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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부조리함과 참상... 이야포와 '두 소년'

레드컴플렉스가 가져온 2차 피해
이야포 해상에서 미군으로부터 무차별 폭격 당해 150여명 사상자 발생

  • 입력 2022.08.14 08:12
  • 수정 2022.08.17 11:54
  • 기자명 박영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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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포 추모제에 나선 이춘혁 어르신의 모습ⓒ 심명남
▲ 이야포 추모제에 나선 이춘혁 어르신의 모습ⓒ 심명남

내가 '이야포'라는 지명을 처음 접한 건 소설 <두 소년>을 통해서다. 포털에 작게 열어놓은 문학까페에 신간으로 나온 <두 소년>을  올린 게 계기가 되었고 다소 무미건조한 제목탓에 조회수를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많이들 열어보았다. 그건 아마도 이 작품에 선지식이있는 회원들이 있기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소설의 주된 내용은 1950년 8월 3일 부산에서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피난선이 전남 여수 남면 이야포 해상에서 미군으로부터 무차별 폭격을 당해 150여명의 사상자가 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명백한 전쟁범죄를 저지른 미국은 오로지 전쟁 중 일어나는 부수적 피해 collateral damage라 일축하고 만다. 과연 그럴까?

그당시 미군은 민간인들이 인민군의 보급품을 운송한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피아를 구별하는 수고를 덜수 있었고 무자비한 살육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후로 70여년의 시간이 흘렀건만 이와 비슷한 노근리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이야포 학살은 아직도 국민들에겐 일종의 야사처럼 취급되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두 소년>을 읽기 전에 이 작가의 <여수역>을 읽는 게 밑그림을 잡는데 한층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왜 해당 지역민들이 부조리하고 억울한  비극을 당하면서도 소리내어 통곡하거나 바깥 세상에 적극적으로 알리지 못했는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여순사건에서 비롯된 이승만 정권에 의해 덧씌워진 레드 컴플렉스에 기인한다 볼 수 있다.  지역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빨갱이의 후손이라는 프레임 속에 가둬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야포  희생자들이 딱히 여수민들이 아니라는 배타적  감성도  작용했으리라 본다.

그러나 가장 큰 은폐는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행해졌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혈맹'인 미국을 비난한다는게 가당키나 했는가.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정권이 들어선만큼 더더욱 진정성있는 사과와 보상을 요구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소설 <두 소년> 속 전쟁의 부조리함과 참상은 놀랍도록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이 배경이 살육인 걸 모르고 읽는다면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라도 보는 양 착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야포 사건으로 부모를 잃고 졸지에 전쟁고아로 전락하는 형제나 자살을 택하는 그 누이의 대목에선 그 어떤 전쟁소설보다 처연하게 그 참상이 와닿는다. 작가는 그러나 흥분하지 않고 시간을 건너 뛰어 미국에 그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차분함까지 보인다. 비록 그에 대한 응답은 아직 없다 해도.

대부분의 국지전이 강대국의 대리전임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민족끼리의 전쟁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런점에서 이야포보다 앞선 여순 사건도 재조명돼야 하고 미국으로부터 유감 regret아닌 진정한 사과 apology를 끌어낼때가 왔다고 본다.

근래 와서 진실화해위원회를 비롯한 일군의 지식인, 예술인들이 한국전의 진상규명을 위해 분주히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음은 지극히 고무적인 일이고 그들 덕에, 그리고 여태 침묵해오다 어렵게 진실을 말하는 해당 지역민들덕에, 그냥 묻혀버릴 뻔했던 이런 비극적이고 억울한 사건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태안에서의 민간인 학살을 비롯해 국가차원에서 많은 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 산재해 있는 이 시점에  양영제 작가의 르포형식을 빌린 픽션 <두 소년>은 일독을 요한다 하겠다.

그리고 이야포와 <두 소년>을 통해 서울토박이인 필자가 <여수넷통뉴스>라는 매력있는 매체를 알게 된 것 또한 큰 수확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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