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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비극의 역사를 가슴 깊이 기억하겠습니다

이야포미군폭격사건 추모제 그리고 두룩여 추모비 제막식이 남긴 것
여수섬박람회, 섬의 가치와 비젼 플러스 인권과 평화 메시지 담아야

  • 입력 2023.09.19 07:05
  • 수정 2023.09.19 09:25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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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넷통뉴스 발행인 심명남
▲ 여수넷통뉴스 발행인 심명남

영원할 것 같았던 8월의 이글거리는 더위가 한풀 꺾이더니 어느새 선선한 가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낮이 짧아져 서글퍼진다고 하는데 낮이 짧아진다는 것은 만추의 계절 가을이 다가오고 있으니 그렇게 슬퍼할 일도 아닌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계절은 또다른 신이 주신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묻힐뻔한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이 발생한지 어느덧 73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지역에서 묻힐뻔한 이번 사건은 지역언론 <여수넷통뉴스>가 수년째 추모제를 이어오면서 군불을 지폈습니다. 여기에 전국 최초로 이야포·두룩여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도 탄생했습니다. 여수시의회 박성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남면 안도리 이야포와 횡간도 두룩여 해상에서 발생한 미군폭격사건으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을 추모하고 평화와 인권회복에 기여하기 위해 제정된 조례입니다. 이어 재작년부터 여수시와 공동으로 합동추모제를 개최해 판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얼마전 <여수MBC>가 이번 사건을 풀 수 있는 결정적인 스모킹건을 찾았습니다. 여수MBC 김단비 기자와 취재진은 미국국립문서보관청에서 이야포와 두룩여사건이 담긴 작전보고서를 찾아 두 사건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습니다. 전쟁발발 73년 만에 그동안 꼬여있던 사건들의 실마리가 점점 풀리는 ‘역사의 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 이야포와 두룩여 미션이 담긴 미공군 작전보고서 ⓒ여수MBC 제공
▲ 이야포와 두룩여 미션이 담긴 미공군 작전보고서 ⓒ여수MBC 제공

<여수MBC> 취재진이 입수한 이야포미군폭격사건은 1950년 8월 3일 <최종 임무 보고서>에 미5공군 항공기 12대가 여수 항구와 철도를 폭격했다는 내용과 <일일 임무 보고서>에 8월 3일 수차례 출격한 미공군 항공기가 이야포 피난선을 무차별 폭격한 기록과 6일 뒤 8월 9일 미5공군 전투기가 돌산과 금오도 사이 해역에서 250척의 낚싯배를 목격해 폭격한 것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야포·두룩여 사건의 폭격 주체와 여수 중심의 미군 작전 상황이 담긴 문서가 발견된 건 최초입니다. 김단비 기자님을 비롯한 취재진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저는 얼마전 취재진으로부터 미국립문서보관청에 있는 자료를 넘겨받았습니다. 이 문서를 구글과 파파고 번역기를 통해 번역작업을 마쳤습니다.

이번 사건은 관련 문서가 부족했다는 그동안의 의문이 풀린 것입니다. 8월 3일 수차례 출격한 미공군 항공기는 순천과 여수구항부터 삼산면 광도사이 항구지역과 연도부근 해상 등을 폭격했습니다. 연도 맞은편 코앞이 바로 안도 이야포입니다. 이야포항구에 정박한 피난선을 무차별 폭격한 것입니다. 폭격에 앞서 미공군 정찰 비행대대는 금오도 일대를 타깃으로한 정찰 비행기록과 당시 8월 9일 미공군무전기록에도 돌산과 금오도 사이 해역에서 250여척의 낚시배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었습니다. 조기잡이 어선에 가해진 두룩여 사건을 풀 수 있는 명백한 증거를 찾은 셈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과제 

▲ 8월 9일 화두리 독정마을에서 열린 두룩여 추모비 제막식 모습 ⓒ여철주 제공
▲ 8월 9일 화태리 독정마을에서 열린 두룩여 추모비 제막식 모습 ⓒ여철주 제공

그러면 우린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까요?

여수시와 여수시의회 이야포특위가 해야 할 일들은 명확해졌습니다. 국가의 독립기관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상대로 이미 진실 규명된 두 사건에 대해 반드시 미국의 사과를 받아내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야 합니다. 엄연히 미군이 저지른 전쟁범죄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명확한 피해보상을 받아내는 것이야말로 산자와 죽은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는 일이며, 더불어 73년 전 발생한 아픔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까지 간다면 이 사건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입니다.

지난 8월 9일 여수시의회 이야포 특위 박성미 위원장과 특위위원들의 제안으로 화태리 독정마을에 뜻깊은 추모비 제막식을 열었습니다. 두룩여사건으로 5명이 희생된 화태리 독정마을에 ‘두룩여사건 추모비를 세웠습니다. 추모비에는 박금만 화백이 그린 ‘철우’라는 작품과 두룩여사건 참상에 관한 내용을 담았고, 21명의 유족과 추모비 건립에 힘써주신 추진위원 67명의 명단을 새겼습니다.

이날 이옥남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이 참석해 김광동 위원장의 인사말을 대독했습니다. 김광동 위원장은 “피해자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두룩여 희생자 추모비가 세워지고 제막식을 올리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여수시와 여수시의회가 추모사업 조례를 준비해 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민간이 힘을 합한 것을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써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진실화해위원회 또한 진실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라며 “추모비 제막을 통해 여수가 과거의 아픔을 극복하고 번영을 꿈꾸는 공동체로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화답한 것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이제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 후 얼마뒤 저는 두룩여 사건을 목격한 제보자 정채균(89세)씨를 만나 생생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당시 나이 16살이었던 정씨는 “두룩여(문여)가 보이는 바닷가 해수욕장에서 이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우리 동네 신기에서 한명이 조기 낚으러 가서 배에서 죽었고, 군내리에서도 그날 총 맞아 죽었고, 그날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도 생생하게 봤다”라는 의미 있는 증언을 털어놓았습니다.

여수섬박람회, 섬의 가치와 비전 플러스 인권과 평화 자리잡아야

▲5일 여수넷통뉴스와 여수시의회 이야포미군폭격특위를 비롯 시민들이 충북 영동 노근리평화공원을 답사후 한컷 ⓒ정종현
▲5일 여수넷통뉴스와 여수시의회 이야포미군폭격특위를 비롯 시민들이 충북 영동 노근리평화공원을 답사후 한컷 ⓒ정종현

존경하는 회원님 그리고 독자 여러분!

우리 지역과 같은 시기 한국전쟁 당시 미군폭격사건을 당한 충북 영동군 노근리 평화공원은 ‘비극의 역사를 가슴 깊이 기억하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매년 노근리 국제평화포럼을 열고 있습니다. 작년에 열린 6.25 전쟁 초기 피난민 행렬이 미군 폭격에 희생된 노근리 사건 72주년을 맞아 역사의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와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행사는 우리 역시 본받아야 할 지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컨대 여수세계섬박회를 준비 중인 여수시가 섬의 가치와 비젼을 선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섬에서 일어난 아픈 역사를 발굴해 섬박람회를 보러온 세계인에게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다시금 체험할 수 있는 장소와 공간도 함께 마련될 수 있도록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여수의 작은 섬 안도 이야포와 두룩여에서 발생한 비극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면 이또한 우리 시대의 살아 있는 다큐멘터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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