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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치'보다 못한 인생 '갈치'처럼 빛난 인생을 살고 싶다

주미경의 음식칼럼⑦
국민생선 갈치와 호박국의 감미로운 조화
늘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았던 외할머니 신귀업 여사님 "고맙습니다"

  • 입력 2020.12.13 09:54
  • 수정 2020.12.14 20:51
  • 기자명 글: 주미경 편집: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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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경의 음식칼럼을 연재중인 주미경 대표 모습

 

필자는 7년째 남경전복을 운영해온 유기농 전문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을 맞아 면역력을 높여주고 조미료 없는 음식 만들기 레시피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코로나를 이기는 기본은 면역력이 답이다. 주미경의 음식칼럼을 통해 음식 전문가로서 건강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함께 건강한 음식 만들기 연재로 다양한 음식 레시피를 공유코자 한다.

"장사 잘되는 집은 골병만 남아요. 장사하면서 쉴 수가 없잖아요, 손님에게 미안해서. 그냥 얻어지는 건 세상에 아무 것도 없어요."

여수에서 갈치조림 맛집으로 입소문난 홍가(洪家) 주인장 정민숙(70) 여사님의 말이다.

허리를 다쳐 구부정한 몸으로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는 그는 3년 전 <오마이뉴스> 맛돌이 조찬현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사 잘되는 집은 골병만 남는다"며 "내년이면 그만 둘 거다"라면서 갈치조림 인생을 털어놨다.

갈치보면 눈물이 뚝뚝...

할머니표 호박풀치국에 담긴 사연

어린시절 어려웠던 시절을 일으켜 세운 할머니표 호박풀치국 한그릇

하지만 평생을 갈치조림으로 여행객들의 입을 호강시켜온 이 일을 그만둔다는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요식업을 하는 나는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난 이분을 보면 꼭 외할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어릴적 외할니가 자주 끓여주던 투박하고 짭짤한 '호박갈치국'에 대한 기억은 항상 가슴속에 묻어두고 살았던 그리운 이름 신귀업 할머니가 마치 내 곁에 가까이에 있는듯하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내가 살림을 배우는 동안 외할머니는 늘 우릴 돌봐주셨다. 외할아버지를 오랫동안 병수발 하시느라 힘드셨을 할머니는 구부정한 허리로 손주들을 손수 보살펴 주셨다.

어느날이었다. 밭에서 일하면서 딴 늙은 호박을 머리에 이고 오시다 힘드셨는지 코피가 나서 들에서 잡초로 코를 막고 집으로 오시던 모습도 눈에 선하다.

없는 살림살이라 씨알이 굵은 갈치는 엄두가 나지 않아 여수말로 '풀치'라 부르는 작은 갈치를 사오셨다. 뚬벅뚬벅 썰은 호박에 간장 고춧가루를 뿌려 국물이 많은 갈칫국을 끓여 맛있게 먹었던 기억은 엊그제마냥 아련하다. 그래서 지금도 갈치하면 언제나 어려웠던 시절을 잘 견디게 해준 외할머니의 '호박갈치국'이 떠오른다.

어머니를 대신한 할머니는 잘디잔 풀치를 포를 떠서 삐들삐들하게 말려 고춧가루에 간장과 물엿을 넣고 만든 풀치무침은 할머니표 최고 음식이었다. 음식은 '기억이고 추억이다'는 말이 더 공감되는 이유다.

최근 제주도와 여수의 거문도 은갈치가 주목을 받는 건 흔하지만 귀한 갈치가 살아있을때 이토록 아름다움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안방 TV를 통해 화려하게 조명되는 모습을 자주본다.

우리의 음식문화 속에서 점차 잊혀지고 사라져가는 음식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가 살아온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리고는 다시금 내자신을 되돌아보며 마음을 다져본다. 풀치보다 못한 고단한 인생이었지만 갈치보다 빛나게 세상을 의미있게 살아가고 싶다고...

국민생선 갈치와 호박이 만난 감미로운 맛

'맛은 추억이고 그리움이다'는 주미경 대표가 할머니표 호박풀치국을 끓이려고 준비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는 갈치에 대해 모양은 긴 칼과 같고 입은 딱딱한 이빨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고 물리면 독이 있으나 맛이 달다고 표현했다. 또 홍순로의 '조선 요리학'은 칼이 신라에서는 '갈'로 불렸기 때문에 갈치라는 말이 신라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단다.

갈치에는 무기질과 필수아미노산이 다양하게 함유하고 있어 식탐을 부른다. 나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특히 DHA함량이 높아 성장기 어린이 두뇌발달에 좋다.

호박은 노화방지와 항암작용까지 한다. 특히 혈액 속 노폐물 배출에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어 산후조리 필수품이다. 오늘은 갈치와 호박을 이용한 우리지역 방식으로 끓인 추억의 호박갈치국이다.

재료

갈치, 호박, 무, 마늘, 간장, 굵은소금, 고춧가루, 양파, 대파, 청.홍고추

1. 갈치국은 국물이 생명이기에 특별히 싱싱한 생갈치를 써야한다. 비늘은 될 수 있는 대로 제거하는 게 좋다.

2. 호박은 도톰하게 썰고 양파도 중간 정도 크기 양파를 네등분으로 썰어서 준비하고 무우도 같이 넣으면 시원한맛이 일품이다.

3. 2번 손질해놓은 재료를 냄비바닥에 깔고 제일 위에다 갈치를 얹는다.

4. 간장, 굵은소금, 고춧가루, 다진 마늘에 물을 적당량 풀어 간을 봤을 때 약간 짜다할 정도로 간을 맞춰 담아놓은 재료에 붓는다. 호박과 무우가 푸욱 익을 때까지 끓이다 간이 싱거우면 간장이 아닌 소금으로 나머지 간을 맞추고 대파에 청.홍고추를 얹어 2-3분 더 끓여주면 맛있는 갈칫국이 완성된다.

제주에서는 갈치국을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맑은 국으로 끓이고 기호에 따라 청양고추를 약간 넣어서 먹지만 우리 지역에서는 고춧가루를 넣어 칼칼하게 먹는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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