장이 공동 추진위원장을 맡았다.

오전 10시, 첫 순서로 민중가수 안철의 추모 공연과 추모비 제막식이 진행됐다. 제막식에는 지역 정치인과 여수넷통 관계자, 이춘혁 어르신이 함께 했다. 추모비에는 사건 진상규명을 통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분들의 넋을 편안하게 해드린다는 의미가 담겼다. 박금만 화백의 그림과 ‘심장에 새긴 이야포’ 글이 드러나자 참여자들은 모두 박수로 화답했다.

▲ 추모비 제막식 모습  ⓒ조찬현
▲ 추모비 제막식 모습  ⓒ조찬현

이야포평화공원에는 주철희 역사학자의 추모시가 적힌 표지판이 있다. 그 위에는 최병수 화백의 조형물 ‘하늘 꽃’이 세워졌는데 올해는 바로옆에 박금만 화백의 회화작품의 추모비가 세워졌다.

진실을 알리려는 작은 시작...추모제 5년

민관이 함께 하는 두 번째 추념식 경과보고는 박성미 시의원이 맡았다.

박성미 시의원에 따르면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은 2018년 7월 14일 여수넷통뉴스 엄길수 전 이사장과 심명남 현 이사장이 남면 안도 이야포마을을 방문해 이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내보내며 세상에 알려졌다.

2018년, 68년만에 첫 추모제가 열린 후 <여수넷통뉴스> <여수뉴스타임즈> <한국해양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가 공동으로 추모제를 이어갔고, 이같은 노력이 결실을 맺어 70주년인 2020년에는 평화탑을 제작, 지난해에는 ‘이야포 두룩여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통과됐다.

박성미 의원은 “8기 여수시의회에서 여수시미군폭격사건희생자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정 추진위가 구성되었다. 총 9명이 활동할 계획이다”는 말로 경과보고를 마무리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이춘혁 어르신이 당시 참상을 설명하는 모습과 유족의 안타까운 심정이 담긴 영상을 집중해서 시청했다. 이후 여수시립국악단 씻김굿 공연으로 희생자의 넋을 달랬다.

▲ 정기명 여수시장도 올해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추모제에 참여했다.  ⓒ조찬현
▲ 정기명 여수시장도 올해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추모제에 참여했다.  ⓒ조찬현

추모제에 참여한 정기명 여수시장은 “안타까운 역사의 현장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희생자분들의 넋을 기린다”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정 시장은 “하루빨리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와 인권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여수시는 위령사업 추진위, 시의회와 협력하여 진실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희생자의 안식을 기원한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심명남 추진위원장 역시 희생자 명예회복과 진실규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당시 피난선을 타고 온 이춘혁 어르신과 두룩여 김유광 목사님 유가족분들에게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강산이 7번이나 바뀌었지만 어떠한 진실도 규명되지 못했습니다. 망자의 명예회복과 합당한 보상, 그리고 미군의 사과를 받아내도록 시민분들께서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 진화위와 여수시와 전라남도에 3가지 추진사업을 주문했다. ▲ 진실규명된 유족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조속한 보상이 이뤄질것 ▲ 진실화해위원회는 전남도와 지자체에 희생자 위령사업을 위한 '평화공원 조성'을 강력히 권고할 것 ▲피난선으로 추정되는 이야포 수중 잔해물의 조속한 인양과 야산에 매장된 유해발굴에 나설것을 촉구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정근식 위원장도 지난해에 이어 다시 여수를 찾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유족 이춘송 선생님의 진실규명 신청을 계기로 해당 사건 재조사에 들어갔다. 

▲진실화해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이 헌화를 하고 있다.  ⓒ조찬현
▲진실화해위원회 정근식 위원장이 헌화를 하고 있다.  ⓒ조찬현

정근식 위원장 “이야포평화공원이 남도 대표 평화공원으로 거듭나야"

정 위원장은 “사건 조사 결과 희생자를 확인했지만 150명의 희생자가 각각 누구인지, 또 사건의 구체적 맥락은 확인해지 못했다. 8월 9일 발생한 두룩여 사건에서도 5명의 희생자를 확인했지만 나머지 사건의 진실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안타까운 결과를 전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직접 겪으신 분이나 목격자도 거의 돌아가셨고 관련 자료가 충분히 모이지 않았지만 다행히 피난선의 일부 잔해를 확인했다. 앞으로 새롭게 시정을 이끌 정기명 시장님과 시의원님들이 잔해를 인양하는 등 활동이 이어지며 이야포평화공원이 남도 대표 평화공원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추모사에 나선 김영규 시의장은 "무더운 여름이면 가슴이 먹먹했을 안도주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면서 " 72년전역사의 비극인 희생자들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작업에 여수시정부가 나설것을 촉구하고 시의회가 앞장서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김회재 국회의원은 "매년 이야포에 설때면 역사의 비극앞에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때로는 진실앞에 서는것이 두렵고 주저할때가 있었다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들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을것"이라며 "하지만 그 진실을 바로세우고 퍼즐을 맞추는 것이 우리와 미래세대에게 인권과 평화를 담보하는 것"이라며 특별법제정에 나설것을 약속했다.

당시 사건 목격자인 안도 주민 이사연 어르신도 추모제에 참여했다. 이사연 씨는 “72년 전 일임에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역사적인 사건이니 빨리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고마운 마음과 앞으로의 바람을 전했다.

▲헌화를 하는 참여자들  ⓒ조찬현
▲헌화를 하는 참여자들  ⓒ조찬현
▲ 김회재 국회의원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조찬현
▲ 김회재 국회의원이 추모사를 하고 있다. ⓒ조찬현
▲ 이야포미군폭격사건 추모제 참여자 기념사진ⓒ조찬현
▲ 이야포미군폭격사건 추모제 참여자 기념사진ⓒ조찬현

올해는 추모제 추진위원회 관계자 외에도 여순사건 유족과 마을 주민들도 함께 했다.

여순사건 여수유족회 서장수 회장은 “미군이 한국인을 학살하고도 사죄하지 않는 것은 철면피에 가까운 행동이다.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길이겠지만 망자를 위해서라도 진실을 꼭 밝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도 주민 황종운(80) 씨는 미군의 폭격을 목격한 그때 겨우 7살이었다. 황 씨는 “진실을 밝히고 피해 보상은 물론 수중잔해도 발굴하는 등 할 일이 많다. 누군가는 바닷속에 유골이 남아있다고도 하는데 그게 사실인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참여자들의 헌화로 마무리하며 추모제가 성황리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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