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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듯 '국'인듯... 마음을 여는 화해음식 '지갱'

주미경의 음식칼럼④
싸우셨나요? 귀한 손님이 오셨나요? 이럴 땐 '지갱'을 대접하세요

  • 입력 2020.10.06 08:22
  • 수정 2020.10.23 14:09
  • 기자명 글: 주미경 편집: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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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7년째 남경전복을 운영해온 유기농 전문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을 맞아 면역력을 높여주고 조미료 없는 음식 만들기 레시피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코로나를 이기는 기본은 면역력이 답이다. 주미경의 음식칼럼을 통해 음식 전문가로서 건강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함께 건강한 음식 만들기 연재로 레시피를 공유코자 한다.

7년째 전복요리와 유기농 음식점을 이어온 음식전문가 주미경 대표의 모습

음식 하는 사람이 나쁜 마음을 먹으면 칼끝에서도 독이 나온다

음식점을 개업후 얼마 안 된 시점에서 뷔페 주방장님이 내게준 가르침은 바로 이것. 신의 한 수였다. 그의 음식철학이 담긴 한 마디는 상당한 충격이었고 크게 공감이 와닿아 지금도 난 그 말을 잊지 않고 좋은 음식을 대접하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귀한손님 오실 때 대접하는 음식 '지갱'

죽도 아닌 것이 '죽'인 듯, 국도 아닌 것이 '국'을 닮은 음식 '지갱'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만든다'는 말처럼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들려는 나름대로의 노력과 의식전환을 위해 시작한 음식칼럼은 반응이 아주 뜨겁다.

하지만 요즘 유명한 어느 요리연구가가 방송에 출연해 건강과는 무관한 자극적이고 조미료 투성이 음식을 하고 있는 것을 볼 때면 심히 걱정이 앞선다. <골목식당> 프로 말이다.

내가 본 그 프로그램은 음식에 대한 건강보다는 식당만 열어놓으면 장사가 다되는 줄 아는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장사가 되게끔 노하우를 일깨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건강을 강조하는 나의 음식철학과는 상반된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가짐 첫째는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과 둘째는 어떻게 하면 맛있게 만들거냐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 기본자세다.

이번 칼럼에선 사라져가는 음식중 꼭 기록하고 싶은 음식이 있다. 다름아닌 '지갱'이다. 내 주변에 지갱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갱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죽도 아닌 것이 죽인 듯, 국도 아닌 것이 국을 닮은 음식이다

내가 시집온 지 어느덧 28년째다. 지갱은 결혼해서 처음으로 접한 생소한 음식이었다. 전혀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음식을 시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셨다. 시어머니께서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자주 해먹지는 못하고 귀한손님 오실 때나, 제삿날 꼭 끓여 주시는 음식"이라고 하셨다.

당시 시집온지 얼마 안 된 때라 귀한 며느리에게 해주고 싶었던 시어머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이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지갱을 먹는 순간 반해버렸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고동 특유의 향과 쌉싸름한 맛이 혀끝에서 느껴진다.

전복죽과 지갱중 어느 것이 맛있냐고 솔직히 즉답하라면 전복집을 운영해 전복죽이 맛있다고 해야 하는데 지갱이 훨씬 맛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에서는 '보말죽'이라 해서 팔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수에서 '지갱'을 물어보면 고개를 갸우뚱 한다. 고동을 까서 만드는 고동회무침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지갱을 아는 분들은 없다. 아마도 소호동과 웅천마을에서 먹었던 음식일 듯싶다.

웬수도 마음을 여는 '화해음식' 지갱

국과 죽의 딱 중간 음식 '지갱' 식재료 모습

약 2년 전이다. 절친이었던 지인 두 분의 사이가 나빠져 두 분을 모시고 식사대접을 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서로의 마음을 열게 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지갱이 떠올랐다. 두분중 한분이 어머님이 끓여주신 지갱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고 하였다. 그 분의 어렸을 때 추억을 되돌리면 서로의 마음이 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에서 직접 고동을 잡아 삶고 바늘로 까는 것까지 손수 장만한 지갱을 끓여 두 분을 대접한 적이 있다. 이후 두 분의 사이가 급 좋아졌다. 아마도 지갱을 드시면서 서로가 마음을 여는데 도움을 주었을 거라 생각된다. 음식을 '기억 그리고 추억'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어떤 음식을 접하면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을 떠올리며 닫혔던 마음이 열리기도 하니까 말이다.

필자 역시 식당을 하면서 어떤 음식을 내놓으면 '우리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 맛이 나네요' 이런 분들이 계신다. 그럴땐 참 기쁘고 흐뭇하다. 누군가에게 엄마를 생각하게 또 추억을 회상하게 해주는 이것 또한 봉사라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

지갱을 준비하면서 '음식도 문화다'라는 생각이 간절하다. 사라져가는 음식을 되살리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건강한 식문화를 이어가는 것은 사소하지만 중요한 기록이라 생각된다.

국도 아니면서 죽도 아닌 국과 죽의 딱 중간 음식. 지갱만드는 비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재료는 고동, 쌀, 양파, 마늘다진 것, 굵은소금, 부추나 실파 조금 준비한다.

조리법

1. 고동을 깨끗이 씻어 바닷물 정도의 소금농도에 고동을 넣고 어두운 상태로 두어서 해감을 한다. 해감을 한 후 삶아서 바늘이나 이쑤시개로 고동을 깐다.

2. 쌀은 3시간 정도 불려 믹서기에 좁쌀 정도 되도록 살짝 간다.

3. 까놓은 고동은 물을 조금넣고 바락바락 주물러 밑에 가라앉은 모래는 버린다. 고동 물과 남아있는 고동 살에 물을 넣고 소금과 양파 다진 것을 넣어 국보다 진하고 죽보다 연하게 물량을 맞추어 끓인다.

4. 다 끓고 난 후 고명으로 부추나 실파 잘게 썬 것을 올려서 먹으면 맛이 가히 일품이다.참고로 고동은 깊은 바다 보말고동보다 뭍에 가까운데 사는 고동이 훨씬 향도 좋고 약간 쌉싸름해 훨씬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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