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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먹던 흔한 전어, 왜 돈전어 됐나?

[주미경의 음식칼럼 ⑬]
음식은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고 기억'
전어에 담긴 말말말...전어는 깨가 서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전어 맘껏 먹는 소소한 일상 빨리 회복되었으면

  • 입력 2021.09.28 07:43
  • 수정 2021.09.29 10:19
  • 기자명 글: 주미경 편집: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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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필자는 7년째 남경전복을 운영해온 유기농 전문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을 맞아 면역력을 높여주고 조미료 없는 음식 만들기 레시피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코로나를 이기는 기본은 면역력이 답이다. <주미경의 음식칼럼>을 통해 음식 전문가로서 건강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함께 건강한 음식만들기 연재로 다양한 음식 레시피를 공유코자 한다.

▲ 시장 좌판에 갓 잡은 싱싱한 전어가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
▲ 시장 좌판에 갓 잡은 싱싱한 전어가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

천고마비의 계절이 돌아왔다. 말이 살찌고 사람이 살찌는 계절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천고인비’의 계절이라 부른다.

무더운 여름을 견디고 먹거리가 풍성해 입맛이 도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특히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뭐니 뭐니 해도 가을은 ‘전어‘ 맛이 빠질 수 없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

’집 나간 며느리‘ 즉 고부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예전 어머니 시절에는 시어머니의 말이 법이었다. 그래서 전어에는 여성의 인권이 무시되던 조선시대 며느리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베어있다. 또 ’가을 전어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만큼 고소하고 맛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 가을전어를 사러 시장가는 모습
▲ 가을전어를 사러 시장가는 모습

이렇게 맛있는 전어는 성질이 급해 금방 죽어버린다. 보관 방법이 시원찮았던 예전에는 회로는 먹기 힘들었다. 그래서 구이나 회무침을 주로 먹었다. 하지만 약 2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살아있는 활어로 전어회를 먹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본격적인 양식에 성공해 전어회 전성시대가 찾아왔다.

전어는 버릴 것이 없다. 전어 내장으로 만든 전어밤젓은 쌉싸름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화양면 감도에서는 전어가 많이 났다. 그래서 화양면 감도의 전어밤젓과 거문도 갈치속젓, 삼일면 묘도의 멸치젓은 여수 3대 젓갈로 통한다.

여수를 떠나 타향에 살던 분이 고향와서 전어밤젓을 먹고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렸다는 지인의 말에 음식은 단순히 주린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고 기억'이라는 말이 새삼 더 실감이 난다.

누구나 먹던 전어? 이젠 돈전어 

▲ 고소한 전어구이는 깨가 서말이다
▲ 고소한 전어구이는 깨가 서말이다

요즘에는 전어가 예전처럼 잡히지 않는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보니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예전부터 전어는 빈부격차에 관계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값싼 생선이라 해서 '전어'라 했다는 설이 있다. 너무 싸고 흔해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생선이 바로 전어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어를 돈전 자를 써서 전어(錢魚)라고 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귀한 몸값을 자랑한다.

명칭은 지역마다 다른데 전라도에서는 '되미' 또는 '뒤에미' 등으로 부르고 경상도에서는 '전애', 강원도에서는 '새갈치'라 불렀다. 해마다 전어철이 되면 충남 서천 홍천항과 광양 망덕포구, 보성 율포항에서 전어 축제가 열리지만 코로나로 인해 전어 축제도 사라졌다.

▲ 전어회무침에는 식은밥이 그만이다
▲ 전어회무침에는 식은밥이 그만이다

추석이 지난지 며칠째다. 해마다 추석 때는 집안 형제자매는 물론 조카사위들까지 우리집에 모여 맛난 음식과 정겨운 얘기로 하루를 보냈다. 거기에 빠질수 없는 음식이 전어회와 회무침, 전어구이였다. 하지만 2년째 코로나로 행복한 일상을 잃어버렸다.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오는 계절이 찾아왔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뚝 끊겼다. 하루빨리 코로나가 사라져 사람들이 북적이는 일상이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다. 전어굽는 냄새가 온마을을 뒤덮었던 시절이 그립다. 고소한 전어구이 냄새가 온 마을에 퍼지듯 사람사는 냄새가 풍기는 그런 일상이 어서 빨리 돌아오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 맛있는 전어회무침 레시피

재료 :  산전어, 오이, 양파, 대파, 부추, 깻잎, 청홍고추, 참기름, 통깨, 초고추장 양념(고추장, 고춧가루, 식초, 소금, 설탕, 올리고당, 매실액, 다진마늘, 생강즙)

1. 전어는 예전 방식은 뼈째 썰어서 했지만 지금은 내장과 뼈를 발라내고 살만 길게 채 썰어서 준비

2. 각종 야채는 먹기좋게 손질

3. 초고추장 양념장에 준비해둔 전어와 야채, 참기름을 넣고 야채가 으깨지지 않게 살살 버무려준다.
4. 통깨를 뿌려서 마무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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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민 2021-09-29 13:11:32
너무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