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은 항쟁이다" 여순항쟁 72주기 추모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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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은 항쟁이다" 여순항쟁 72주기 추모문화제
  • 전시은
  • 승인 2020.10.1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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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희생자 추모, 여순항쟁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 마련
시인 강경아 시낭송과 밴드 공연, 주철희 역사학자의 강연까지
18일 이순신광장서 열린 문화제 모습

18일 오후 4시 이순신광장에서 여순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신계승을 위한 문화제가 열렸다.

‘여순은 항쟁이다’라는 주제로 열린 문화제에는 여수에서 활동하는 밴드와 시인, 테너 등이 참여해 여순항쟁을 소재로 한 노래공연과 시 낭송을 펼쳤다.

문화제는 여수시립합창단 오현웅 테너의 ‘라그리마’와 ‘너도 처음부터 꽃이었구나’ 두 곡으로 문을 열었다. 모두 조승필 작곡가가 만든 곡이다.

여수시립합창단 오현웅 테너가 공연을 하고 있다

특히 오로지 허밍으로만 완성되는 ‘라그리마’는 노래가사와 다른 감동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조승필 작곡가는 여순항쟁 위령비에 점만 찍힌 사실에서 착안해 가사를 붙이지 않은 곡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조승필 작곡가의 권유로 문화제에 처음 참여한 오현웅 테너는 무대를 준비하면서 여순항쟁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강경아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강경아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강경아 시인은 올해 9월에 완성한 시 ‘여순의 푸른 눈동자’를 낭송했다. 아직 출판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작이다. 조승필 시인은 한 달 전에 발표된 이 시를 가사로 발빠르게 작곡하여 노래 하나를 뚝딱 만들어냈다. 이날 문화제에서 강 시인의 낭독이 끝나고 상록수밴드가 해당 시를 노래로 들려주었다.

여수민예총 문학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강 시인은 꾸준히 여순을 주제로 한 시를 발표하고 있다. 신작 ‘여순의 푸른 눈동자’는 여순항쟁 유족의 증언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강 시인은 여순항쟁의 유족인 박금만 화가에게서 그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전해듣고 시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여순항쟁 당시 부역자로 지목받은 이들에게 푸른 잉크를 뿌린 후 사살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착안한 것이다.

‘서슬이 퍼런 주암초등학교 운동장/부역자들에게 흩뿌려진 잉크/아버지의 흰 무명옷이 죄인의 수의囚衣가 되었다’

‘꽃물이 든다’에 이어 ‘여순의 푸른 눈동자’까지 강 시인의 시는 노래로 만들어져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강 시인은 “여러 음악가들이 제 시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지난번 ‘꽃물이 든다’도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이번에도 조승필 작곡가와 함께 작업하여 기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여순항쟁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철희 박사

문화제에 참석한 주철희 박사는 지역의 역사에 무신경한 여수시를 지적했다. 주 박사는 “강산이 일곱 번 변했지만 여전히 여수는 여순항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는 19일 제주도서 열리는 토크콘서트를 위해 준비한 서문을 낭독했다.

“제14연대 병사위원회는 동포의 학살을 거부하고 총궐기하였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 수행을 사명으로 하는 국군에게 부당하고 반헌법적인 명령이었기에 봉화의 깃발을 들었다. 반란의 족쇄는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빨갱이 그 멍에는 여전하다. 참혹한 70여년의 세월, 강요된 침묵의 흐름에서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 따져 볼 겨를도 없이 오로지 국가관점의 기록으로 사실로 받아들였다. 금기어로 외면하고 먼 발치에서만 바라봤던 여순항쟁. 1948년 제주 그리고 10월의 여수는 자랑스러운 저항의 역사다. 저항의 역사가 굳건하게 자리하려면 역사의 정의를 바로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평화와 화해, 상생이 가능하다.”

상록수밴드 공연 모습

상록수밴드 보컬 김인옥 씨의 설명에 따르면 여순항쟁 당시 피해자들은 자신을 불태우는 용도로 쓰이는 장작을 직접 짊어지고 갔다. 종산초등학교, 지금의 중앙초등학교는 여순항쟁 당시 사람들이 학살당했던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 남아있던 나무 그루터기가 최근 사라졌다. 학교 관계자들이 이곳이 여순항쟁 당시 학살이 일어났던 곳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탓에 리모델링을 하면서 없애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김인옥 씨는 “이는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다.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이야말로 우리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여순항쟁 72주기 추모문화제는 상록수밴드가 주최하고 성공회 여수교회 주관으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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