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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 엎드린 곳에는 갯벌도 달다 왜?

[주미경의 음식칼럼 ⑫] 특이한 향때문에 천대받던 서대회, 여수 대표음식 되기까지
여수에서 몸값 올린 서민음식 서대...서양에서도 인기였다
막걸리 식초와 초고추장의 환상궁합, 서대회 맛있게 하는 비결

  • 입력 2021.08.30 09:15
  • 수정 2021.12.30 08:40
  • 기자명 글: 주미경 편집: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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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필자는 7년째 남경전복을 운영해온 유기농 전문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을 맞아 면역력을 높여주고 조미료 없는 음식 만들기 레시피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코로나를 이기는 기본은 면역력이 답이다. <주미경의 음식칼럼>을 통해 음식 전문가로서 건강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함께 건강한 음식만들기 연재로 다양한 음식 레시피를 공유코자 한다.

▲ 여수의 별미인 서대회는 막걸리 식초와 초고추장에 야채를 넣어 버무려야 제맛이다
▲ 여수의 별미인 서대회는 막걸리 식초와 초고추장에 야채를 넣어 버무려야 제맛이다

돌아보면 철없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간식거리가 없어 언덕에 삐비를 뽑아 껌을 씹었고, 어린 목화열매도 맛나게 따먹었다. 구멍 난 검정 고무신을 엿 바꿔먹던 기억들은 내가 자란 유년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이다. 요즘 애들 입장에서 보면 호랑이 담배피우던 동화속 얘기 같지만 내 어릴때 시골풍경은 꼭 이랬다.

특히 내가 만난 섬마을 사람들의 보릿고개는 유독 혹독했다. 벼농사가 안 되니 쌀이 귀했다. 대신 흔하디흔한 톳에 귀한 쌀을 조금 넣구 밥도 아니고 죽이라고 말하기도 미안한 풀떼죽을 끓여 즐겨 먹었단다. 그래도 섬마을이니 생선은 흔해 상에 자주 올라온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오늘의 주인공 '서대'였다. 

서민 애환담긴 천대받던 서대회의 변신

서대는 특이한 향 때문에 옛날에는 사람들은 먹지 않고, 주로 돼지먹이로 사용해 천대받던 어종이었다. 이렇게 천대받는 생선이다 보니 가격도 쌌다. 

그래서 바닷가 선술집 기본안주는 서대회 한접시였다. 막걸리 식초와 고추장에 야채를 넣어 버무린 서대회와 막걸리 한사발은 오래전 여수의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여수세계박람회 성공개최로 여수가 관광의 도시로 유명해지면서 막걸리 식초로 버무린 여수의 별미 서대회는 대중음식으로 확 자리 잡았다. 

힘든 노동에 지친 어부들과 막노동을 마치고 퇴근한 일꾼들에게 값싼 서대회와 막걸리 한잔은 하루의 고단함을 달래는 단골 메뉴였다. 차이고 하대받던 일상의 서러움도 막걸리 식초에 버무려진 서대회마냥 하루가 숙성되어 갔다. 

서민들과 함께해온 서대회는 어느새 여수사람들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여수 10미에 서대회가 으뜸을 차지한다. 여수의 속살을 제대로 맛보려면 서대회 뿐만 아니라 서대조림을 꼭 맛봐야 하는 이유다. 서대를 하지에 나오는 감자에 간장과 고춧가루를 넣고 끓이면 감자의 파글파글한 맛과 서대의 담백한 속살이 간장과 어우러진 맛을 봐야 진짜 여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 여수의 속살을 제대로 맛보려면 서대회 뿐만 아니라 서대조림을 꼭 맛봐야 한다
▲ 여수의 속살을 제대로 맛보려면 서대회 뿐만 아니라 서대조림을 꼭 맛봐야 한다

가자미처럼 생긴 서대는 남해안에서 잡히는 어종인데 주로 여수사람들이 즐겨먹던 대표 생선이다. 서대회가 어떤 어종인지는 시어머니 밑에서 배워 2대 3대째를 이어온 서대음식 장인 개도집 김광자씨의 자부심에서도 알 수 있다. 

술은 음식 맛을 살리고 음식은 술 맛을 살려줍니다. 정직한 것, 좋은 물건 가지고 손님이 맛있게 먹고 가야 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서대회 무침을 이어왔어요. 

서대 엎드린 곳에는 갯벌도 달다는데...

▲ 시장 좌판에 널린 서민의 애환이 담긴 서대의 모습
▲ 시장 좌판에 널린 서민의 애환이 담긴 서대의 모습

그 맛이 진하고 고소해 '서대 엎드린 곳에는 갯벌도 달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서대는 6월에서 10월까지가 제철이지만 여수에서는 계절과 관계없이 언제나 즐겨 먹었다. 또 서대나 박대 껍질은 묵으로도 만들어 먹을 정도로 콜라겐이 풍부하다. 

눈여겨 봐야할 것은 남도에서 사랑받던 서대는 프랑스에서도 최고급 요리 재료라고 한다. 특히 화가 파블로 피카소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즐겨 먹었던 생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앞으로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나라를 빛낸 유명인사가 즐겨먹던 음식을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현존하는 어류도감의 교과서라 불리는 <자산어보>에서는 '장첩'이라 하고 모양이 가죽신 바닥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 <임원경제지> '전어지'에서는 '서대'라 하였다. 서대는 남해서부 해역의 모래와 갯펄 바닥에 서식하며 조개류와 게 갑각류를 먹고 산란 시기는 6월~7월로 수심 80m 모래가 섞인 갯펄에서 서식한다.

서대의 효능은 칼륨과 인이 풍부해 고혈압과 골다공증 예방과 좋다. 또 피로회복과 간기능 개선에 좋고 특히 함황 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콜라겐과 단백질이 풍부해 회복기 환자들의 자양강장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 서대회무침 만드는 법

재료 : 서대껍질을 벗겨 생선결 반대로 길게 썰어서 준비(꼭 지느러미는 떼어야 잡냄새가 안남) 무우, 깻잎, 대파, 양파, 풋고추, 홍고추, 통깨, 막걸리, 초고추장(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설탕, 소금, 매실액, 다진마늘, 생강즙)

1. 손질 해놓은 서대에 막걸리를 넣고 조물조물 잠깐 재워둔 다음 꼭 짜서 준비한다.

2. 준비한 서대에 초고추장 양념을 넣고 버무려준다. 서대 따로 야채따로 버무려줘야 야채가 으깨지지 않고 풋내가 나지 않는다.

3. 무우를 먼저 고춧가루에 버무려준 다음 준비한 미나리, 깻잎 등 재료들을 넣어서 버무려준다.

4. 마지막 통깨로 마무리하고 기호에 따라 참기름을 넣는다. 단 참기름을 넣으면 서대 특유의 향이 사라져 안넣고 먹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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