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이 좋다. 백야도로 향한다. 참 오랜만이다. 예전엔 늘 다니던 곳이었는데 오랜만에 이 길을 달리다보니 모든 게 새롭다. 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여행이 별거 있어, 이렇게 마음 내킬 때 훌쩍 떠나면 되는 거지. 사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변변한 여행 한 번 해보질 못해 지금껏 여행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살았다.가족을 위해서는 참 한심한 가장이다. 다른 집들은 제주도는 기본이고 해외까지 매년 넘나드는데, 제주도도 아직 못가 본 난 아마도 별종이겠지. 이쯤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낮술이 확 땡긴다. 오늘은 낮술 한 잔 해야겠다. 어찌
어둠이 내린다.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한바탕 빗줄기가 쏟아진다. 장마철이다. 괜스레 기분이 울적해지고 허기가 밀려온다. 이런 날은 얼큰한 짬뽕 국물이나 따끈한 국밥이 생각난다. 최근에 여수에 부쩍 짬뽕집과 국밥집이 많이 생겼다. 많고 많은 집 중에서 어딜 갈까 한참을 찾아봐도 딱히 필이 꽂히는 데가 없다.비가 소강상태다. 저녁 무렵 길을 나섰다. 매일 하는 걷기 운동을 위해서다. 그런데 집을 나선지 채 10여 분도 안 돼 또다시 비가 쏟아진다. 어찌해야 하나 망설이면서 길을 걷다가 까꿍이국밥집 앞에 이르렀다. 최근 여수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런 느낌, 솔직히 말하면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다. 나 혼자만 알고 싶은 그런 곳이다. 음식을 먹다보면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간혹 이런 곳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이런 곳은 나 혼자만 알고 싶다는 것이다. 좀 이기적이기는 하지만.뭘까 이 행복감, 오래도록 맛의 여운이 있다. 만족도가 높다. 또 다시 먹고 싶다. 그만큼 이집의 음식은 끌림이 강하고 맛의 여운이 길다. 어떤 음식을 먹을 때 문득 가족의 얼굴이 떠오르거나 좋은 사람과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집은 맛집인 것이 분명하다.좋
단돈 7000원에 몸보신이라니, 이거 정말 괜찮다. 점심 특선 메뉴로 선보인 닭한마리칼국수다. 혼자 먹기에 버거울 정도의 양이다. 보통 사람들은 닭 한 마리를 빼고 칼국수만 먹어도 한 끼니가 되겠다. 아무튼 좋다. 이 가격에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점심 특선. 이는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한 불경기의 산물이다. 이렇듯 식당들은 점심 특선으로 저마다의 신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착한 가격에 품질은 높였다.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음식이다. 소비자들이야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이러한 몸짓이 짠하기도 하다.어릴
냉면 맛집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방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냉면은 냉면 전문점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 만두집이나 고기집에서 계절 메뉴로 선보인다. 여름철에 접어든 지난주부터 광주를 비롯한 여수 주변의 냉면집을 찾아봤다. 그러나 맛있는 집이라고 해서 찾아가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곳이 대부분이었다.그런데 참 아이러니다. 바로 근처에 두고 이제껏 몰랐다니. 여수에서 찾았다, 진짜 괜찮은 냉면집을. 이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맛집 찾기는 늘 맹탕이기 일쑤지만 이런 맛에 잠시도 멈출 수가 없다.좋은 사람과 다시 와야지 하는 생각.
"왜 이리 오랜만에 왔어, 국밥 드릴까?""네, 모둠국밥으로 주세요."맛돌이의 단골집 순천 아랫장의 현대국밥이다. 이렇듯 아무 때나 찾아가도 주인할머니는 자식을 대하듯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해준다."세상에 어려운 걸음 했그마, 많이 드셔요." 정겨움이 넘쳐나는 곳이다. 고향집에서 가족을 만난 듯 부담이 없고 친근하다.먼저 맛본 음식은 막창순대와 머리고기 수육이다. 전통방식으로 직접 만든 막창순대는 쫄깃함이 도드라지고 머리고기 수육은
짜장면은 대한민국 국민음식이다. 어른 아이 가릴 거 없이 전 국민이 즐겨먹는 메뉴다. 짜장면을 먹을 때면 옛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나서 좋고, 서민적인 데다 가격 부담이 덜해서 좋다. 짜장 소스를 얼굴에 묻힌 상대방의 촌스런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예쁜 입으로 오물오물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짜장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순천 연향동의 더 차이나다. 고추짜장면 한 그릇에 5500원이다. 여수에서 순천까지 짜장면 한 그릇 먹겠다고 찾아갔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음식값보다 교통비가 더 많이 나
참 빵빵한 소식이다. 여수에 진짜 맛있는 빵집이 새로 생겼단다. 빵 하면 대전 성심당의 튀김소보로와 전주 풍년제과의 수제 초코파이, 안흥찐빵과 진주찐빵, 경주의 황남빵 등이 이 시대를 풍미하고 있다. 그런데 지인의 말에 의하면 그에 견줄만한 빵이라니 사뭇 기대된다. 하긴 먹어봐야 알겠지만.여수에는 추억이 묻어나는 그 시절의 빵집이 하나있다. '싱글벙글'이라는 소박한 가게다. 이 집의 빵을 먹다 보면 학창시절의 추억이 살포시 떠올라 나도 모르게 얼굴에는 싱글벙글 웃음꽃이 피어난다. 어깨너머로 빵 만드는 법을 배웠다는 이
"세상에 알리지 마세요."세상에 알리지 말라고 한다. 이걸 어째, 진짜 여수 맛집인데, 알릴까 말까 참 아이러니다. 지인은 안 그래도 손님이 많은 이집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 제대로 된 안주거리에 술 한 잔 질펀하게 먹을 선술집이 사라질까봐 노심초사다.이유는 이집 음식 맛이 장난이 아니라는 거. 저녁시간이 되면 이곳은 어느새 손님들로 만석이다. 이른 시간에 미리 방문하거나 사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쉬 차지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도 이러할 진데, 세상에 더 알려지게 되면 다른 손님들에 밀려 단골집을 찾는 즐거움이 사라질까봐
집으로 가는 길목 왼편에는 통닭집이 하나 있다. 재래시장 닭집처럼 착한 가격의 가게다. 그 가게 앞을 지날 때면 그냥 무심하게 눈길이 가곤 한다. 어쩌면 닭요리를 좋아하는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이 집이 아로새겨져 있나 보다. 늘 생각과 달리 눈여겨 살펴보는 걸 보면. 난 지금도 닭요리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먹을 정도로 무척 좋아한다.내가 이 집의 통닭을 먹기 시작한건 처음 이곳에 통닭 가게가 생길 때부터다. 그냥 치맥이 그립거나 야식이 먹고플 때면 종종 찾곤 했다. 실은 부담 없는 가격 때문이기도 하다. 기름에 튀겨낸 통닭 한
전남 담양 용면의 한적한 시골길이다. 면사무소 근처를 지나는데 차창 너머로 언뜻 보이는 문구가 시선을 붙든다. 담양 읍내의 한 식당에서 이곳에 광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백서방보다 잘하는 소바집'이라고.그 광고 카피가 마음을 움직였다. 처음 본 순간 시원한 메밀국수 한 그릇이 연상됐으니 말이다. 승용차를 되돌려갔으나 아쉽게도 그곳에는 우리가 찾는 식당은 없고 담양 읍내에 있다는 안내 문구만 적혀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소바(메밀)가 맛있기에 글로써 도발을 한 걸까. 꼭 한번
촌닭구이가 곰삭은 파김치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양념한 촌닭을 노릇하게 구워내 파김치를 감아먹는 맛은 가히 놀랍다. 남도에는 내놓으라는 솜씨의 촌닭집이 참 많다. 대부분 닭육회를 비롯해 닭구이 닭백숙 등 코스로 선보이는데 이집 또한 그중 한 곳이다.촌닭요리 전문점인 이곳은 전남 강진군 성전면 경포대에 있는 경포대산장. 월출산 국립공원 입구에 있다. 주변 경치가 빼어난데다 식당 옆에는 개울물이 흐르고 음식 맛도 좋은 곳이다. 사전 예약을 하고 찾아가는 게 좋다.촌닭육회는 참기름장에, 촌닭구이는 상추쌈이 좋아
여수 수산시장 먹거리 골목의 백반집이다. 노란 주전자에는 보리차가 담겨있다. 재래시장의 후한 인심이 주전자 안에서도 출렁인다. 이곳은 수산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즐겨 찾는 밥집이다. 백반 한상에 5000원이다.자신이 이집 단골손님이라고 밝힌 한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봤다. 대뜸 이집에서 배추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말한다. 수산시장 내에서 완주횟집을 운영하는 나영희(60)씨다. "매일 밥을 사먹어요. 배추김치요. 서대회무침도 맛있고 우거지장어탕도 맛있어요." 아주머니 혼자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손님들과 주인의 벽이
함평의 맛, 함평의 맛있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 지금껏 기자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함평재래시장의 육회비빔밥이다. 함평 비빔밥은 특이하게도 삶은 돼지껍데기를 고명으로 올려준다. 그 독특했던 돼지비계의 식감은 아직도 기억 속에 또렷하다. 또 하나 있다. 삼척동자도 안다는 함평천지 한우고기다.함평 천지에 꽃바람이 분다. 맛있는 음식 냄새도 폴폴 풍겨온다. 자연 조건이 좋은 함평천지는 대부분 농사를 짓는다. 비옥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함평천지한우와 농산물은 맛좋고 품질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이러한 농산물과 지역 홍보를 위해 해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 8천 명이 5일과 9일 서울에 왔다. 이들은 '포상 관광'으로 서울을 찾는 중마이 그룹 임직원들이다. 두 차례에 나눠 서울을 찾는 유커들을 위해 서울 한강공원에서는 당시 삼계탕 파티와 한류 미니콘서트가 열렸다. 삼계탕 파티는 두 차례 나눠 열렸다. 한강공원에서는 조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진공 포장된 삼계탕 완제품을 데워서 뚝배기에 담아 제공했다. 이때 삼계탕 4천 명분과 김치 등이 준비된다. 이번 삼계탕 시식회가 과연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소박하면서도 정이 넘치는 닭곰탕 우리 민족은 예
진짜 복어요리는 ‘운’으로 먹는 것, 왜냐면20년째 그 가격 그대로... 여수 가람복집 쫄복지리탕(쫄복맑은탕) 맛에 ‘훅 갔다’한 정치인의 '쫄복탕' 글이 세간의 화제가 됐다. 전남 진도가 고향인 그는 국민의당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 그는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쫄복탕을 잡수셔야 진도관광 진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세월호 참사 2주기 추모행사가 진도 팽목항에서 열리고 있었다. 생각 짧은 그의 지나친 고향 사랑이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쫄복(졸복)탕이 인기다. '박지원 효과
여수 국동 무번지와 부산 좌동시장 자갈치생곰장어집 꼼장어구이 꼼장어요리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부산이다. 부산 기장의 꼼장어 짚불구이는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삼면이 바다인 여수에도 부산 못지않게 꼼장어요리를 선보이는 식당들이 제법 많다. 이번에는 여수 국동의 무번지와 부산 좌동시장 자갈치생곰장어집의 꼼장어구이를 소개한다.엷은 자줏빛에 갈색을 띠는 이 녀석은 스테미너 음식으로 인기다. 짚불에 구울 때 꼼지락거리는 모습에 꼼장어라는 이름이 붙었다. 눈이 피부에 가려 잘 보이지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옻 육수, 여수에 이런 곳이 있구나 " 오리고기와 참옻이 만났다. 환상의 음식궁합이다. 예부터 안 주면 뺏어먹으라는 오리고기와 우리 몸에 이로운 참옻이 한데 어우러졌으니 더 말해 뭐할까. 헌데 이뿐만이 아니다. 전복과 낙지 등의 해산물도 합세했다. 봄날 나른함을 떨쳐내는 데 이보다 더 좋을 건 없다.지난 20일, 서울 손님들과 함께 찾아간 곳은 한방요리 전문점 여수의 문수골. 실은 여수의 해산물을 맛보여주려 했으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때마침 휴일이라 가게 문을 닫아 원하던 곳을 못 갔다. 차선책으로 선
"매콤한 게 땡기는데, 오늘 번개 어때?""콜. 문수동서 6시에 보게요."만나면 기분 좋은 유쾌, 상쾌, 통쾌한 사람이 있지요. 만나면 나도 모르게 긍정의 좋은 기운을 받데요. 궁합이 맞구나, 했지요. 이런 유형은 남을 배려하고, 묵묵히 지켜봐 주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들입니다. 이런 지인과 약속은 언제나 간단 명쾌하지요. 만남 또한 언제나 환영입니다.마음 맞는 사람과의 만남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이 필요 없습니다. 식성이나 취향 등이 비슷해 바로바로 정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몇 군데 집을 정해놓고
"뭐 먹으면 좋을까?"언제부터인가 지인들은 제게 자신들의 고민을 떠넘겼습니다. 부담과 실패 없이 맛있는 걸 먹고 싶다는 의지였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더 고민되더군요. 부산서 오는 지인이 "처가 행사에서 음식 선택 잘못으로 원성을 많이 샀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은 터라 더욱 심사숙고했습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주말, 세 가지 이유에서 메뉴와 음식점을 자신 있게 골랐습니다. 첫째, 접대 경험상 부부 동반 시 음식 선택은 아내 입맛에 맞추면 대부분 성공입니다. 보통 남편들은 아내가 좋다 하면 따라가기 마련이니까. 이건 아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