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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는 봤소? 식객 허영만도 반한 '여수 깨장어탕'

[주미경의 음식칼럼 ⑪] 똥바람 불때 먹던 갯가 사람들의 보양식 '깨장어탕'과 '통장어탕'
장어배 나갔다 영영 못돌아온 슬픈 사연, 장어꼬리로 왕따된 웃픈 사연
코로나 팬더믹 시대에 각광받는 장어요리

  • 입력 2021.06.01 08:36
  • 수정 2021.06.01 22:38
  • 기자명 글: 주미경 편집: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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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필자는 7년째 남경전복을 운영해온 유기농 전문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시국을 맞아 면역력을 높여주고 조미료 없는 음식 만들기 레시피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코로나를 이기는 기본은 면역력이 답이다. <주미경의 음식칼럼>을 통해 음식 전문가로서 건강에 대한 필자의 생각과 함께 건강한 음식만들기 연재로 다양한 음식 레시피를 공유코자 한다.

▲ 나주에 '곰탕'이 있다면 여수에는 '장어탕'이 있다. 똥바람을 이겨내는 장어탕 한그릇이면 겨울이 거뜬하다
▲ 나주에 '곰탕'이 있다면 여수에는 '장어탕'이 있다. 똥바람을 이겨내는 장어탕 한그릇이면 겨울이 거뜬하다

 

나주에 '곰탕'이 있다면 여수에는 '장어탕'이 있어요. 보글보글 끓는 통장어탕을 직접 먹어보시면 깜짝 놀랄 겁니다.

여수의 대표음식으로 자리한 '통장어탕'을 맛본 어느 블러거의 말이다. 통장어탕이란 씨알 좋은 살아있는 장어를 뚝배기에 넣고 푸욱 고은 장어탕을 말한다.

여수 바다가 입안 가득...기력엔 '깨장어탕과 통장어탕'

▲ 보양식 통장어탕 한그릇이면 삼복더위 여름을 거뜬히 이겨낸다
▲ 보양식 통장어탕 한그릇이면 삼복더위 여름을 거뜬히 이겨낸다

반면 깨장어란 '장어가 깨알처럼 작다'는 의미와 '장어탕 국물이 깨처럼 고소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여수의 깨장어탕을 직접 맛본 어느 블러거는 "시원한 국물과 우거지에 푸욱 고은 장어 한조각을 입안에 가득 채우니 여수 바다가 맞구나 하는 느낌이 올 것"이라고 적었다.

먹고 살기 어려웠던 시절 서민음식이 '깨장어탕'이었다면 입맛이 점점 고급화되어 가는 요즘은 '통장어탕'이 인기다. 이렇듯 사람들의 입맛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여행하기 좋은 시즌이 돌아왔다. 코로나로 여행이 주춤한 요즘 '식객 백반기행 여수'가 인기 검색어로 떠오르는 시기다. 작년 1월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32회 여수편방송에 ‘남원식당’의 여수 깨장어탕이 소개되었다. 깨장어탕에 감동한 ​만화가 허영만씨는 ‘깨장어탕이 남쪽에서 으뜸’이라고 했다. 또 산악인 엄홍길 씨는 친필 사인으로 ‘히말라야의 성스런 기운을 드립니다’라고 썼다.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항구도시 여수 날씨는 온화하지만 바람이 제법 센 편이다. 하염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두고 바닷가 사람들은 “똥 바람이 영~ 세네”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체감온도가 낮아 바닷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운 날을 대비한 보양식이 꼭 필요했다. 추운 겨울을 이겨야 하니까...

저장시설이 좋지 않았던 옛날, 삐들삐들 말린 장어로 탕을 끓이고 말린 장어로 무침으로도 요리해서 먹었다. 손바닥으로 한웅큼 잡히는 사이즈가 큰 귀한 갯장어는 비싸서 못 먹고 크기가 작은 깨장어를 추어탕처럼 곱게 갈아 된장에 무청 시래기를 주물주물해 청양고추를 뚬벅뚬벅 썰어 넣어 끓여낸 꼬숩고 얼큰한 장어탕 한그릇이면 똥바람이 쉴새없이 불어도 거뜬히 겨울을 이겨냈다.

요즘이야 장어탕을 사시사철 먹지만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여름 보양식은 주로 통장어탕이 인기다. 이젠 세월이 좋아져 큼직한 장어를 통으로 도톰하게 썰고 새봄에 채취한 생명력 강한 고사리와 숙주나물 그리고 쑥갓을 넣은 장어탕을 주로 먹는다.

장어를 알아야 여수사람...장어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

▲ 잘 손질한 장어가 갯바람에 잘도 마른다
▲ 잘 손질한 장어가 갯바람에 잘도 마른다

장어구이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다. 결혼후 아이들이 태어나고 외식하면 언제나 장어구이였다. 아이들에게 '오늘은 외식하는 날이다' 하면 메뉴가 뭐냐고 묻지 않는다. 무조건 장어구이였으니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싶어하는 엄마의 마음을 알아서일까? 피자나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이지만 다른거 먹자는 말은 못들어 봤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시절 아이들이 참 착하고 예쁘게 자라줘서 고맙다.

음식이 행복한 기억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음식이 식단으로 자리 잡기까지 바닷가 사람들은 아픈 사연도 많다. 지인의 어머니는 장어배만 나가면 만선하던 선장 동생이 있었다. 그런데 여름철 장어잡이 배를 나갔다 태풍을 만나 영영 못 돌아온 사연은 평생 한으로 남았다. 이후 그는 장어가 동생을 잡아갔다고 지금까지도 장어를 입에도 대지 않는단다. 하지만 자녀들에게 장어탕을 안 먹일 수 없는 노릇이어서 장어탕은 끓여주지만, 간을 보지 않는다는 사연을 들으니 가슴 아프다.

또 장어하면 장어 꼬리가 스테미너에 좋다하여 모든 남성들이 젓가락을 먼저 찜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그런데 직장 회식때 장어구이를 먹으러 갔는데 눈치없는 부하직원이 장어 꼬리를 덜렁 먹어버려 직장에서 '왕따'가 되었다는 웃픈 일화도 내내 회자된다.

이렇듯 영양성분이 풍부하고 기력회복에 좋은 장어는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보양식의 으뜸으로 여겼다. 그래서 한때 남해안에서 잡은 물량은 전량 일본으로 수출되었다. 옛날 선조들도 다르지 않다. 허준의 <동의보감>에서는 장어 내부에 강한 양기를 가지고 있고, 폐와 대장의 허약을 돋우는 음식이라 기록하고 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도 장어의 효능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큰놈은 길이가 십여 자, 모양은 뱀과 같으나 짧고 거무스름하다. 대체로 물고기는 물에서 나오면 달리지 못하나 이 물고기만은 곧잘 달린다. 맛이 달콤하여 사람에게 이롭다.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이 고기로 죽을 끓여 먹으면 이내 낫는다.

건강식품인 장어는 고단백식품이다. 비타민A가 쇠고기의 30배, 달걀의 2.6배가 들어있다. 특히 시력 회복과 야맹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장어에는 비타민 E의 함량이 특별히 높은데 이 점에서 뱀장어나 민물장어의 질과 관계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장어는 고급식품이라서 해마다 수요가 많아 비싼 가격에 팔렸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음식점이 장사가 안되고, 장어 또한 소비가 줄어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싼 가격에 거래돼 어민들 생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요즘 수요가 대폭 줄자 어떤 편의점에서도 장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이마트 편의점을 하는 지인은 어민들이 고심 속에서 장어 소비 판로를 촉진하기 위해 간편식 '붕장어구이'를 내놨다. 갓 잡은 붕장어를 손질해 진공 팩에 넣고 급냉해 고등어처럼 구워먹으로면 그 맛이 엄지척이다. 특히 거품을 확 뺀 가성비 좋은 붕장어구이가 입소문을 통해 인기란다.

▲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보양식 장어탕 래시피
▲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보양식 장어탕 래시피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면역력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건강한 스테미너에 면역력을 높여주는 장어를 지금같은 철에 많이 먹고 힘든 코로나 시대를 빨리 극복했으면 좋겠다. 누구나 좋아하는 대중음식 장어탕을 끓여보자.

▣ 장어탕 래시피
재료: 장어 뼈와 머리를 고아서 만든 육수, 장어, 숙주나물, 고사리, 머위 나물, 들깻잎, 대파, 청양고추를 준비한다. 양념은 된장 조금, 들깻가루, 고춧가루, 다진 생강, 다진 마늘, 멸치액젓, 볶은 소금 약간.

1. 푹 고아진 장어 육수에 준비된 양념을 넣고 간을 맞춘후 고사리와 장어를 넣고 끓인다.

2. 끓이다가 나머지 재료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인다. 모든 재료의 맛이 우러나오도록 푹 끓인 다음 들깻잎이나 쑥갓은 마지막에 넣는다.

3. 된장을 조금 넣어야 장어 특유의 비린내가 안 나고 맛있다.

4. 액젓으로만 간을 맞추지 말고 소금으로 마지막 간을 맞춰야 훨씬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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