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항쟁과 제주4.3을 한 자리에서, '갤러리노마드'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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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항쟁과 제주4.3을 한 자리에서, '갤러리노마드' 특별전
  • 전시은
  • 승인 2020.11.0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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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항쟁 72주년 특별전 '1948여순, 4.3을 보다'
7일 예정된 토크콘서트는 주철희 박사의 강연으로 대체
주 박사 "여순항쟁에 가장 무관심한 도시가 바로 여수"
주철희 역사학자가 여순항쟁과 제주4.3항쟁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같은 시대에 일어난 두 항쟁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1948 여순, 4.3을 보다’ 특별전 토크콘서트가 7일 오후 6시 갤러리노마드에서 열렸다.

갤러리에는 제주와 여수, 대전 작가 여순항쟁과 4.3항쟁을 주제로 완성한 회화와 사진, 미디어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들 10명은 제주의 4월, 그리고 여수의 10월을 주제로 독창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코로나19로 사전 예약한 25명의 방문객들만 토크콘서트에 참여했다. 토크콘서트는 주철희 역사학자와 제주 김동현 문학평론가의 대담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이날 김동현 평론가가 참석하지 못해 주철희 역사학자의 강연으로 대체되었다.

박소은 소프라노의 공연 모습

특별프로그램은 여수출신 박소은 소프라노의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박소은 소프라노는 손정선 작가와의 인연으로 오늘 공연을 위해 여수에 내려왔다.

박소은 소프라노는 여도초등학교 교사인 조승필 작곡가의 ‘너도 처음부터 꽃이었구나’와 ‘라그리마’를 들려줬다. 그는 “여순항쟁으로 사망하지 않았으면 그들 모두 다 아름다운 꽃으로 자라났을 거라는 마음에 이 곡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한 ‘말보다 같이 울어주고 타인에게 공감하는 태도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허밍으로만 이뤄진 ‘라그리마’를 불렀다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간단한 다과와 함께 주철희 역사학자의 여순10.19와 제주4.3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주철희 역사학자

주 박사는 4.3항쟁이 일어난 이유가 단독선거에 반대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제주도민들의 공동체가 파괴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제주도에는 지주와 소작쟁의라는 개념도 없었다. 네 것 내 것 나누지 않고 모두 이웃과 함께 나눠먹어 배곪는 사람이 없던 제주에 1946년 미군정이 들어온 이후 살육이 일어나니 사람들은 당연히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 14연대는 이런 제주도민들을 ‘애국인민’이라 칭하며 이들에 대한 학살을 거부했다. 그리고 미군정 아래서 굶주리던 여수 시민들이 14연대의 항명에 동참하면서 대중적 저항으로 번진다.

주 박사는 “여순항쟁 피해자들은 절대 무고하게 죽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다 국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인만큼 아무 이유 없이 죽어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주 박사는 “봉건주의를 무너뜨린 프랑스의 헌법에 적힌 것처럼 저항은 인민의 가장 신성한 권리이다. 그러나 한국은 분단된 현실로 인해 헌법에 저항을 국민의 당연한 권리로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이들이 반란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초, 제주 고승욱 작가
제주 고승욱 작가의 작품 '돌초7'. 돌을 본떠 만든 틀에 초를 부에 만든 돌초

제주4.3항쟁과 여순10.19항쟁은 모두 중요한 역사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두 지자체의 시선은 다르다. 제주도는 지난 1999년 4.3특별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희생자와 유족의 트라우마와 정실질환 해결에도 국가가 나설 것을 요구하는 '4.3특별법 속 개정 촉구 건의안'을 이달 6일 더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4.3특별법 전부개정안과 4.3특별법 일부개정안 총 2개가 제출되어 있다. 진상규명 특별법 하나도 통과되지 않는 여순항쟁과 비교되는 결과다.

또한 제주도는 올해 처음으로 여순과 4.3, 두 항쟁의 배.보상을 모두 촉구하는 열의를 보였다. 제주 갑 지역구 강창일 국회의원이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정부 동의를 이끌어내며 “여순사건은 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에 들어가고 제주4.3사건은 명예회복 과제를 완료하고 배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이에 진영 행안부 장관은 “과거사법이 행안위를 통과했으니 국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여순항쟁은 제주4.3으로 인해 발발했지만 그동안 제주에서는 단 한 차례도 여순항쟁을 언급한 적 없었기에 강창일 국회의원의 행보는 더욱 뜻깊다. 여기에 힘입어 제주4.3 관계자들도 올해 여수를 방문해 제주4.3항쟁을 알리려 했지만 코로나19로 무산됐다.

이뿐만 아니다. 현재 교육부와 충남교육청 등 지금껏 관심을 표하지 않던 곳에서도 주철희 박사에게 여순항쟁에 관한 강의를 신청하며 여순항쟁을 자세히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여수시다. 전국적으로 여순항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지만 정작 여수시의 행정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아직 여순항쟁 기념관 하나 없는 여수시는 타 지자체가 여순항쟁을 이해할 기회마저 주지 못하고 있다.

칼 마이더스가 찍은 흑백 사진들. 칼 마이더스의 사진에는 인공기가 찍혀있지 않다. 여순항쟁과 제주4.3항쟁에 인공기가 사용됐다는 말은 국가의 거짓말이다.

이날 강의를 들은 한 시민은 “그동안 여순항쟁과 제주4.3항쟁을 어렴풋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 강의로 두 항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연관이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제주도민들은 단순히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게 아니라 그들의 공동체 삶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절실하게 항쟁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갤러리노마트 여순항쟁 특별전 ‘1948여순, 4.3을 보다’는 오는 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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