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에게 조계수 시인 사랑한 죄목소리 내어주고어둔 밤 떠도는공기 요정신은 순간의 은총을 내렸다 불어라가둬둔 이름열어라새 아침을하늘 향한 나팔 소리로
편집자소개글'이혜란의 장도 블루노트’ 연재를 시작한다. 피아니스트 이혜란이 건반 대신 펜으로 쓴 음악 에세이다.그는 예술섬 장도아트카페에서 문화 기획가로 활동 중이다. 연재를 통해 커피를 만들며 피아노 건반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전람회장 옆 카페이야기를 전하게 된다. 장도 예술섬 전람회장 옆 카페 단상이면서 문화예술계의 편안한 ‘잡설’을 전할지도 모른다.한때 ‘해안통’ 문화사랑방에서 문화예술 이벤트프로듀서와 문화사랑방 운영자로서의 경험들이 되살아 날 것이다. 예술섬장도에서 ‘리스타’로서의 멋진 기획들도 만나게 된다. 에세이와 관련된
수박 고르기 조계수 한 번 두드려 보는 것으로알려고 하지 마라불같은 이 마음쉽게 열리겠느냐사랑은깊어질수록내색하지 않는 것
밤바다 조계수 어둠 안에서야자유롭다빛나지 않아도 좋은세상을 품는다 잠수하던 불빛들이갈가마귀 떼로 날아 오른다물구나무 서는 도시사람들이 어깨마다가벼운 지느러미를 단다
수평선 조계수 끝없이밀려오던 하늘이달려가던 바다가바라 볼 수 있는 거리는이 쯤이라고줄 하나 그어 놓았다
폭포 조계수 천 길 낭 끝에나를 던지는 것은가야 할 길을 알아서이다 망설임 없이깨어질 때깊은 강이 될 수 있다 산산조각부서질 때넓은 바다에 이른다 서슴없이벼랑에 뛰어 든다흐르기 위해서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 지식정보 바로가기 >>>> '술패랭이 꽃' ]
귀머거리 매미 조계수 제 목소리도 모른 채외치는 저 사내애가 타는벙어리 처녀 네가 우는 것 아니다내가 운다네가 노래 하는 것 아니다내가 부른다 하늘을 태우는 소리천년 같은 하루를 산다
[우리주변식물 생태도감 바로가기 >>>> 좁쌀풀]
달팽이 집 조계수 내 젊음을 쏟아 지은꿈의 집쉽게 내려 놓지 못하는허무의 유리성등에 지고 간다
[야생화 백과사전 바로가기>>>> 하늘말라리 ]
낙타 조계수 가도 가도가파른 모래산이제 길임을 안다잔등을 누르는무거운 짐이제 무게임을 안다 저만큼들리는 사막의 울음 소리에눈물로눈물로모래를 씻으며모래 바람 속에서길을 찾는다
작달비 조계수 한번쯤쏟아 붓고 싶었다드러난 상처의 날에내가 베인다삭을 때까지머금고 있을 걸울음이든 눈물이든
바하(J.S.Bach, 1685-1750)의 작품을 연주할 때는 언제나 차분해지며 마음의 옷을 여미게 된다.신(神) 앞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건반 위에 손을 다소곳이 올려놓으며 호흡을 가다듬고, 시선을 고정시키며 한 음 한 음을 누르기 시작한다바하의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에도 산만한 생각의 가지들을 내려놓고 마치 깊은 심연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된다.키에르케고르(S.Kierkegaard,1813-1855)의 ‘신(神)앞에 선 단독자’를 떠올리며 나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자아’가 음악을 듣는 가운데 적나라한 모습으로 비쳐진다.수
개안 조계수 빗소리 잠을 깨우다천정에 활주로를 찾는나방 한 마리 젖은 날개뱅그르르돌려 보기도 하고슬몃 펴보기도 하더니형광등을 향해 달린다 이내 접히는 날개뒷걸음 치다미동 없이 날이 샌다달빛이 아니었음을 안다
풀벌레 조계수 나이 들수록영롱해지는 별도제 빛깔잃어버릴 때 있지 가슴부터허물어져부옇게 눈 멀어가는 우기별은 가야 하네하늘 가까운 바닷가 풀숲으로 아,그곳에는별들이 울고 있었네잃어버린 빛깔이 아름다울수록슬픈 노래가 되고 있었네
저녁에 조계수 달빛 한 자락에소리꾼 남편은노래를 부르고아내는 밭에 나가콩을 심었다 비둘기가 파헤칠까까치가 먹을까꼭꼭 묻어 주었다밤하늘을 채우는 시가촘촘한 별이 될 때까지콩싹이 돋으면노루가 찾을까미리 애를 태웠다 멀지 않게 가깝지 않게눌러 주고 덮어 주는콩심기텃밭 가득시를 쓰는 아내아내는 명창이었다
휘어진 우산 조계수 비가 온다는일기예보가 있기까지듣지 못했다현관 밖에서젖은 채 말라가는 신음 소리를 나에게 쏟아지는 장대비를온 몸으로 막아준가느다란 우산살굽어진 등이 빗물로 아프다 비바람에찢기고 뒤집히다가녹슬은어머니의 장마 우산이 되지 못한 나는퍼붓는 빗줄기그대로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