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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여명 탄 피난선과 피난민 누가 불태웠나?

[이야포 특별기고] ➅ 국가는 미군폭격 피해자 유족들에게 사과와 합당한 보상하라!
72주년 이야포 추모제, 정근식 진화위원장외 100여명 내외빈 참석 예상
민관 주도 첫 추모비 '심장에 새긴 이야포' 제막식과 추모행사 앞둬
이야포 바닷속 피난선 추정 잔해물 조속히 인양해야

  • 입력 2022.07.28 09:25
  • 수정 2022.07.29 11:41
  • 기자명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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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일 남면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72주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 심명남 추진위원장
▲ 8월 3일 남면 이야포 미군폭격사건 72주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 심명남 추진위원장

편안 안자를 쓰는 섬마을 안도(安島)는 제 고향입니다. 바람소리 파도소리만 들어도 금세 향수에 젖는 곳이지요. 얼마 전 기안84가 출연한 MBC 예능프로 <나 혼자 산다>에 방영된 섬섬옥수가 바로 그곳이지만 이곳에는 아직 청산되지 않은 불행한 역사가 남아 있습니다. 

당시 피난선을 타고 와 안도 이야포에서 폭격의 참화를 온몸으로 겪은 16세 소년 이춘혁 어르신은 어느덧 88세 백발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한평생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어르신은 아직도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해마다 부산에서 안도 이야포를 오가며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16-88세 노소년의 기구한 운명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은 1950년 8월 3일 여수시 남면 안도 이야포 해상에서 미군 폭격기가 정부의 소개로 피난 중이던 피난선을 무차별 폭격해 민간인이 희생된 대규모 ’민간인 집단 학살사건‘입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기록에 따르면 당시 350여명이 탄 피난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통영과 욕지도를 거쳐 8월 2일 이야포 포구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4대의 미군 폭격기가 나타나 태극기를 단 피난선에 무차별 기총사격을 가해 150여명이 사망했고 50여명이 다치는 아비규환의 아침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피난선을 탔던 이춘혁 어르신의 부모 형제 일곱가족이 참변을 당했습니다. 

▲ 이야포 추모제에 나선 이춘혁 어르신의 모습ⓒ 심명남
▲ 이야포 추모제에 나선 이춘혁 어르신의 모습ⓒ 심명남

이후 폭격을 받은 피난선은 총에 맞아 산더미 처럼 쌓인 시신에 기름을 부어 3일 밤낮으로 불타 바다에 수장되었고, 일부는 산에 매장됐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군 폭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8월 9일에는 남면 횡간도 앞바다 두룩여 해상에서 조기잡이 하는 100여척의 어선들을 폭격해 수십 명이 다치고 사망하는 끔찍한 전쟁범죄가 여수의 섬 지역에서 일어났습니다.

진화위는 2007년 3월~2010년 2월까지 호남지역 미군 관련 희생사건' 25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이중 유일하게 ’남면 안도 이야포 미군폭격사건‘과 ’남면 횡간도 두룩여사건‘에 대해서만 '진실규명'으로 판명했습니다. 진화위는 정부의 소개 명령에 따라 임시수도 부산에서 (이야포)사건 현장까지 이동하다 사망한 것이므로, 한국 정부는 피난민들을 안전하게 소개시켜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인정했습니다.

당시 진화위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건은 미군 소속 전폭기로 추정되나, 사건과 관련된 직접적인 폭격 기록이나 관련 문서의 부족으로 가해주체를 특정할 수 없었다”면서 “미군은 공중폭격시 적절한 민간인 보호 조치, 민간인과 인민군을 구별하려는 노력 등 관련 국제법 규정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결정 요지를 밝혔습니다.

전쟁중 미군의 불법성 

▲ 이춘혁 어르신의 동생 이춘송씨가 그린 당시 미군폭격기와 피난선의 모습 ⓒ 진화위 자료사진
▲ 이춘혁 어르신의 동생 이춘송씨가 그린 당시 미군폭격기와 피난선의 모습 ⓒ 진화위 자료사진

조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남한에서 미군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은 B-26 경폭기와 제5공군 소속의 전폭기들이었습니다.

B-26은 한국전쟁기 약 55,000회의 출격을 통해 38,500대의 차량과 3,700대의 열차, 406대의 기관차를 파괴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기록되었습니다. 개전초기 인민군은 매우 빠른 속도로 남하해 남한 대부분이 점령당했지만 당시 공군력은 미군이 단숨에 제공권을 장악했습니다. 미군 폭격기에 의한 희생자가 많은 까닭입니다.

특히 진화위가 밝힌 미군의 국제법 위반과 불법성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attacks on civilians) 금지'를 첫번째로 들었습니다.

이야포 미군폭격사건의 경우 흰옷을 입은 다수의 피난민이 있었던 이야포 해안은 노출된 장소였고, 인민군이 없었던 것은 물론 피난민 배에는 태극기가 달려 있었고,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피난민임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진 점을 조목조목 따졌습니다.

이는 어떠한 경고도 받지 못하고 무방비의 민간인에 대한 폭격은 '사전 경고의 원칙(The Principle of Precaution)’은 물론이고 '전시 약자에 대한 공격 금지'인 제네바 협약 제16조에 위반과 군사 목표물이 아닌 민간인과 민간시설을 공격한 행위로 헤이그 규칙 제24조 및 미군 교범 제19조, 제45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마지막 진화위가 내린 결론 6가지 권고사항은 ▲이 사건에 대해 사과나 피해보상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미국과 협상할 것 ▲유족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희생자들에 대한 위령제 실시 등 위령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 ▲부상 피해자에 대한 의료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 ▲유족들이 원할 경우 가족관계등록부 등 공식기록에 대한 정정 조치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진실규명 내용이 정확히 알려질 수 있도록 역사 기록 수정 및 등재 할 것 ▲외교적 노력과 평화 인권의식을 강화하는 교육을 실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이춘혁 어르신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재판시효가 넘었다는 말도아닌 이유로 대법원까지 패소했고, 한번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커녕 아무런 보상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입니다.

이야포 위령사업, 여수시-전남도가 나설때

강산이 일곱번이나 바뀌었지만 이야포의 시간은 아직 그대로 멈춰있습니다. 72년을 참고 살아온 어르신에게 묵종(默從)‘의 세월은 언제쯤 끝날까요? 아직도 구천을 떠도는 억울한 죽임을 당한 망자들의 명예회복과 생존자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은 과연 가당키나 할까요?

예컨데 8월 3일 이곳에서 추모제가 열립니다. 그동안 <여수넷통뉴스> <여수뉴스타임즈>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가 공동으로 추모제를 지내온지 어느덧 5년을 맞이했습니다.

저는 2017년 여름 방충망 봉사에 나섰다가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동행한 <여수넷통뉴스> 엄길수 전 대표님의 제안으로 매년 추모제를 이어왔고 작년부터 민관이 함께하는 추모제로 확대되었습니다. 본지는 4년 동안 70여 건의 이야포 탐사 보도를 통해 <이야포의 그날>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 8월 3일 제막식을 앞둔 심장에 새긴 이야포 추모비의 모습 ⓒ 심명남
▲ 8월 3일 제막식을 앞둔 심장에 새긴 이야포 추모비의 모습 ⓒ 심명남

올해는 여수시와 민관이 주관하는 위령사업 추진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되었습니다. 이날 진화위 정근식 위원장님, 김회재 국회의원님, 정기명 시장님, 김영규 의장님을 비롯100여명의 많은 외빈들이 자리를 함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36명으로 구성된 이야포 추진위원님들의 활동이 기대됩니다.

작년 박성미 의원이 발의한 <한국전쟁 중 남면 이야포·두룩여 해상 미군폭격사건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후 여수시 예산이 투입된 첫 민관추모제라는 점에서 그 어느 해보다 의미가 남다릅니다.

특히 박금만 화백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 '심장에 새긴 이야포' 추모비를 제작했습니다. 추모비에는 피난선에서 살아남은 이춘혁 어르신의 남매가 미군폭격기에 폭격당하는 당시의 참상을 화폭에 그렸고 유가족 증언도 담겨있습니다. 2일 밤부터 이야포 현장에서 추모영화제 상영을 시작으로 3일에는 다체로운 추모 공연과 추모제를 준비했으니 함께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제주4.3사건이 제주도민들이 나서 국가의 사과를 받아냈듯이 이제는 이야포사건과 두룩여 사건 역시 여수시와 전남도가 함께 나서야 합니다.

남면 이야포-두룩여특별법 제정에 뜻있는 지역 정치인이 함께해 주십시오. 아울러 진실화해위원회가 전남도와 지자체에 희생자 위령사업 '평화공원 조성'을 권고하신다면 이곳 이야포는 제주 너븐숭이 못지않는 전쟁의 아픔을 상기하는 소중한 교육의 장으로 재탄생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마지막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잠수부들이 4년의 탐사 끝에 발견한 피난선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이야포 바닷속에 있는 모습이 전국 방송을 탔습니다.

더 이상 방치되지 않도록 조속한 인양을 촉구합니다. 외딴섬 이야포와 두룩여에서 일어난 근현대사 불행한 역사의 진실을 세상에 알려 미군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 낼 수 있도록 끝까지 지역민들이 함께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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